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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은 Nov 17. 2022

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계획과 실천 그 어디쯤

지인들과의 송년회 약속이 잡히기 시작하는 걸 보니, 올해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싶다. 유달리 연초에 온 가족 생일이 몰려있는 덕분에 연초는 가족 생일 챙기기 바쁘고, 한숨 돌리며 아이의 새 학기 적응을 돕다 보면 5월 가정의 달이다. 정신없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챙기고 나면 어느덧 여름 휴가철. 매해 바다든 계곡이든 어디론가 피서하러 다녀오고 나면 바람 온도가 낮아지며 가을을 알린다. 그리고 지금, 창밖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올해도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며 한 해를 돌아본다.


나의 올해 계획이 무엇이었나 싶어 다이어리 앞장을 펼쳐보았다. ‘책 많이 읽기’, 완료, ‘운동 많이 하기‘, 반쯤은 성공이다. 네이버 도서 분야 인플루언서가 되자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인스타그램의 독서일기 부계정 팔로워 수가 1천 명을 넘었기에 이 정도면 목표 달성이지 싶다. 계획은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돌이켜보면 한 해의 계획을 세워서 제대로 이루었던 적은 2006년 딱 한 해뿐이었던 것 같다. 첫 수능에 실패한 후, 이를 악물고 간절히 원했던 수능 점수를 위해 그 한 해 만큼은 아주 절실하게 계획과 실천을 반복했었다. 과연 그때처럼 애타게 무언가를 원하고 쟁취하는 때가 또 올까 싶다. 얼마 전, 원주 친정집에 갔을 때, 2006년에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그때의 간절함이 다이어리에 오롯이 느껴졌다.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던 그때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듯하여 뿌듯하기도 했지만, 불안정했던 그 시절이 그립지만은 않은 걸 보니 지금의 안정감이 나도 꽤 만족스러운가 보다.

2006년에 쓴 다이어리. 참 열심히도 살았구나.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계획을 세우고,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다. 내년에 유치원에 입학하는 우리 네 살배기 아들도 내년에는 스스로 식탁에 앉아 끝까지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모든 목표가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렇게 아이도 자신을 다잡고 발전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지. 방학 때면 동그라미 원을 그려 일과를 계획해보고, 방학이 끝날 때 즈음엔 밀린 방학일기를 쓰느라 분주해질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년 계획은 '책장 정리', 너로 정했다.


올해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내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생각을 해 보았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하는 어른이 되어 그런가 당장 시급한 일부터 떠오른다. 바로 정리하기! 책 욕심이 많은 탓에 내 서재는 책으로 초토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소장할 책을 제외하고, 나눔과 기증을 통해 2023년에는 비움의 미덕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아직 한 달여 남짓 남은 2022년을 음미하면서, 다가오는 2023년을 준비해야지.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시작점에서 나와 우리 가족을 응원한다. 다시 한번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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