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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성 Jan 27. 2021

건물 짓기_옷 입기 전

방수, 구조틀, 공조 배관, 미장

건물이 땅에 자리 잡으면서 설계의 상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설계하면서 고민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도 등장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정교하기 쉽지 않은 변수들이 가득했다.


콩알만한 건물이지만 수많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태어날 준비 중이기에 나름에 가장 잘 맞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 눈부시게 화려하진 못 할지언정, 그 형태가 오랜 시간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도록 딱 맞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

약간 틀어진 어깨는 들어 올려 교정도 해주고, 답답한 머리 같던 지붕엔 환한 햇빛이 들어올 장식 같은 천창도 내려한다. 거친 벽들은 뽀얗게 만져지고 있고, 물이 샐 것 같은 곳엔 든든히 채워서 단단하게 만들어 두었다.

약간은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여러 고민들이 가득한 이 벗은 몸을 볼 날도 이제 한 달도 안 남았구나.. 지붕에 올라서 먼 풍경을 볼 날도 며칠 안 남았구나.. 시원하게 뚫린 창틀이 포근하게 손을 덥혀줄 창들도 채워질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옷 입기 전에 그 옷이 세련되고 튼튼하도록 하나하나 잘 만져줄게 너무나도 춥지만 좀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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