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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랑꼴로지 Aug 21. 2018

웰 메이드에서 패스트 메이드로

유튜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얼리 엑세스 게임 <배틀그라운드> 

웰 메이드가 아닌 패스트 메이드     


  이미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 패션은 큰 유행을 하였으며, 이제는 흔한 소비 방법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패스트 패션의 큰 인기는 우리의 소비 패턴이 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과 같은 소비 패턴이 우리의 소비 생활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유튜브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PUBG: PlayerUnknown’s Battlegrounds)>의 인기 또한 이러한 패스트 메이드와 관계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잘 만들어진(wellmade) 게임은 아니다. 지금이야 많은 개선사항이 이루어졌지만 적어도 출시 당시 완성도가 높은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트랜드를 타고 빠르게 완성되어졌고, 그보다 빠르게 얼리엑세스로 출시되었다.          



미리 만나보는 얼리엑세스   

  

  우리는 흔히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소비하고 적응하는 사람들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부른다. 얼리어답터는 early와 adopter의 합성어로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1957년 저서 『디퓨전 오브 이노베이션(Diffusion of Innovation)』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말로, 1995년 이 책의 재판이 나올 무렵 첨단기기시대를 맞아 현대의 신조어로 부상했다. 

  원래는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사서 써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군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이러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제품이 출시될 때 남들보다 먼저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제품을 먼저 구입해 제품에 관한 평가를 내린 뒤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의 특성을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일련의 소비자군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스팀에서는 이러한 얼리어답터들을 위한 기능이 있다. 바로 얼리엑세스(Early access)이다. 얼리엑세스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미리 접근할 수 있게 해준 다는 것이다. 이 의미를 풀이하자면 이렇다.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인 스팀에는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게임 중에 얼리엑세스라는 표시가 붙은 게 있다. 이 게임들은 정식 출시를 할 만큼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나 미리 제품을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자신의 게임에 있어서 얼리어답터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구매 의사가 있는 얼리엑세스 게임이 있다면 미완성이더라도 미리 사고 본다는 것이다. 게임은 정보 상품이기에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완성본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루홀에서 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얼리엑세스를 통해 대박을 친 케이스이다.          


얼리엑세스와 유튜브     


  얼리엑세스는 정식 출시일을 참지 못하는 게이머들과 자신들의 게임을 테스트하고자하는 개발사 혹은 자본이 부족한 개발사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식이다. 물론, 대다수의 얼리엑세스의 게임들은 언제나 게이머들의 뒷통수를 후려치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얼리엑세스로 유통된 게임은 호평을 얻는다면 정식 출시 이후 꽃길을 걷기 마련이다. <배틀그라운드> 또한 여전히 꽃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 이면에는 패스트 메이드와 함께 유튜브가 함께 한다.

  유튜브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광고 수단으로써 탁월하게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유튜버들에게 협찬을 문의한다. 특히 게임과 같은 장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는 콘텐츠들은 그 효과가 탁월함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많은 유튜버들이 콘텐츠로 활용하는 게임들이 단순히 숙제(협찬이나 광고 스폰서를 숙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에 용이하거나 유튜버가 실제로 재밌어하기 때문이라면 그 효과는 더더욱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너와 나 모두 알고 있듯이, 숙제를 할 때와 놀이를 할 때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유튜버들이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좋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기본적으로 <배틀그라운드>는 재밌는 게임이었고, 100명이라는 플레이어들이 한 섬에 맨몸으로 모여 배틀로얄을 벌인다는 소재는 다양한 변수와 재미를 보장했다. 거기다 얼리엑세스 당시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미완성으로 인해 나타난 어색한 물리 엔진과 버그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는 다양한 상황들을 연출하였다. 

벽 뒤에 숨는 것이 아닌 벽 속에 숨어있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또한 유튜버들이 절로 찾는 게임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인 블로홀이 <배틀그라운드> 개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의 스트리머(유튜브의 방송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을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라 부른다면 트위치를 방송하는 사람들을 스트리머라 부른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블루홀은 알파 버전이 개발된 이후 128명의 스트리머에게 <배틀그라운드>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아프리카TV의 생방송이 편집되어 유튜버에 올라오듯이 트위치에서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한 <배틀그라운드>는 유튜브에 편집되어 올라오게 되었다. 블루홀은 스트리머들에게 <배틀그라운드>의 피드백을 얻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홍보와 성공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되었다. 알파 테스를 통해 진행된 인터넷 방송과의 협업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게 하였다.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배틀로얄(BATTLE ROYALE, バトル・ロワイアル)이름은 1999년 출간된 다카미 코슌의 소설이름이었다. 이 소설은 정부의 '프로그램'에 의해 외딴 섬에 갇힌 중학교 3학년생 42명(남학생 21명, 여학생 21명)이 최종 승자가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상황을 묘사한 소설로, 2000년에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와 만화가 출시됐으며, 원작과 영화, 만화 모두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아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을 대입한 작품들을 지칭하는 용어처럼 사용되어졌다. '배틀로얄'은 각자의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인다는 점에서 기존에 있던 서바이벌, 데스 게임, 라스트맨 스탠딩, 프리포올 등의 용어와 혼용되었으나  서바이벌, 생존을 위한 투쟁을 담은 모든 게임들 '배틀로얄'이라고 분류되지는 않았다. 배틀로얄에서 플레이어의 목적은 생존이지만, 게임 시스템에서는 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도록 만든다.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상대를 죽이고 홀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정된 자원과 무기, 공평성을 위한 동시적 게임 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계속적으로 투쟁상황 속에서 긴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정된 지역이 점차 줄어들도록 하여 플레이어들이 마주치는 상황을 유발한다.   

