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검사 후, 나는 검색 중독자가 되었다
2023년 9월 21일, 목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반갑지 않은 뉴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인의 지인이 갑상선암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 있었지만, 그 일이 갑자기 내 일이 되니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아기가 낮잠이 들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갑상선암
갑상선암 석회화
세침검사
석회화 세침검사
…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정작 뭐가 중요한 건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에잇, 일단 병원부터 예약해보자.’
유명한 대학병원 의사는 예약 대기가 기본 두세 달, 게다가 다음 주면 추석 연휴가 아닌가.
갑자기 조급해졌다. 너무 답답했다.
그 순간,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자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내가 병원에 다녀오면 아기는 어떡하지?’
'누구한테 맡겨본 적도 없는데. 엄마한테 부탁해볼까?'
'할머니랑 잘 있을 수 있을까?'
‘그럼 밥은? 수유 시간이 지나면 배고프다고 울 텐데.’
‘수술을 받게 된다면… 나는 한동안 집에 없을 텐데, 아기는 누가 보지?’
‘육아휴직은 연장해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고민들이 갑자기 눈앞에 던져졌다.
뒤죽박죽이란 말이 딱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 차리자! 지금은 세침검사도 받기 전이다.
일단 대학병원부터 예약하자.
아기가 깨기 전 서둘러 인터넷을 뒤졌다.
EBS <명의> 갑상선암 편의 박정수, 김훈엽 교수님 이름을 메모했다.
친구 한 명은 지인이 수술을 받았었다며 물어봐 주겠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형님이 수술한 병원을 알려줬다.
알음알음 정보를 모으다 보니 결국 세브란스가 가장 유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병원이나 의사의 명성보다 거리였다.
육아 중인 내게는 아이와 떨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더 중요했다.
- 강남세브란스 김석모(구강로봇), 장호진(절개) : 예약 실패 (암수술 권유받은 사람만 진료예약 가능)
- 신촌세브란스 남기현(절개), 정웅윤(겨드랑이로봇) : 남기현 교수 초진 예약 성공 (11/13)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누군가 취소한 자리에 운 좋게 들어간 거였다.
보통 초진은 3개월 이상 걸리고, 수술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예약 취소.
- 강북삼성 윤지섭(겨드랑이로봇) : 9/26 진료 + 세침검사 동시 예약 성공
- 고대안암 김훈엽(구강로봇) : 11/23 예약
정신없이 병원들에 진료예약 전화를 돌린 결과 얻은 성과이다. 그 중 강북삼성은 진료와 검사를 한날에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이 작은 한 건이 이렇게 기쁠 수 있다니!
내가 지금 얼마나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상태인지, 새삼 실감이 났다.
암 진단을 앞두고 느끼는 감정은 슬픔, 분노, 짜증, 공포, 좌절, 우울… 참 다양하다.
나는 특히 ‘짜증’이 솟구쳤다. 처음 하는 육아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그 와중에 짬을 내어 병원 예약, 검색, 의사 비교라니.
이 모든 게 너무 귀찮고 억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 덕분이었을까.
슬퍼할 틈도, 절망에 빠질 여유도 없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엔 병원 검색하고, 깨어 있으면 같이 놀고, 틈틈이 병원에 전화해서 초진 예약일을 앞당겨야 했다.
그렇게 슬픔을 밀어내며 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들이 생겼다.
1. 바쁘게 움직이기 – 생각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면 감정이 따라온다.
2. ‘왜 나야?’라는 질문을 멈추기 – 끝없는 미궁, 빨리 빠져나오는 게 살길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왜 하필 나야?”
그 질문은 끝이 없고 답도 없다. 계속 붙들고 있으면 감정의 늪에 빠진다.
어떤 병이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고, 이번엔 나에게 일어났을 뿐이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치명적인 방사능 노출이지만, 그건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왜?”라는 질문을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를 묻기 시작했고, 마음의 무게가 꽤나 가벼워졌다.
