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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May 18. 2024

한 달 동안 30명과 포옹을 하면 생기는 일

유부녀의 소리 없는 사랑의 대화

아쉬웠다. 그러니까 뭔가를 빼먹은 그런 느낌.

아니해야 할 뭔가를 하지 않고 지나간 기분이 남아있었다. 간단히 줄이면 아쉬움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하고 싶었던 다정함을 놓친 아쉬움.


20대에는 이런 아쉬움에 늘 콧소리가 담긴 애교와 한껏 웃어 보인 눈웃음하나만으로도 아쉬움을 다정함이 채워줬다.  다정함이 불러온 따뜻함 더불어 삶에 주어지는 생기,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았던 용기, 더 건강해지고 더 아름다워지는 힘, 지치지 않던 체력과 마르지 않고 솟아나던 애정


30대에는 아이를 낳고  하루종일 품에 안고 모유를 먹이며 이 힘을 채워갔다. 내가 채우려고 하지 않아도 채워지던 호르몬의 힘.




그러니까  다정함을 놓친 아쉬움은 바로

[옥시토신 호르몬]이다.

  

13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놓치기만 한 게 아니라 줄어들어버린 아니 사라져 버린 옥시토신은 나를 불평하고 짜증스러우며 투덜거리는 40대 아줌마로 만들었다.  


볼터치로 볼에 생기 있게 두들겨가며 색이 진한 립스틱을 발라봐도 티 나는 옥시토신 호르몬 부족 증상... 나는 쉽게 지쳤고 아팠으며 우울해졌다. 용기라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며 이제는 활력과 탄력이 줄어든 늙어가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하나 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채워지지 않던 옥시토신은 늘 나에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오전과 오후 그리고 저녁 늦게 나는 한 달에 30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오후에 만나는 18명의 아이들과 일주일에 목요일과 일요일에 한 번씩 만나는 14명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 집 아이 2명  총 36명 그중 몇 명은 빠지기도 해서 평균적으로 한 달 동안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많이 웃는다. 아이들만의 특별한 매력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거나 흘러나온다. 한 번이라도 더 웃어주면서 내 마음을 전해준다. 넌 소중하단다. 너는 특별하고 사랑스러워. 그런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보내고 싶었던 마음의 사랑을 다 전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 아쉬움이 남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소리 없는 사랑의 대화 : 포옹을 하지 않아서였다.  때로는 함께하는 시간을 시작할 때에 그리고 마치고 헤어질 때에 아이들을 힘껏 안아준다. 포근하게 그리고 다정함을 가득 담아서 손에 토닥임도 함께 해준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먼저 다가와 안긴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여주면서 아이에게 몸과 몸이 할 수 있는 다정한 대화를 한다. 분명 이 대화에는 소리가 없지만 사랑이 묻어있고 다정함이 있다. 내가 건넨 포옹에 서로의 옥시토신이 함께 채워진다. 그리고 친밀함이 쌓여간다.


아이들도 포옹의 힘을 느끼는지 혹시라도 놓친 날이면 "오늘은 왜 안 안아줬어요?"라고 묻는다.


매일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포옹을 하며 그렇게 나는 더 생기 있어졌다. 체력이 생겼고 다정함을 찾아갔다. 포옹이 주는 특별함이 내 안의 호르몬을 생성하게 했고 나에게 하루를 살아갈 용기와 힘을 더해주게 되었다.  


이 옥시토신 생성 비법은 매일 퇴근하고 지친 몸과 피곤함에 들어온 남편에게 배운 것이다.

 

" 여보~ 나 오늘 지쳤어.

퇴근하고 오면 반갑게 나 좀 안아줘!"


라고 칭얼거리던 남편의 대화가 옥시토신은 스스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채워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여보 미안해. 당신으로는 부족했나 봐.) 


그렇게 유부녀는 한 달 동안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사랑을 담아 꽉 안아주는 포옹을 하며 내 안의 다정함을 채워가고 나눠가고 있다.

행복도 함께 채워지는 건 보너스이다.

 

특별히 사랑하는 내 아이 두 명에게는 매일 사랑이 듬뿍 담긴 옥시토신 마사지도 해주고 있다. ^^



ps. 토요일 오후 누군가 갑자기 집 벨을 누른다. 띵동! 문을 열어보니  어제 저녁시간 함께 한 아이들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하며 친구까지 데리고 왔다. "선생님~ 놀다가 선생님 생각이 나서 왔어요"라는 아이들에 귀여워서 웃음이 픽 나왔다.

"나가자 날씨도 더운데 선생님이 오늘은 아이스크림 사줄게~! "라고 말하며 아이들과 슈퍼로 향한다.

이유 없이 보고 싶어 찾아온 아이들에게 사랑을 준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아이들은 계산 없이 마음을 다해 사랑을 넘치듯이 나에게 되돌려 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만들어가게 되는 이유이다.  별한 비법은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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