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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06. 2021

밴쿠버에서의 로맨스 1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단어는 첫사랑이 아닐까.

그만큼 충격적이고 달콤한 일은 인생에 있어서 그 처음, 사랑일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특별한 지점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그러한 장면들을 모아 첫사랑이라 부른다.


밴쿠버에서의 로맨스,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밴쿠버뿐 아니라 모든 여행지에 있던 순간들은 처음이라 강렬한 기억 속에 남아서 가끔 글로라도 풀어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벅차 진다.


해외여행을 처음 알려준 분은 중학교 사회 선생님이셨다. 중학교 2학년 세계사를 배우면서 어느 날 수행평가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정해 여행지의 정보를 조사하는 과제를 주셨다. 거의 20년 전에 일이다. 여행지 행선을 짜기 위해 세계지도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세계사에서 이 나라를 빼놓고는 논 할 수 없는 그리스가 바로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도 관심이 많았었으니까 다시 터키 IN으로 수정했다. 그래서 나의 계획은 터키 IN으로 유럽에 발을 담글 준비를 하고 그리스로 몸을 푼 다음에 한 때 유럽 최강자였던 스페인을 방문 후 지금의 유럽 최강자 영국 out이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도 적용이 되는지 저 나라 중 단 한 나라도 가보지 못한 채 코로나 시대에 들어섰다.


성인이 되어 내가 세상의 중심인 사춘기를 졸업할 때 즈음, 학교 도서관에서 이벤트를 개최했다. 독후감을 많이 써내 제출한 순으로 상금을 받는 것이었다. 이 공고를 조금 늦게 봐서 조급한 마음에 하루에 3권씩 읽고 독후감을 작성했다. 저녁 9시, 도서관 마감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한 달 정도 했더니 2등 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때 읽었던 책들은 교양 자양분이 되어 어디서 아는 척하기 좋다.


상금 20만 원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제주도 여행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하는 시발점이었다. 참으로 적절한 순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올레길을 걸었다. 공항에 내린 그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었다. 지도를 따라 그리고 누군가 매어준 고마운 리본을 따라서 걸었다. 자연 속을 걸으며 나만을 바라보는 게 아닌 내가 바라보는 지점의 것들, 내가 바라보는 나를 보면서 인생의 시작을 열 수 있었다. 한 가지 얻은 중요한 교훈은 인생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올레길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시작하기 전 내일로를 하면서 전국 여행을 하며 우리나라의 살아가는 모습을 배웠다.


이제는 여권 만기일이 생성 일보다 가까워졌지만 여권을 만들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일본 오사카였다. 방학이 아닌 휴가 결재받아 처음 간 곳이다. 한 여름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주위에 모든 것이 한글이 아닌 타국의 언어가 적혀있는 생경함에 놀라웠다. 그리고 동시에 코 속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습기에 정신을 잃었다. 나의 상태를 알아차린 친구가 대신 지하철 티켓도 챙겨주고 다시 돌아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더위와 흥분 속에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 날의 흥분은 엄청난 것인지 틈만 나는 대로 해외로 여행을 가고 언어를 배우러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다.

일상생활이 버거워질 때쯤, 직장을 그만두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혼자서 훌쩍 긴 여행을 떠나곤 했다. 뉴욕에서의 한 달, 일본에서의 일주일, 중국에서의 한 달, 그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은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단편적인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인 느낌이 몸에 새겨져 이따금 저절로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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