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상아 May 30. 2018

지역문화콘텐츠와 유튜브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통영의 가는개 마을'

통영의 가는개 마을을 아시나요? 

 통영에서 통영대교를 건너 국토 끝자락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산양관광일주도로 초입에 ‘가는 개’ 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1900년 진남군 서면 때 전래의 자연마을 둔전, 양산, 세포마을을 합해 남전마을이라 하였다.

 이후 세포마을이 남전마을에서 행정마을로 분할 구획되었다. 세포는 마을 포구의 조수가 가늘고 서서히 흐른다 하여 일컬은 지명이라는 설과 마을 앞의 바다가 가늘고 길게 형성되어있다 하여 일컬은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그리하여 예부터 마을 앞 해만(海灣)의 넓이가 좁고 가늘게 포구가 형성되어 토박이 지명이 ‘가는 개’ 이고 한자 지명으로는 세포(細浦) 마을이라 한다. 가는개 마을은 바닷물길이 좁고 가늘게 형성된 포구를 일컬었던 토박이 지명이며, 일제강점기 시절 음차표기에서 한자표기로 바뀌어 세포(細浦)마을이라고 한다. 

 이렇듯 가는개 마을은 가늘게 뻗어있는 쪽빛해만(海灣)과 범왕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용품을 만들다 산업화와 개발로 사라져간 삿갓쟁이, 소반쟁이, 통쟁이 등 수많은 쟁이들의 가난한 숨결과 애잔하게 전해져 오는 많은 설화는 마냥 옛 추억담으로 흘러 보내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가는개 마을 주민에게 전통문화자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인식시키고 함께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하였다.

가는개 마을 전경

2012년 첫해는 문화의 씨를 뿌리고  

 2012년 첫해, 가는개 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삿갓쟁이, 챙이  쟁이, 소반  쟁이, 통  쟁이, 기와 장이, 옹기쟁이, 나전칠기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통영의 산업단지 중 하나다.

 용왕샘, 빨래터 등 마을의 명소들이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흔적만 있으며, 여러 설화들이 전해져 오는 문화자산을 간직한 마을임을 알고 이러한 문화자원을 주민들의 자발적 문화콘텐츠개발을 위해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설명회를 연 그날 주민들의 반응은 그냥 마을에 회관이나 짓고 길이나 넓히겠지 생각했다가 마을에 산재되어 있는 산업화로 사라진 쟁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시와 수필로 쓰고 전설과 설화는 연극을 만들고자 하니 다들 어이가 없어한다. 

 누군가 나서더니 생계수단으로 살아온 옛 쟁이 들이 대단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자랑도 아닌데 굳이 꺼낼 필요가 있을까  하며 문화자원의 가치를 인지를 못하였으며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 흔들기 시작한다. 

 마을 이장과 노인회장은 흔적이 남아 있는 용왕 샘, 빨래터, 산제 터는 복원하고 애잔하게 전해오는 마을 설화와 전설은 극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결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찾아 바다와 밭으로 발품을 팔며 찾아 나서서 설득하여 점차적으로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모임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사라진 마을의 쟁이와 명소의 흔적에 대해 주민들로부터 시를 짓게 하고 수필을 쓰게 하였으며 200여 년 전 관리(도장)들의 수탈과 횡포에 시달리다가 천리 길 한양으로 걸어가 임금을 만나 꽹과리를 쳐서(격쟁) 마을의 평화를 찾았다는 마을 전설 ‘월성정 씨  영세불망비’를 음악극으로 희곡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사라진 쟁이들과 마을 명소의 자료들까지 모아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가는 개 쟁이 마을》이라는 문집(시 18편, 수필 4편 희곡 1편 마을 유래, 쟁이들의 흔적, 마을 명소와 전설)을 발간하였으며 그리고 마을의 문학축제를 개최하여 마을의 특산품을 판매하고 다과를 먹으며 시낭송 축제를 펼쳤다. 

 그리고 10월부터 연습에 들어간 마을 설화 영세불망비에 얽힌 사연을 극화한 노래극 ‘쟁이 마을 할미요’는 작품 분석과 대사와 노래와 춤, 몸동작 연극  연습에 문학축제로 마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감은 생겼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많은 대사와 노래와 춤을 익히라고 하니 혀는 입천장에 붙고 몸은 천근만근이고 대사를 외우  지를 못하였다.

