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가는 분들을 위하여
뉴욕에 한 달 이상 있는다면
뉴욕 주위로 가볼만한 도시가 많다. 보스턴과 워싱턴은 미국 동부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도시이기에 비록 이제는 10개의 글을 작성했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의 기록을 남긴다.
보스턴
뉴욕에서 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므로 아침 6시에 버스를 타면 10시 정도에 내릴 수 있다. 내가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여전히 아무 계획이 없던 나는 사람들 따라서 버스정류장을 나왔다. 숙소를 가는 길에 비스트로 바를 들렸는데 평소에 보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보스턴 트레일이라고 제주 올레처럼 길에 표식이 있어서 표식을 따라가기만 하면 보스턴 명소 곳곳을 데려다 주는 코스가 있다. 궂은 날씨에 우산은 뒤집히고 온 몸이 비로 홀딱 젖어 도저히 끝까지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직도 아쉽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고 하버드 대학교로 향했다. 이 곳에서 내 속에 곪아있던 학벌 스트레스를 치료할 수 있었다. 내가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못 가 질질 짠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우물 안 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비난의 대상을 '최상위 대학에 가지 못한 나'가 아닌 '넓은 세상을 뒤늦게 알아버린 나'가 되다 보니 그렇게 속상한 일도 아니었다.
하버드 온 김에 로고가 박힌 맨투맨을 사고 싶어 기념품 샵을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를 맞이하는 건 바닥에 펼쳐진 우산들이였다. 나도 따라서 우산을 펼쳐서 바닥에 두었다. 그랬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여기는 꽃이 많이 피었네'라고 말하며 내 것을 가리키고는 '저 꽃은 시들어 버렸구나'라고 말했다. 우산이 바람에 뒤집히고 중간에 대가 부러져 있었다. 그만 실소가 터져 나와 미소 지어 웃어 보였다.
보스턴에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푸르덴셜 타워 내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유명했다.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음성 가이드는 전면 유리창으로 보이는 여러 곳을 소개해주었다. 아마 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나는 보스턴의 반의 반도 모른 채로 돌아갈 뻔했다. 줄지어 지어진 건물과 멀리 보이는 대학 건물들은 해가 지고 나서 더욱 아름다움을 발했다.
워싱턴
보스턴이 뉴욕에서 북쪽으로 4시간 걸리는 위치에 있다면 워싱턴은 남쪽으로 4시간 걸리는 위치에 있다. 벚꽃이 가득한 워싱턴은 남쪽에 위치해서 인지 봄바람이 따뜻한 곳으로 기억된다.
뮤지엄이 가득한 워싱턴은 내 취향을 저격하였다. 흥분을 붙잡고 제일 먼저 간 곳은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이었다. 달 착륙이 미국인들의 역사로 기록된 모습을 보자니 이 전시물을 보고 있던 아이들이 부러워졌다. 이런 게 사대주의인가. 그리고 이 근처 국회의사당에서부터 지는 해를 따라서 워싱턴 기념탑을 지나 백악관으로 향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조지타운을 향했다. 이 곳의 집들이 너무나 미국스럽고 예쁘다. 날이 흐렸지만 아름다운 건축물들 사이를 걷고 있자니 미국 드라마 속 세트장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FUCK'을 원어민의 생활영어로 들을 수 있었다. 트럭 운전자가 운전을 'FUCK'소리 나오게 해 할아버지 오토바이 운전자가 외친 것이다.
국립미술관을 갔는데 국립이라는 말에 걸맞게 걸린 미술작품이나 건물이 일반인인 내가 보아도 일반 미술관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버스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쉬웠다.
이제 정말로 나의 뉴욕 여행책이 완성되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부득불 책을 완성시킨 것은 무언가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느낀 지 오래라 그런 것 일수도 있다. 여행은 매 순간이 성취감을 느끼는 그 순간들의 집합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짜릿하고 중독되면 벗어 나올 수 없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막혀버린 일상 속에서 성취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이렇게 긴 시간 긴 일기를 작성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