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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성 Apr 24. 2023

b@tp start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

[블랭크]

이 시작 없이 건축실무의 나의 내러티브를 만들 수 없을거다. 소유와 프로그램, 자본의 목표로 가득찬 물리적 땅에 가치와 관계로 채워진 자본의 공백을 넣자는 블랭크. 땅의 주인을 회복하길 바랬던 바램은, 자본과 소유, 행위를 적대적인 대립각 저편에 세우며 편향적인 시작을 만들어서인지, 그 활동은 정치적이며 결과 지향적이며, 자신을 합리화 하려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피로감에 항진증, 관계의 파괴, 존재의 질문의 늪에 빠지는 수순은 당연한 순서였을지 모른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그때, 낯선 단어로의 라하프를 마주하게 된다. 창조의 하나님의 행위와 결과, 목적과는 사뭇 다른 하나님의 태도로서의 단어 라하프를 말이다. 정확한 해석이 아니어도 좋다. 분명 사랑의 마음과 간절함, 기대감으로 창조를 시작하셨다는 것은 틀림없으리라. 그 창조 앞에서의 태도와 심적 축제 속에서 우리는 창조되었기에 그 감격을 잊지 않고자 라하프를 담아보려 했다. 물론 현실적인 경험의 한계, 지적인 한계는 모든것에 완벽하신 하나님의 절대감에서 시작하는 라하프의 여유는 가질수 없었지만 말이다.


[라하프]

블랭크의 방향성과 블랭크의 태도의 피로에서 완전하고 적극적으로 벗어나지 못한 나는 물리적으로는 인테리어, 설계, 가구 등의 실제적인 구현을 지속하였지만, 태도에 국한된 라하프의 방향성의 애매함으로 귀결되었다. 설계를 놓자니 나의 가능성과 부르심을 망각할 수 없었고, 시공을 놓자니 허망된 계획만 말하는 과오를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진정한 창조를 구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진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계획하고 구현하는 것들이 일말의 영향력이라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쓰려 애썼다.


지나고 나서 보면,

수많은 인테리어와 관급연구, 해외실적이랑, 전시, 신축, 공사 등등의 여러가지 일들을 그냥 닥치는대로 해왔고.. 그 모든것이 다윗에게 돌팔매를 가르친것 처럼 나를 조금씩 연단하셨다는 것을, 그렇게 키우셨다는 것을 지금에도 그 순간에도 느끼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의 연약한 성품과 게으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말이다. 분명 이 연약함이 언젠가는 혹은 지난날에 이미 나를 옭아멜 좋은 틈인것은 알지만, 그래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바뀌달라 보호해달라 기도한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b@tp]

어쩌면 충동적으로 시작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순탄하다. 마치 열려 있는 길을 가는듯한 느낌은 지울수 없다. 어떤일로 부르시는지는 정확하지 않기도 하곤 하다. 회사의 라운지이자, 상행위가 가능한 공간이라니.. 사뭇 신기한 느낌이 든다. 카페라고 말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장비만 2000만원 가까이다. 양면 그대로를 갖고 있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로, 또 그 경계가 굳이 명확해야하나라는 질문을 가진 그대로 이 모험을 한번 해보려 한다.


쉼쉴 공간을 만들어 보고싶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밀도있게 논의도 해보고 서로 소통도 해보고, 또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이야기도 해보는 그런 공간 말이다. 경계가 없는 무턱댄 만남이 아니라, 이미 변화된 광장의 성격을 그대로 담은 경계가 있는 자본주의의 공적공간 말이다. 선택된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하고, 힐끗대는 사람들은 잠시 쉼을 얻어가는 그런 공간 말이다. 무언가 세상에 이루고자 의미를 담기 이전에, 내가 집중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담은 공간으로의 구현을 그대로 해보고 싶은 그런거다.


혁신적인 새로움이라기보다 내가 살아가며 필요하다, 좋다, 해야한다 하는 구성의 공간을 그대로 담아 만들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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