  배틀로얄의 요소가 하나의 게임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2013년에 출시된 <아르마 3>의 유저 모드에서부터였다. 당시 모드 제작자였던 브랜든 그린은 <아르마 3>에서 통상의 서바이벌 룰에 시간에 따라 원형으로 점차 좁아지는 자기장이라는 금지구역 요소를 도입하고 초반에 낙하산을 타고 시작한다는 점 등 현재의 배틀로얄 장르의 기반을 이미 다졌다. 

<아르마 3> 속 게임 플레이 장면

그리고 브랜든 그린은 이후 데이브레이크 게임즈에서 제작한 FPS 게임 <H1Z1>에 기술 고문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H1Z1>는 초창기 얼리엑세스 단계에서 배틀로얄 모드와 일반적인 밀리터리 FPS 방식의 두 가지 게임 모드 있었다. 그러나 배틀로얄 모드가 호응을 얻게 되자 브랜든 그린을 영입한 뒤 배틀로얄 모드만을 독립적으로 발전시킨 또 다른 타이틀 <H1Z1: King of the Kill>을 제작하게 된다. 

<H1Z1: King of the Kill> 속 플레이 장면

그리고 블루홀 지노게임스의 김창한 PD가 브래든 그린을 블루홀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다. 그때가 바로 <배틀그라운드>가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기이자,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기 1년 전인 2016년이었다.      



자체 제작이 아닌 조립으로레베리지의 활용     


  초기 <배틀그라운드>의 개발 인력은 30명 남짓이었는데, 모바일 게임 위주의 한국에서는 당장 전문 인력이 필요한 곳에 마땅한 사람을 쉬이 구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난관이었다. 또한 1년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도 신경 써야 할 점이었다. 만약 잡다한 문제로 프로젝트가 늘어져서 2년 3년 끌고 간다면, 변화무쌍한 게임 시장의 특성상 유행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게으름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배틀그라운드>의 게임 개발의 핵심은 레버리지가 되었다. 

  레버리지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외주’다. 그들은 배틀로얄 게임의 핵심인 공평함과 단순함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기본 원칙을 두고, 게임 개발의 필요한 대다수를 래버리지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시간을 샀다.      

아마존 웹서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목록 일부

우선 자체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범용성 좋고 우수한 성능의 언리얼 엔진 4를 채택하여 엔진 개발에 들어갈 시간을 단축하고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을 구현할 토대를 다졌다. 이 토대 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게임의 배경이 될 맵이었다. 이 또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수작업을 통해 기본적인 지형을 제작하고 나머지는 자동 공정으로 채워 넣었다.

  총기나 자동차 같은 오브젝트 제작은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개발 소스를 외부에서 사들이거나 외주를 주는 것으로 해결했다. 게임에 등장한 현실적인 특징의 총기 17종은 전부 언리얼 마켓에서 개발용 데이터로 판매 중인 에셋을 산 것이고, 자동차 역시 외주를 통해 해결하였다. 또한 서버는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통해 해결하였으며, 유통은 글로벌 플랫폼인 스팀에 맡겼다.

  개발 초기인 만큼 버그 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자연히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는데, 마침 관련 기술을 습작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던 외국 개발자 마렉을 영입하여 산적한 기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덕분에 무려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으로 게임의 특징과 재미를 파악할 수 있는 알파 버전 ‘배틀 그라운드’가 완성되었고, 128명의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틀로얄이 단순히 하나의 게임의 모드에 불과한 것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게임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게 되었다. 마치 워크래프트의 유즈맵 중 하나였던 도타가 롤을 통해 확고한 MOBA 장르로 거듭나고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유행할 때 빠르게 만들어 니즈를 충족시킨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나 그중 하나를 굳이 뽑자면 개발 시간의 단축이었다. 게일 개발을 비롯하여 콘텐츠 개발은 적절한 시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출시되는 것이 중요했다. 콘텐츠는 끊임없이 소비되었고, 유행은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이러한 빠른 변화를 유튜브가 더욱 가속화시켰다.

  유튜버를 비롯하여 인터넷 게임 방송 채널들을 빠르게 게임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종합 게임 채널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끊임없이 게임을 쏟아져 나왔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욕구는 다변화했다. 거기다 하나의 게임이 유행을 타며 유튜버들은 너도나도 몰려와서 그와 같은 게임 콘텐츠를 제작했다. 하나의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채널은 그 상황이 조금 달랐으나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는 종합 게임 채널에서는 트렌디한 게임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2016년 <배틀그라운드>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H1Z1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좋은 콘텐츠 소재였다.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만났을 수 있었고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H1Z1는 하나의 게임 모드의 시작한 만큼 그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그와 함께 배틀로얄 모드의 흥행과 달리 H1Z1의 오리지널 모드의 흥행 저조로 크게 알려지지 못하였다. H1Z1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재밌는 콘텐츠를 원하는 유튜버 모두 느꼈다.좀 더 깊이가 있고, 좀 더 대중적이고 완성된 배틀로얄 게임의 필요성이었다. 그리고 배틀로얄은 이러한 니즈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충족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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