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일기 5화

수술일이 정해졌다, 그리고 ‘암환자 등록’

by 와초 Wacho

고대 안암 김훈엽교수님 진료를 보다

2023.11.6 드디어 고대안암 김훈엽교수님 진료 날!

원래 예약은 11월 23일이었는데 계속 전화해서 초진일을 앞으로 당겼다. (1~2시간에 1번씩 전화했다)


김훈엽교수님은 갑상선암 구강 로봇수술 창시자라고 한다. 나는 절개법보다는 로봇수술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김훈엽 교수님 진료를 내내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고대 안암병원은 무척 가깝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금, 병원 오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을 정말 손꼽아 기다려왔다.


초진일 경우, 예전 병원에서 받은 자료들과 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 하므로 진료 시간보다 최소 30분은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그리고 병원 진료, 특히 초진이라면 가능한 누군가와 동행하기를 권한다. 나는 이번에도 동생이 함께해 주었다. 믿음직스러운 나의 지원군.

진료실에서 처음 듣는 설명도 많고, 질문거리도 산더미처럼 많다. 진료실의 공기는 참 무겁다. 그 무게에 눌려 준비해 간 질문을 놓치거나 얼버무리게 된다. 집에 돌아오면서 꼭 ‘아, 그거 물어봤어야 했는데….’ 후회하게 된다. 든든한 동생이 함께해 준 덕분에,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또 동생이 꼼꼼히 필기해 준 덕분에, 놓치기 쉬운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해 놓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의료사본 발급이나 수납을 할 때는 번호표를 미리 뽑아 대기해 주고, 검사를 받을 땐 대신 짐과 겉옷까지 대신 들어주는 모습에 고맙고 큰 의지가 되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준다.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된다. 게다가 병원 분위기, 교수님 스타일과 향후 치료방식 등을 함께 보고 들었기에, 병원 선택에 대해 상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고대안암병원은 지난번 강북삼성병원에 이어, 초진을 보는 두 번째 병원이다. 김훈엽 교수님은 어떤 분 일지, 내 상태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했다. 진료실 앞 화면에 드디어 내 이름이 떴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김훈엽 교수님은 하얀 피부톤에 굉장히 스마트한 인상이었다. 츤데레 같은 말투로 굉장히 상세하게 내 상태를 설명해 주셨다. 초음파를 같이 보며, 목 내부가 그려진 종이 위에 오른쪽과 왼쪽의 종양 위치를 직접 그리며 설명해 주셨다. 교수님의 자신 있는 목소리에 믿음이 갔다. 또 매우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내가 질문할 거리가 아예 없을 정도였다.


“여기 보면 왼쪽에는 0.855cm 결절이 있고, 3단계가 나왔지만, BRAF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나왔어요. 이건 갑상선 유두암이고 확실하게 수술해서 떼어내야 할 겁니다. 오른쪽은 생긴 건 왼쪽과 비슷해요. 사이즈는 0.69cm. 비정형세포는 맞는데, BRAF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재검이 필요해요. 재검해서 또 비정형세포가 나오면 수술할 거고, 그보다 아래 단계, 그러니까 2단계면 양성이에요. 양성이 나오면 수술은 안 할 거고요. 오늘 오른쪽 세침검사 하고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갑상선암은 환자 나이가 55세 미만이면 1~2기라고 하는데, 전이가 없으면 1기예요. 갑상선 유두암은 속도가 아주 느려요. 그런데 그래도 수술을 안 하면 나중에 근육 침범하고 성대를 건드릴 수 있으니까 수술은 해야 합니다.”


“네. 교수님 저는 전이된 게 있을까요?”


“초음파상으로는 전이 없습니다. 환자분 경우에는 양쪽 절제해도 방사성 치료는 안 할 가능성이 커요.”


휴우,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쪽을 다 떼어내면 호르몬 약을 평생 먹어야 해요. 보통 환자들이 1년 정도는 피곤해하십니다. 그래도 1년 정도 지나면 적응되어서 점점 회복될 수 있어요. 호르몬 약에 항암효과도 있어요.”


교수님은 이어서 모니터를 같이 보면서 수술 스케줄을 직접 잡아주셨다.


