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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Apr 20. 2024

세상에 서툴지 않은 사람 있나요?

일단 해보고 봅시다!!

 5개의 튜브를 한 번은 기어서 가고 한 번은 뛰어서 한 칸씩 오고 간다. 발은 튜브 사이로 자주 빠지며 몸이 옆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타고나기가 몸이 날렵한 아이는 수월하게 한 고비씩을 넘어간다. 그러나 몸이 서툰 아이는 엉성하게 간다.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게임의 룰을 잘 들은 아이는 해야 할 미션을 잘 수행하고 제대로 듣지 않은 아이는 엉뚱한 길로 빠져나간다.      

 

 목표지점에 가서 다시 돌아오는 게임이지만 각자가 가진 타고난 몸의 능력과 발달의 상황만으로 똑같은 모양새로 가고 오는 아이는 없다. 같은 공간에 똑같이 주어진 목표사항이어도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 과정과 결과를 다르게 한다.      

 

  열심히 튜브 사이를 오고 가는 아이들의 활동바라보니 모두가 같은 틀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고 해도 이뤄가는 방법이 다르고 결과가 다르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해 달려가지만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그 순간마다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친구의 모습을 보고 아 저렇게 가면 더 힘들고 어렵구나를 배운 아이는 자신의 방법을 바꿔가며 움직였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만 하는 아이는 반복되는 실수를 했다. 튜브를 탓 하기도 했고 뭔가 부당한 거 아니냐며 이유를 다른 데서 찾으며 따지기도 했다.      

 

 때로는 아쉽게 떨어지는 친구를 보며 괜찮아 다시 해봐라고 마음 다해 응원하는 아이가 있었다. 실수하는 친구를 보며 자신이 비슷하게 실수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는 아예 출발선 위에도 서지 않았다. 자신이 실패를 할지 성공을 할지조차 경험을 갖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실수해도 괜찮으니 한번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어르고 달래자 아이는 큰 결심으로 시도해 보았다. 어려운 게 아니라 해볼 만한 거였구나를 느끼는 순간 새로운 경험이 주는 특별한 기쁨을 알게 된 아이는 환한미소로 웃었다. 마음 다해 박수 쳐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절대 하지 않겠다던 두 아이가 첫 시도를 하던 순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유독 나에게 크게 와닿던 한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 속에서 아이들은 가장 많이 실수하고 허둥지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포기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은 바로 옆 친구를 계속 의식하며 자신의 속도와 비교했을 때였다.


 오고 가야 하는 목표지점을 보고 해야 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옆 친구의 속도를 의식할 때 아이들은 실수했고 금방 좌절했다. 그리곤 난 이미 져버린 거야라고 생각하며 레이스에서 내려와

 “그만하겠다.”라고 말했다.

"옆 친구가 가는 것을 보지 말고 네가 가야 하는 방향만 보고 갔다 와~"

라고 말해주었지만 이미 자리 잡은 승부욕은 가야 할 방향을 보지 못하고 마음을 급하게만 먹게 하였다.      

 

 처음엔 자꾸 보게 되는 옆 사람에 대한 의식으로 인한 실수였지만 결국은 비교의식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력이 부족해졌다.  


 집중해야할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지금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왜 내가 불안한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누군가의 속도나 방향을 신경 쓰는 건 늘 우리를 흔들거리게 한다. 그리고 마치기도 전에 난 이미 글러먹었어라고 말하며 포기하게 만든다.      

 

 비교하지 않는 마음, 스스로를 낮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 탄탄한 한 번의 시도해 볼 만한 경험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도 글을 쓰는 출발선 앞에 서 있다.


누군가의 도보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니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잠시 누군가를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의 장점을 바라본다. 내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아 저렇게 하면 더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속도와 그 사람의 속도를 재보지 않는다. 같은 틀 안에 있다고 해도 서로가 가는 모습과 해나가는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지한다면 목표를 향해가는 발걸음은 가벼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서툴지만 삶에서 배우며 나만의 모습으로 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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