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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Apr 01. 2023

지옥깉은 갱년기 우울감  탈출

드디어 새로움의 출발이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수로 4년 전인 내 나이 50세 끄트머리 12월 완경되었다.

그 이후 1년은 괜찮았는데, 작년과 재작년부터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통은 갱년기와 겹친 신체적, 심리적 증상들이었다.

불규칙적인 땀분비, 수면의 불균형, 수면 질 저하, 쉬 피곤함, 쏟아지는 잠에 이어,

그러다가 쉰 네살된 올 2~3월 갑자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중 하나가 노안이 와서 책 읽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작년 봄여름에 돋보기를 일주일 사이 연거푸 맞춰보았으나 여전히 책 읽는 어려움이 있었고 책 한 권을 읽는데 거의 한 달이나 걸릴 만큼 게으름으로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책 읽어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강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고 애써 외면했다.

'난 괜찮다고.' 그러나 억지로 애썼는데 그 애씀이 책 읽는 울렁증과 책을 기피하는 부작용으로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더군다나 그림책까지도, 그림책 예찬자를 자청하는, 그림책으로 심리 상담을 하는 사람인 내가 그림책을 보면서도 왜 그리 와닿지 않던지. 정말이지 나를 달달 볶고, 채찍질해봐도 그림책 한 권을 내 편으로 만드는데도 거의 몇 주가 걸렸으면 말 다 했지 싶다.

또 한 가지는 신체적 증상이면서 폐경된 여성에게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신체 내부 근육마저도 제 기능을 못해 약해진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생긴 급성 방광염은 날 지독히도 겁먹게 했고, 고통의 며칠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로 급부상한 온라인 줌수업은 생계를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준 구세주였음과 동시에 또 다른 긴장감으로 새로운 아픔을 주었다. 매 순간 긴장해야 했고, 현장 강의의 설렘보다 온라인 준비에서 오는 긴장감은 극도로 심신이 약해짐을 더 빨라지게 했다. 마음은 황폐해질 만큼 쇠약해지고 긴장감에서 오는 피로감은 평소 몇 배가 되어 쉬 지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 앞에 앉는 것에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노트북 앞에 앉으면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했다. 방금 전 갔다 왔는데도 또 가야 했고, 수업 5분 전에 다시 뛰어갔다 와야 마음이 놓이고, 쉬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남은 한 시간 강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만큼 고통이었다. 내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로 부신은 제 기능을 못하기 시작했다. 신체적 기능들은 더 조여왔으며 얼굴 부기로 나타나 얼굴 크기가 아침과 오후 거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가족들이 못 알아보고 걱정할 정도였다. 틈만 나면 산책한다고 돌아다녀도 그때 잠시뿐. 부신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걸 누구에게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아 더욱 강의에 어려움이 있었다.

작년 6월 이후 특별하지 않으면, 기관에서 꼭 요구하는 온라인 수업이 아니면 외부 현장 강의로 돌렸다. 먼 지방 강의 자청하며 다닐 정도였으나 이것도 체력 고갈이 쉬 찾아와 회복 시간이 하루 이틀 걸렸다. 다행히 온라인의 울렁증에선 벗어날 수 있었고, 강의는 여행 삼아 잘 다녀올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 온라인 수업도 자격과정도 열지 못했다. 일부러 사무실 오픈했다는 이유로 내 신체적 어려움을 얼버무렸다. 창피하다는 이유와 왠지 내가 부족한 걸 들키는 수치심이 올라와 자꾸 감추려 했다. 이건 또 다른 갱년기 부작용을 데리고 왔다.


지난 2~3월. 특히 어제까지의 3월 한 달은 내게 우울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감은 가슴 한복판까지 올라와 숨 고르기를 해야 했다. 3월 초 친구 두 명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 정도로. 그렇다고 그때 내 감정을, 내 신체적 증상들을 다 말하지 못하고 그냥 넓은 이야기를 하고 끊었다. 다행히 두 친구가 전화를 받았기에 가슴 답답함의 응얼이 같은 게 긴급 처방이 되었다. 상담하는 나조차도 숨구멍을 제때 뚫어주지 못해 딱 한 달을 개고생하며 갱년기 우울감을 경험했다.

이놈의 갱년기 우울감은 머리에 꽃만 꽂지 않았지 완전히 미친년 널뛰듯 오르내렸다. 마구 웃다가 갑자기 깊은 낭떠러지로 추락해서 급 우울해짐과 동시에 눈물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 나게 행복해하다가도 자괴감이 올라와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시죠?"라는 인사말 치레에도 앞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흘러 상대방을 당황시키기도 여러 번 했다.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쪽팔리게.  


이런 갱년기 우울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했다.

- 2월부터 쓰기 시작한 매일 세 개의 감사일기쓰기, 아티스트웨이로 모닝페이지 쓰기를 하고 있다. 또 3월 중순부터는 아침 6시에 데일리 요가 15분을 하고 있으며, 낮엔 사무실 주변을 산책했다.
- 3월 주말은 집안 대청소를 했다. 뒤집고, 엎고, 버렸다. 일회용품과 안 쓰는 주방용품은 100리터 봉투 3개 넘게 거의 버리고, 안 입는 옷가지들 박스 10개에 담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했다.
-3월 마지막 주부터 골프연습장 이용권을 끊어 몸을 움직이는 횟수를 늘렸다.
-무엇보다도 꽁꽁 싸매며 혼자 바닥친 생각들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주위 환경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친구와 지인들을 만났고,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려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신기하게도

정말 애타게 찾던 내 원래대로

거의 80% 이상 돌아왔다. 오늘에서야 책 몇 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그림책에 관심과 손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말 기다렸던 순간들이다. 컴퓨터에 앉아 있는, 그간 하지 못했던 온라인 수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병원에서 심리적 요인이 크다는 말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이제야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에서 탈피한다.)

내가 스스로 변해야 원래대로, 원하는 나로 바뀔 수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려 고생한 은정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갱년기 독감, 지혜롭게 예방 접종하며 살자
은정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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