3. (매우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감사하기 – 암을 임신 전이 아니라 출산 후에 알게 된 건, 정말 다행이었다.
특히 나는 늦은 나이에 출산을 결심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만약 임신 전에 갑상선암을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몸이 아프다는 현실보다,
그 아이와의 삶이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자체가 더 두렵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도, 나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4. 작은 실행을 하며 감정 돌파하기 – 예약 하나만으로도 ‘조금 나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 나는 이미 내가 암일 거라는 걸 90%쯤은 확신했던 것 같다.
병원 예약을 시도하고 취소하고 다시 잡는 과정을 겪으며, 처음엔 흥분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점점 가라앉았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실행’으로 옮기고 나니,
혼란스럽고 감정적이었던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도 비로소 방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안에 있던 또 하나의 특성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이성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계획을 세우며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후의 투병 과정에도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5. 내 병을 바로 알기 – 정보가 쌓일수록 불안은 작아진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자, 이제는 내가 앓고 있는 병을 제대로 알아야 할 차례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정말 우왕좌왕했다.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해도, 정리된 정보나 이해하기 쉬운 설명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정보는 너무 많았고, 오히려 그 양에 압도되어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때의 나처럼 막막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직접 찾아보고 도움이 되었던 정보들을 정리해본다.
유튜브 <갑상선 브로스>
강남세브란스 장항석, 장호진 교수님이 운영하는 채널.
대한민국 갑상선암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명의들이며, 실력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공감과 태도에서도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다.
갑상선암과 수술, 치료 후 관리까지 매우 정확하면서도 쉽게 풀어 설명해주며, 특유의 유쾌함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박정수 교수님의 책 《갑상선암 진료일지》
갑상선암 진료와 수술 경험이 풍부한 갑상선암 분야 최고 명의 박정수 교수님의 기록.
책에는 단순한 의학 정보뿐 아니라, 의사가 환자와 마주하며 어떤 마음으로 진료하고 수술하는지가 담겨 있다.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갑상선암의 흐름과 구조가 정리되어 있는 걸 느끼게 된다.
읽고 나면 “우리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니” 싶은 고마움과 안도감이 남는다.
EBS <명의> 갑상선암 편 – 박정수 교수, 김훈엽 교수
EBS 건강 다큐멘터리 <명의> 시리즈 중 갑상선암 관련 회차.
실제 수술 장면과 진료 과정, 환자 인터뷰 등이 담겨 있어, 치료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시청권(1개월)을 구매해야 볼 수 있는 점이 아쉽지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사람에겐 꼭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대한내분비외과학회 – 일반인을 위한 갑상선 소책자
공신력 있는 공식 기관의 자료.
대한내분비외과학회 홈페이지에서
[내분비질환 바로알기] → [갑상선 바로알기] → 화면 아래
《일반인을 위한 갑상선 소책자》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설명 덕분에, 정신이 혼란스러운 초기에 읽기 정말 좋은 정보 정리본이다. 시간을 내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소책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https://www.kates.or.kr/content/info/info.php
네이버 카페 [갑상선포럼]
이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갑상선암 환우와 보호자들의 정보와 경험이 모인 곳이다.
처음 가입했을 때는
‘이렇게 솔직하고 빠른 답변들이 달리는 곳이 있을까?’ 하고 놀랐을 정도였다.
직접 겪은 이들의 생생한 조언은
공식 정보보다도 훨씬 실질적인 도움과 위로가 되곤 한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광고성 게시글도 간간이 올라오니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정서적으로 외롭고 막막할 때 이곳은 꽤 든든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이 정보들은 내가 가장 불안하고 흔들릴 때, 나를 안정시켜주었던 지점이다.
지금 당신이 막막한 마음으로 검색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 중 하나만이라도 꼭 참고해보길 바란다.
정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검사’를 받기로 했다.
다음 편에서는 그날 병원 침대 위, 내 마음속 소음을 적어보려 한다.
※ 매주 금요일, 이 기록을 이어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