 그래도 엉거주춤한 서로의 모습들을 보고 폭소를 자아내며 주민들 자기  자신은 할 줄 몰라도 상대의 감정표현과 몸동작을 지적하며 고쳐준다. 음 따로 박자 따로 음치들이 따로 없다. 다행히 서울 살다가 귀촌한 부녀회원(아낙 역)이 교회의 찬양대 활동으로 익힌 노래솜씨로 리드해 가는 가운데 공연  날짜가 다가오자 신기하게도 노래와 대사가 익혀지고 몸놀림도 유연해 졌다.

 전문 배우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출연한 영세불망비 전설 ‘쟁이 마을 할미요’는 통영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통영 관객 400명이 관람하여 성황리에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문학축제, 음악극 공연을 통해 가는 개 쟁이 마을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문화공동체 마을의 기초를 마련했다.   

'쟁이 할미요' 공연장면

2013년 문화의 꽃망울이 열리고  

 2013년 둘째 해에는 사라진 쟁이들의 추억과 기억, 마을 명소에 관한 시와 수필을 통하여 발굴한 문화자원인 주민들의 자작시를 대형  액자에 써서 반영구적으로 제작하여 담벼락에 부착하여 담벼락 걷는 길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쟁이들의 삶의 흔적을 모아 전시하고 벽화를 그려 길목마다 전시장을 만들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에 떠나간 사람들이 돌아오라는 염원을 담아 사람  냄새가 나는 공동체의 삶, 아늑한 어머니 품속 같은 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기다림의 솟대를 마을  입구에 즐비하게 세웠다. 마을회관 앞마당에 주민들이 함께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상설  야외무대도 만들었다. 이 상설무대에서는 요즘도 주민들의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질 때가 있다.

마을 입구 솟대
담벼락 걷는 길

 또한 나붓등 이야기는 마을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로, 아무도 묘를 쓰지 않는 나붓등(호접등)에 묘를 쓴 방배 하던 가난한 사람이 어느 날 금궤를 건져 올려 벼락부자가 되고 나붓등에 봉분과 비석을 세워 어장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다가 망해버린 사연을 듣고 나붓등 현장을 답사하여 묘의 흔적과 연약한 지반에 내려앉은 물속에 잠겨있는 비석 위치를 확인하여 사상누각의 교훈을 담아 희곡 화하여 주민과 전문 배우와 함께 음악극으로 무대 위에 올려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민들과 관계기관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렇게 알려진 마을 공동체 문화와 통영지역 콘텐츠 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마을 상설무대에서 시낭송과 국악공연 등으로 작은 축제를 펼치고 담벼락 걷는 길을 따라 쟁이들의 흔적과 숨결을 순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독특한 문화공동체 마을로 변모해 갔다.

나붓등 공연장면

2014년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공동체 문화마을로 꽃 피우다

 2014년 셋째 해는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공동체 마을이 되기 위해, 봄기운이 완연한 날 마을회관을 찾아, 두 해에 걸쳐 시 짓기와 마을 꾸미기 사업 경험의 축적으로 올해는 객관적 입장에서 주관적 입장으로 자신의 이야기, 살아오면서 가슴속 곰삭히며 부끄러운 사연, 드러내어 자랑하고 싶었던 이야기 희로애락의 삶의 시를 짓기로 설명하고 매주 두 차례 마을 회관을 찾아 모여든 주민들과 소통한다. 

 삶의 질곡을 팔자소관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온 삶의 흔적을 쉽게 꺼내려하지 않는다. 허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책으로 엮는다면 몇 트럭이 될 것이라며 은근히 싫지 않은 표정들이다. 지나간 삶을 되돌려 기억과 추억을 떠 올리게 하여 이야기꽃을 삶을 시로 표현하여 시집(48편)을 펴내어 활자 속에 녹아있는 삶을 통하여 서로 이해하는 문학축제를 열었다.

마을 작은축제 '시 낭송'

 마을 설화‘처녀 바위’는 어디서 굴러왔는지, 솟았는지 모를 그 바위는 형세가 보는 모습에 따라 처녀가 치마폭을 감싸고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처로운 모습이다.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은 처녀 바위라 부르며 기다림의 바위라 한다.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애틋한 사랑의 바위의 전설은 사랑하던 연인이 고기잡이 나가 풍랑에 죽었다는 설과 과거급제로 한양을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아 오늘도 기다린다는 설이 있다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일상에서 다툼과 미움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극화 작업에 들어갔다. 

 설화는 작은 이야기에서 온갖 삶의 의미를 함축하면서도 간결하게 전해져 오듯이 이러한 전설을 극화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였다.

