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초진, 그리고 첫 번째 세침검사
“별 거 아니야.” … 정말 그럴까?
갑상선암 수술을 위해 병원과 의사를 찾아 초진 예약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고민이 생겼다.
'세침검사를 어디서 받을까?'
앞으로 진료와 수술을 받을 종합병원에서 받을지,
아니면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먼저 검사를 받고 결과지만 들고 갈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선택이 암 진단 시기를 늦추고, 결국 수술 일정도 지연시킬 수 있다.
나는 유명한 교수님께 수술을 받고 싶었고,
그분들의 일정은 짧아도 2개월, 길면 6개월까지도 대기를 해야 한다.
세침검사에서 4~5일 늦어지면, 수술은 몇 주 이상 늦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강북삼성에서 세침검사를 함께 받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그땐 나름대로 진지했다.
종합병원 기계가 더 정밀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
병리학과가 있어서 세침검사 결과가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초진 후 곧바로 이어지는 진료일정이 좀 더 빨리 잡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병원이니까 더 정확하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믿음이 컸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한 환우는 1차 병원에서 세침검사한 지 하루 만에 “암입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에 반해, 종합병원은 병리과가 있어도
교수님 외래 스케줄이 밀려 있으면 결과 확인은 느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필 추석 연휴까지 껴버린 나는 결국 검사 후 3주를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긴 기다림 끝에 9월 26일, 초진일
다행히 아기는 친정 엄마가 봐주기로 하셨다. (고마워 엄마)
윤지섭 교수님은 첫인상부터 깔끔했고,
부드럽고 세심한 말투에 환자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분처럼 느껴졌다.
“갑상선 전체적으로 뿌연 게 지저분해요. 만성 염증 소견입니다.
그리고 왼쪽 갑상선 쪽에 석회화가 보이네요. 0.9cm 정도… 이 부분을 검사할 거예요.”
“혹시… 암일 가능성도 있나요?”
교수님은 짧은 숨을 쉬시고,
어두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진료를 마치고 1시간 반쯤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세침검사를 받았다.
세침검사가 매우 아프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나는 약간 불편하긴 해도 아프진 않았다.
고개를 뒤로 확 젖히고, 초음파로 위치를 잡은 뒤 바늘이 목 깊숙이 들어간다.
살을 찔러서 아프다기보다,
꽤 두툼한 이물질이 목 내부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라 불쾌했다.
생각보다 깊고, 묘하게 불편한 감각. 그러나 참을 만했다.
‘이 정도쯤이야, 뭐.’
검사 후, 간호사 선생님이 결과 확인을 위한 다음 진료일을 10월 18일로 예약해 줬다.
그게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라고 했다. (진짜? 진짜 그게 최선입니까?)
진료비를 계산하고 보험 서류를 챙긴 후,
병원 밖으로 나왔다.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멈췄다
9월의 햇살은 따뜻했고 선선한 바람은 살랑거렸다.
아름답게 꾸며진 병원 앞 잔디밭, 그 위에 우뚝 서있는 분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서대문역으로 걸어가는 길,
눈물이 터졌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길목에서는 이상하게 울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장사를 하는 노점상도,
스쳐 가는 행인도,
가로수조차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았다.
그렇게 슬픈 순간은 아니었는데, 왜 눈물이 났을까?
아마… 무서웠던 거겠지.
혹은, 내 처지가 문득 서글퍼졌던 걸지도.
보이지 않는 병 하나가
내 삶과 가족의 평온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그 형태 없는 공포가 마음 어딘가를 건드린 것 같았다.
별 거 아니야.
울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 소견을 이미 들은 상태였기에
이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게다가 다행히 왼쪽만 검사했다.
반절제 수술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실제로 반절제만 하고 잘 살아가는 지인들도 많다.
그래, 괜찮아.
좀 귀찮아졌지만, 별 거 아니야.
...
별 거 아닌 줄 알았다.
처음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운이 좋으면 반절제로 끝나겠지.’
수술받고 회복하면, 이 모든 게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오른쪽에서도 암이 발견되었고,
결국 전절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나아가,
동위원소 방사성 치료까지 받았다.
그렇게 나는 반절제가 아닌, 전절제와 방사성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알았다.
별 거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결국 내 삶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다음 편에서는 암이라는 진단이 처음 현실이 되었던 하루를 적어보려 한다.
※ 매주 금요일, 이 기록을 이어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