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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Nov 23. 2023

이래 봬도 코칭을 배우고 있습니다

겸손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야 

"팀장님, 아무래도 팀장님은 코칭을 잘하는 것 같아요.  계속해 봐도 되겠네" 


자정도 넘은 시간이었다. 회사 이슈로 그때서야 퇴근을 하던 후배와 통화를 했다. 이슈 때문에 바쁜 것도 문제였지만, 급한 이슈 상황으로 몇 주 전 약속 해둔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일로 마음이 찝찝한 모양이었다. 이래 저래 얘기를 듣고 나의 관점도 더하면서 대화를 했다. 후배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았다. 


"사실 이건 코칭 대화법이 아니었어. 나는 지금 나의 확고한 관점을 얘기했고, 이 시선이 왜 맞는지에 대한 주장을 펼쳤잖아. 코칭은 내가 판단하고, 평가하고, 주장하면 안 되는걸. 코칭보다는 멘토링이었지." 


후배는 이 말을 듣고 나더니 바로 말을 바꿨다. 코칭이 그런 의미라면, 코칭은 정말 나에게 안 맞는 일인 것 같다고. 나도 즉시 동의했다. 사람도, 일도, 상황도 모든 것에 있어 호불호가 강하며, 나의 관점을 설명하는 일에 (어느 정도는) 능숙한 나를 잘 꿰뚫어 본 판단이라는 건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포인트였다. 


이런 내가 요즘은 코칭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인생의 해답은 본인이 고민하고 깨닫는 과정에서 얻는다고 믿고 있다. 누구를 만나든 내 생각의 프레임을 내려두려고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겸손한 호기심을 가지고 사람들의 생각을 탐험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초행자의 연습은 괴로움이 곧 잘 찾아오는 법, 매번 벽에 부딪친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몰라, 머리를 쥐어짜다 보니 대화가 맥없이 흔들리기 일쑤다. 굳이 내 관점을 제시하고 싶어서 끝내 유도 질문을 하고 만다. 분명 '말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고야 마는 코칭의 마술이 좋았는데, 연습을 할수록 그 힘을 까먹고 있다. 


<리더의 질문법>이라는 책에서는 '겸손한 질문'을 강조한다. 관계를 맺는 기술의 핵심은 단언하려는 충동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겸손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겸손한 질문'에 반대 개념으로 조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제넘은 충고에는 세 가지 오만이 담겨있다. 
(1) 자신이 상대방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2) 자신이 아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3)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경험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맞다. 멘토링은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조언을 하는 것이기에, 사람과 상황에 따라 오만해지기가 쉽다. 하루아침에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찾아오는 요즘 시대는 특히나 더 그럴 거다. 


나는 오늘도 나의 성향과 본능을 역행하면서 코칭을 연습하고 있다. 

오만해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진정한 성장에 도움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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