“세침검사 해서 절반만 떼면 2일 입원이고 양쪽을 떼게 되면 3일 입원할 거예요. 수술 전에는 CT, MRI 등 검사를 해서 림프절에 전이가 되었는지 확인할 거고, 전이가 되었으면 그 부분까지 수술할 거예요. 수술방법은 저는 구강으로 로봇수술을 합니다. 입 안에 상처는 몇 달 후에 아물 거고요. 절제한 갑상선은 겨드랑이의 주름을 1센티 정도 절개해서 빼낼 거예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로봇수술을 선호하고요. 절개 수술은 목에 흉터가 생기니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단점은 비싸다는 겁니다. 검사 일정과 비용은 밖에서 안내해 줄 거예요.”

수술날짜는 가장 빠른 날짜로 잡아주셨는데도 24년 3월 13일로 정해졌다. 수술 전날 입원해야 하니, 입원일은 3월 12일. 오늘이 11월 6일이니까 무려 4개월 넘게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전절제 수술이기 때문에 대기가 더 길어진 것이다. 반절제라면 2-3개월 정도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날짜를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살짝 내려앉았다. 3월 11일은 우리 아기의 첫 생일, 바로 돌이었다.

세상에 온 지 1년이 되는 날, 그 특별하고도 기쁜 날, 세상 누구보다도 축하해주고 싶은 우리 딸.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내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사실에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수술 날짜가 정해졌다는 안도감과 아기의 축복받아야 할 날이 내 수술에 묻힐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마음속을 스쳐갔다.


중증등록, 국가공인 암환자가 되다

진료실을 나와, 애매한 오른쪽 결절의 세침검사를 위해 검사실로 갔다. 대기 없이 곧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검사다. 나는 이제 꽤 익숙해져서, 여유롭게 목을 쭉 빼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예전 강북삼성병원에서는 1번만 찔러서 검사했었는데, 이번 선생님은 3번을 찔렀다. 좀 더 꼼꼼하고 확실하게 확인하려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게다가 선생님의 손놀림은 굉장히 능숙했다. 3번이나 바늘로 찌르고, 안에서 흔들어 추출하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문득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ㅇㅇㅇ 교수’. 그 이름표 하나로 괜히 신뢰감이 더해졌다.


세침검사 후,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중증등록'을 해주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암환자를 위한 국가지원제도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암환자 산정특례 제도"이다. 암, 희귀 질환, 중증난치성질환 환자들의 자부담률을 감소시켜 주기 위해 제정되었다. 암 진단을 받은 건강보험 가입자는 중증환자로 등록할 수 있고, 등록일로부터 5년 동안 암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특례기간 5년이 지나도 암이 남아있거나 재발할 경우 재등록을 할 수 있다.


이게 참, 기분이 묘한 순간의 연속이다. 앞으로 갑상선암 관련 진료비는 5%로 뚝 떨어질 것이다. 나는 이제, 공식적으로 암환자가 되었다.


중증등록을 마친 뒤, 수술 전 검사일정과 입원예약을 위해 코디네이터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코디 선생님은 정말 바빠 보였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수술 전 검사를 설명하시고, 그 일정을 조율하던 와중에도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렸다. 게다가 문이 활짝 열려있는 코디실에는 환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저마다의 질문을 쏟아내고 사라졌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대학병원 간호사 선생님들의 노고에, 이날 따라 더욱 깊은 감사와 존경심이 들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수술 전 검사일(2월 16일)과 검사 후 진료예약(2월 26일), 입원예약(3월 12일)까지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고대안암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오른쪽 결절 세침검사 결과, 전절제를 해야 한다는 통보였다. 몇 단계가 나왔냐고 물었지만, 유선으로는 전달할 수 없다고 하셨다. 그저 “높게 나왔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결과를 들으러 외래에 한 번 더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편했지만, 확실한 등급도 듣지 못한 채, 소중한 양쪽 갑상선을 모두 절제해야 한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조직검사 결과지를 발급받으면 된다.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며 발급까지 약 3-4일이 걸린다. 나는 곧바로 온라인으로 신청했고, 결과지를 확인했다.


추출된 세포 3개 중

1개는 3단계 비정형세포,

나머지 2개는 ‘5단계’였다.

전절제 수술 확정이다.

땅. 땅.




다음 편에서는, 수술을 기다리며 내가 준비한 것들과, 그 기다림이 무너지는 순간을 적어보려 한다.



※ 매주 금요일, 이 기록을 이어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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