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계절 Dec 29. 2023

퇴사자의 연말 회고

백수도 회고는 해야지 


1. 커리어 휴지기 10개월째, 한 뼘 정도는 더 깊어졌고 넓어졌다. 삶의 속도를 조절해 본다는 건 다른 각도와 관점으로 세상과 사람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나와 '다름'을 좀 더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바라는 대로, 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있다. 


2.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다. 일도 인생의 큰 의미 중의 하나겠으나, 그 외에도 신나는 일이 너무 많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아이들과 노는 것,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 요즘은 코칭의 세계에 빠졌다. 발견하고, 성찰하고, 통찰하는 것이 즐겁다. 신난다. 


3. 회사에 대한 재평가의 시간은 돌아온다. 최근에 티타임과 면접을 거치면서 나의 커리어, 나라는 사람, 전 직장에서의 경험들을 또 한 번의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지난 기억에 신나고 재미있기도 한데, 아련하고 뼈아프기도 하다. 어떤 이슈 상황의 한가운데 처해 있을 때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감정이나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4. 사람이 남는다. 이번 해 돈도 직장도 남은 건 없지만, 사람만은 남았다. 내 옆에 사람이 존재함에 감사한 마음이다. 사회에서 만나면, 또는 나이 먹고는 친구가 되기 힘들 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 사람에 얼마나 호기심을 갖느냐 또는, 마음의 문을 여느냐의 문제일 뿐. 


5. 시간 부자인 백수가 되자, 시간이 더 아깝고 중요해졌다.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가 중요해진다.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오히려 더 경계하게 된다. 시간만이 내가 가진 전부고, 시간만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 느껴져서일까? 


6. 관점을 바꿔 목표를 세웠더니 행동을 하게 되더라. 이번 12월의 목표가 '마음 놓고 실패하기'였다. 이렇게 명확하게 도달할 지점을 정해놓으니까, 행동이 변하더라. 할까 말까 싶을 때 마음 편히 행동할 수 있게 되고, 실패해도 크게 상처를 받지 않는다. 


7. 따뜻한 공감의 말 한마디의 힘을 배웠다. 막판에 어려운 결정,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그래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라는 공감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나의 상황과 감정을 공감해 주고 인정해 주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힘이 될 줄 몰랐다. 


8.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이가 들었을 때 하기 싫은 일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경제관념을 탑재해야 한다. 이번 해 백수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모르고 있었겠지 싶다. 이 말의 가혹한 의미를. 


9. 책을 많이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달았다. 관심사는 편협하고, 기본적인 비즈니스 지식도 너무 없다. 과학, 철학, 금융 등 아직 배우고 이해해 보면 좋을 분야들이 많다. 조금 더 스마트한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생각했다. 


10. 퇴사와 백수의 시간 잘했다. 좋았다. 성찰했고 변화했다. 다만, 이제는 움직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