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카 Sukha May 29. 2021

거울

2021년 5월 29일의 일기



엄마는 종종 기대를 버리라고 말하곤 했다.



"딸, 기대를 버려야 상처받지 않는단다."



분명 나에게 하는 조언이 어쩐지 늘 엄마 자신을 향한 혼잣말처럼 들렸던 이유는 그 말을 뱉는 엄마의 쓸쓸한 표정 때문이었을까.  난 늘 '그건 조금 슬프지않나.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동의하지도 않는 말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걸까.



누구도 내 노력을 알아주지도 보답해주지도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보답받고 싶은 마음이 이기적인 건지 그래서 엄마 말을 따라 기대를 버려야 하는 건지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상처받더라도 온 마음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늘 진심을 다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런데 , 하필 엄마와의 관계에서 또 그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 온 걸까. 그리고 왜 엄마는 또 그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걸까. 그렇게 몇번이고 반복해서 말하고 들어왔음에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던 걸까?


우리나는 널 위해 이만큼 노력했는데 너는 그렇게 못하냐고 서로를 향해 소리 지르고 있는지.


 기대를 버려야지, 버려야지.


계속다짐하면서도 우리는

'내 딸'만은 다를 거라고,

'엄마'는 예외일거라고 믿어왔었던 걸까.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었나.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오랜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