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직 다이어리-2

by 포슬린

"안녕하세요 xx채용팀 담당자입니다.-'

이직 준비 초반, 근무 중 이런 문자가 오면 혼자 쿵쾅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몰래 눌러보곤 했다.


면접이 잡히면 보통 날짜와 시간은 내가 선택할 수 없어서, 반차나 연차를 써야 되는 게 일반적이다. 면접 복장을 지하철 역 락커에 넣어뒀던 적도 있고, 점심시간에 스터디카페에서 화상면접을 보는 등 현업과 병행한다고 나름 애를 썼다. 장소도 종로, 을지로, 강남 다양했는데, 아무리 멀어도 불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과정이나 결과와 별개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회 아닌가.


그간 면접관으로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모두에게 얼마나 귀중한 자리인지 이해한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잠시라도 PR하는 기회를 통해 취업시장에서 내 가치를 찾고, 잘 안되더라도 최소한 보완점이라도 찾자는 주의였다.

기업조사도 열심히 하고, 매번 나오는 비슷한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도 바꿔가며 답변의 질을 올려 나갔다. 면접관들의 날 선 질문에도 여러 번 깎고 깎이다 보면 어느덧 둥글둥글한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즉 무슨 질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대답할 줄 아는 요령이 생기는 것이다.

면접을 정말 잘 봤다고 생각했지만 떨어진 곳들도 있었고, 반대로 기대도 하지 않던 곳들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결국 면접도 사람 간 핏을 보는 자리인 만큼, 많이 할 수록 무뎌지고 큰 긴장이 없는 자리인 건 확실하다. 마치 '채용을 해야하는' 사람과, '채용이 되고싶은' 사람 간, 지극히 필요에 의한 소개팅 자리처럼 말이다.


그렇게 찾아온 마지막 면접.

1:1로 1시간씩, 총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네 명의 면접관들이 모두 59분까지 꽉 채워서, 화장실 한번 갈 새 없이 연이어 다음 면접으로 넘어갔다.

매 면접마다 모든 질문이 아주 집요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사례를 대답하면 그걸 낱낱이 뜯고 뜯어서 내가 어떤 액션을 했는지, 만약 어느 변수가 달라졌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10분 넘도록 얘기한다. 이런 패턴의 대화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경력뿐 아니라 지나온 삶을 그 사람들과 같이 고찰하게 된다.


그 4시간의 면접은 그간 본 모든 면접들의 클라이맥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보다 더 내 경력을 자세히 얘기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확신, 그리고 (인사팀의 전략인지 모르겠으나) 이 과정이 지겨워서라도 붙으면 그냥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운명이라는게 있는건지 정말로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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