 시대적 배경은 당파적 정적인, 남인 벽파를 제거하기 벌인 신유박해 시대로 설정하고 난세를 피하여 한양에서 가는개 마을에 잠시 머물다간 양반네의 도령과 마을 고기잡이 딸의 러브스토리로 가닥을 잡고 마을 주민들과의 상상력을 동원하였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과 기다림으로 극적인 요소를 불어넣으며 새롭게 창작하여 천민과 양반, 러브스토리에 녹아있는 마을 사람들의 품성과 법 없이도 살아가는 ‘가는 개’ 사람들을 노래했다. 

치마꽃 공연장면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공동체 문화마을 가는개 마을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가는개 마을은 전통문화자원을 토대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소통을 통해 공동체 문화마을로 3년간 조성이 되었다. 

 이 사업을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하는 2014년 제2회 전국 농촌현장포럼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창조도시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어 창조마을 만들기 건축 부분 지원 선정이 되어 1억 2천1백만 원과 창조마을 만들기 신규 문화 복지 분야에 선정이 되어 4억 5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

 소규모로 마을 주민들과 시작한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공동체 문화마을 사업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지역문화브랜드 창출을 한 좋은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마을의 큰 선물을 주고 떠난다는 것,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의 선물을 받은 것을 뒤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창조도시로 선정된 금액을 통영시 도시과팀에서 지원을 받아 마을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토대로 현재까지 문화 우물 사업과 자체 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문화 관련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4 전국농촌현장포럼 수상 마을

지역문화콘텐츠는 생존할 수 있을까?

 콘텐츠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글로벌한 대기업들의 투자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기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이다.  

 그 산업구조 중에서도 게임업계의 콘텐츠의 산업 수출 비중은 우리나라의 콘텐츠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는 캐릭터, 지식정보, 음악이 뒤를 따른다.

 앞에서 언급한 민간예술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함께한 문화자원을 개발한 콘텐츠는 그 전쟁터에도 속하지 못하는 모양새인 건 확실하다. 이러한 콘텐츠는 산업구조로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4차 산업의 시대는 인간의 새로운 생태계와 사물의 새로운 생태계가 융, 복합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인간의 생태계가 사물의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인간 중심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미를 찾기 위한 작업인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발굴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육성이 힘든 경우가 있다. 

 지역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들이 왜, 육성이 되지 않는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가능할까? 

 지역문화콘텐츠는 대기업, 관공서의 산업구조에 비해 인간과 문화, 예술이 혼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흔적과 기억, 인간의 삶 내음 나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 지역의 서사 자원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민간예술단체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단 제일 중요한 부분은 투자와 전문 인력일 것이다. 한마디로 게임이 안 된다. 자연스러움에 투자와 전문 인력이 붙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만 된다면 전문가가 세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예술단체는 각 지역의 문화가치를 이해하고 발굴해나가는 문화, 예술에 대한 전문 인력들은 넘쳐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획자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요즘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의 장이 열려 있어 열악한 환경의 민간예술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홍보효과로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지역문화콘텐츠 홍보하기 

 한국의 문화콘텐츠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류라는 문화의 결과물은 유튜브다’라고 어느 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지역 민간예술단체 중 기획자가 전문적으로 상주하는 단체는 유튜브에 영화 예고편처럼 공연 예고편을 올리거나 공연 전체 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유튜브에 키워드로 지역 연극, 지역문화콘텐츠, 지역 공연을 검색하면 조회수 300 이상이 넘는 것이 없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극단 벅수골에서 올린 영상도 조회수 최고가 160명 정도 된다. 

 블로거 알쓸신잡의 유튜브 이야기 중 한국시장에서의 유튜브 사용량을 우선 살펴보면 모바일에서의 월 순 방문객은 대략 2300만 명 정도가 되며 한 주 순방문객은 1800만 명에 해당된다고 한다. 2300만 명과 1800만 명을 다시 이야기해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2명 중에 1명, 즉 국민 절반이 거의 한 달에 무조건 한 번은 유튜브에 들어가서 사용한다는 말이나 같다. 이 중에 75% 이상인 매주 유튜브에 접속한다는 말과 같다고 한다. 정말 엄청난 숫자이다.

 지역 민간예술단체의 발로 뛰는 홍보, 마케팅 놀이에서 지금은 인터넷, 게임, 온라인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는 방식으로 지역 민간예술단체도 여기에 맞춰 홍보, 마케팅이라는 놀이를 즐길 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지역 민간예술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한 유, 무형의 지역자원을 이해하고 발굴한 사례들이 데이터화 되고 육성되려면 홍보, 마케팅 기획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그 필요에 따라 정부 주도하에 지역 주민들로 출발하여 전 국민들에게 지역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주민, 국민들이 자기 지역의 산재되어 있는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다 보면 유튜브에서도 더욱더 국민들에게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