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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엄마 같은 놈

맛난 술이 생기면 그 술병을 정말 옆구리에 차고 커겐을 찾아 오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보우더에서 밥집을 하는 그 친구는 아침이면 바퀴가 굵고 멋진 자전거를 두 시간이나 타며 운동을 한 다음,  역시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일터로 나갑니다. 

삼대가 함께 사는 그 친구네는 형제자매 모두 살림살이가 넉넉해 사는 일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커겐은 오늘 그 친구와 함께 한 잔 하고 늦게 들어오겠다며 나갔고 린이는 일찌감치 앞집 쌈랏 집에 가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혼자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덟시 반이 지나자  쌈랏과 함께 린이가 집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둘은 다시 놀기 시작했고 한참이 지나 앞집 할머니가 쌈랏을 부르자 그제서야 놀이를 끝냈습니다. 

쌈랏이 가고나서 린이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엄마, 나 밥 먹을 수 있지?"

"안 되지." 

"왜 엄마, 조금밖에 안 늦었잖아. 먹을 수 있잖아~" 

"안 되지, 그건 규칙이잖아."

  

하도 밖에서 놀기를 좋아해서 골묵에서 모여 놀다가 제이슨 집에도 갔다가 또

이반 집도 가고 엉기따랑 놀다보면 일곱시가 넘어 집으로 오곤 했던 터라

여덟시가 넘어서 오면 저녁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해두었던 터였습니다. 

엄마도 일을 마치고 쉬고 싶은데 아홉 시, 열 시 와서 린이가 밥 달라고 하면 엄마는 줄 수 없겠다고 

서로 얘기를 했더랬지요

언젠가 딱 한 번 늦게 와서 못 먹은 적이 있었고 더러 늦게 왔어도 

시계를 늘 보지는 않는 린이기에 모른 척 하며 준 적도 있긴 했습니다. 

오늘은 린이가 스스로 늦은 걸 알고 말을 했기에  밥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엄마의 태도를 잘 아는 린이는 안타까움에 방방 뛰다가 방바닥을 구르다가 

난리난리를 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부엌, 마루, 방까지 불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웠고 

린이는 그때까지도 울음을 못 그쳐 훌쩍거렸습니다. 

훌쩍거리다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아빠가 오면 벌떡 일어나서 밥을 먹을 거야!"

  

훌쩍거리다가 잠이 들락하더니 다시 한마디를 했습니다.

  

"아빠는 엄마같은 놈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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