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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r 19. 2023

쓰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

10분 글쓰기

오늘은 유독 지치는 하루다. 그럴 이유는 없다. 그냥 지쳐있다.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여 카레를 한 그릇 먹었더니 점심에는 배가 고프지 않아 도서관으로 향했다. 혹시나 해서 몇 번 마주친 고양이가 있는 곳을 가봤더니 그곳에서 마냥 햇빛을 쪼이고 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나에게 냐앙 거리며 다가오더니 한 바퀴 휙 돌아 내 쪽으로 엉덩이를 들이민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왜 이렇게 반겨줘?"


일단 그의 호의를 받아들여 엉덩이를 툭툭 쳐준다. 머리를 만져주려고 손을 올리자 고양이는 크게 놀라며 몸을 피한다.

"미안해, 잘못했어, 놀랐지?"


다시 손길을 받아들이는 몸짓이 제법 안정을 찾은 것 같아 한참을 쓰다듬어주었다.

"야 너 이러면 안 돼. 도망가야 해."

"사람들은 다 나쁜 놈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눈을 감고 한참의 손길을 즐기던 고양이를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아 몇 분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쓰다듬어주다 다리에 쥐가 나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평일 오후가 좋다. 가라앉은 공기와 느리게 움직이는 행인들, 모든 것이 차분하고 이 순간이 계속 지속될 것만 같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그랬다. 평일의 오후를 양껏 즐기고 두 손엔 미리 예약한 도서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을 생각에 두근거렸다.


집으로 돌아와 환기를 위해 베란다 문을 열고 멍하니 바깥을 본다. 채도가 낮은 겨울 햇살이 보기만 해도 시렸다. 이런 추운 날씨에 너는 어떻게 살아남아서 그곳이 햇빛 명당인지 알았을까.

아직 너에 대한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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