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과 세침검사의 늪
드디어 강북삼성병원에서 세침검사 결과를 받는 날!
지난 번 초진에서 왼쪽 세침검사를 한 후, 3주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외래날이 다가왔다.
10월 18일, 결과를 앞두고 긴장감에 온 몸이 굳었다. 고맙게도 동생이 동행해주었다.
“가운데 기준으로 왼쪽 세침검사 결과 3단계가 나왔어요. 갑상선암은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6단계면 99%가 암일 것이라고 보고, 3단계면 암일 확률은 15% 정도에요. 3단계는 수술하기엔 애매해서 추가적인 검사를 했는데, 세포가 유전자 변형을 동반하고 있다고 나왔어요. 수술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썩 나쁜 위치는 아니에요.”
‘암입니다.’
머릿속으로 수백 번은 들었던 그 말. 그런데 막상 그 순간, 마음 한 켠이 아릿하게 시렸다. 그래도 왼쪽 반절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교수님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초음파상으로 오른쪽 아래에도 혹이 있는데 모양이 애매해요. 이것도 조직검사를 해야겠어요. 암일 가능성이 있으면 오른쪽도 절제해야 합니다.”
젠장. 허탈했다.
오른쪽도 암일 수 있다는 사실보다, 검사를 하고 또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사실이 더 절망적이었다.
곧 오늘 수술일을 못 정하고 집에 가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놈의 암세포를 몸에서 떼어내 버리고 싶었다.
“교수님, 질문이 있어요. 제가 모유 수유 중인데, 중단해야 할까요?”
“아니요. 전혀 문제없으니 계속하셔도 됩니다.”
“조심해야 하는 음식 있을까요? 운동이나 마사지는 갑상선암에 안 좋은가요?”
“음식은 관련 없어요. 미역, 김 같은 요오드 함량이 높은 식품을 먹지 말라는 말도 잘못된 상식입니다. 영양제도 다 드셔도 돼요. 운동이나 마사지는 아무 상관 없고요.
“그리고 교수님, 제 몸에 갑상선암은 언제 생겼을까요?”
교수님이 살짝 웃으며 말씀하셨다.
“하늘만이 아실 겁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입니다. 수술하고 잘 치료만 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 걱정 말고 저만 잘 따라오면 돼요.”
아, 따뜻해. 너무 따뜻해!
의사들은 알까? 그들의 온기 있는 한마디에 환자의 마음이 죽었다 살았다 한다는 것을.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것뿐 아니라, 마음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윤지섭 교수님의 걱정어린 당부에 동생과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동네 영상의학과에서 의심 판정을 받은 이후부터 한 달 가까이, 밤마다 마음 졸이며 네이버카페 창을 뒤적였었다. ‘암 진단받고도 괜찮아요, 잘살고 있어요, 문제없어요’ 같은 후기를 찾아다녔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이, 이렇게나 쉽게 풀릴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내가 바라던 건 그런 단단한 확신 한마디였던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도 그 말이 계속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걱정 마세요...
걱정 마세요......
걱정 마세요.........
이 시간 이후로 수술 전까지 나는 갑상선암을 그저 감기처럼 가볍게 인식하며 살았다. 실제로 갑상선암은 수술 전까진 일상이 달라질 게 없었다. 특히나 내가 이 병으로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수술 때까지 마음 편히 지내면 될 일이었다.
나도 그때 처음 알았다.
갑상선암은 수술 전까진 확실히 암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없다고 한다. 대신, 확률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 아래처럼 분류된다.
[갑상선 세침검사 베데스다(Bethesda) 등급 (1~6단계)]
1단계 : 결절 없음
2단계 : 양성 결절
3단계 : 비정형 세포. 10~15% 암일 확률
4단계 : 여포성 종양
5단계 : 암일 확률 50~75%
6단계 : 암일 확률 97%~99%
나의 경우, 왼쪽 세침검사에서 3단계가 나왔다. 3단계는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10~15% 정도로 암이라고 단정 짓기엔 매우 애매하다. 그래서 ‘BRAF’ 검사를 시행했다고 했다. 5단계, 6단계가 나오면 무조건 수술하고, 나처럼 3단계 비정형 세포가 나온 경우엔, BRAF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BRAF 검사는, 갑상선암 중에서도 유두암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는 검사다. 대체로 갑상선 유두암의 40~80%에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이 변이가 있으면, 암이 더 빨리 자라고 재발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변이가 발견되면 3단계이지만 ‘암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수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수님도 비록 3단계이지만, 암일 것이라 확신하고 내게 수술을 권한 것이다.
나는 그 날 바로 오른쪽 갑상선의 세침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0월 26일, 또다시 병원 진료실에 앉았다. 진료실로 들어가기 전부터 ‘괜찮다, 괜찮다’ 되뇌는데도,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오른쪽 세침검사도 3단계입니다. 이번에는 BRAF 결과가 음성이에요.”
윤지섭 교수님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지만, 내용을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미 왼쪽은 절제, 오른쪽도 해야 한다면…. 그래, 같이 해버리는 게 낫지 않겠냐며, 병원에 올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는데.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럼….”
“지금은 판단이 애매해요. 다음 외래 때 한 번 더 세침검사해서 다시 보겠습니다. 만약 다음에도 3단계에 BRAF가 음성이 나오면 왼쪽만 수술할 가능성이 커요.”
또요? 세침검사를 또 한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울컥했다. 암보다 무서운 건, 이 끝나지 않는 애매함이었다. 나는 계속 '다음 검사'라는 이름의 정체된 시간 안에 갇혀 있었다.
그 말은, 오늘도 수술날짜는 미정이라는 뜻이었다. 또 결과를 기다려야만 했다. 교수님께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 2개월은 걸린다고 했는데. 난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그때 교수님이 덧붙였다.
“아직 젊으시니까, 한쪽은 남겨놓는 게 훨씬 좋아요. 웬만하면 한쪽이라도 살려둬야 몸에 무리가 덜 가고, 약도 적게 드셔도 되니까요. 다음에 검사하고 다시 봅시다.”
참 따뜻한 분인데, 지금은 그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 왜냐면, 또다시 기다려야 했으니까.
다음 세침검사 일정은 3주 뒤였다.
아. 못 기다리겠다. 정말!
며칠 뒤, 고대안암병원 김훈엽 교수님 초진이 있었다. 지독하게 꼬인 상황, 이번엔 좀 풀릴 수 있을까. 고대에서는 제발, 확실한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실전 팁] 진료의뢰서, 이렇게 하세요!
대학병원 진료를 보기 위해선 1차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가 필요합니다.
갑상선암처럼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경우, 병원마다 매번 새로 발급받는 건 매우 번거롭습니다.
✔ 병원에 원본 제출 전 복사본 제출이 가능한지 문의하세요.
✔ 원본 제출 후 반환 요청이 가능한지도 미리 확인하세요.
✔ 혹시 모르니 진료의뢰서 사본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몇 번이나 병원을 더 들러야 했어요.
다른 분들은 저처럼 헤매지 않길 바라며 기록해둡니다.
다음 편에서는, 암환자라는 이름표가 처음 붙여진 하루를 적어보려 한다.
※ 매주 금요일, 이 기록을 이어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