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정말일까 싶던 그 날의 이야기
작년 가을, 갑상선암 진단부터 수술, 회복까지의 기록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했었어요. 3화까지 올리고 나서 멈추고 있었습니다. 회복도 완벽하지 않았고, 복직을 하면서 육아까지 병행하기에 힘에 부쳤어요.
그리고 몸이 많이 안좋아져서 다시 휴직을 시작했고, 다시 한번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써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아래 글은 작년 10월에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재발행할 계획으로 다듬어 본 글입니다.
6개월 딸을 키우던 23년 9월에 갑상선암이 발견되었고, 약 7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갑상선 전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이가 발견되어 동위원소 방사성 치료까지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황망함, 절망감, 감사함, 긍정과 희망 등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을 모든 분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갑상선암 환우분들이 읽고 계신다면,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파이팅!
2023년 9월 20일.
이 날짜는 내 머릿속에 콕 박혀,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6개월 된 아기와 함께 아침을 보내며 이유식을 먹이고, 노래를 불러주며 웃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는 날 보며 옹알이를 했고, 나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평화롭고 다정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남편이 일찍 퇴근해주었고 나는 오랜만에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얻었다. 동네 영상의학과에서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한 날이었다. 2020년 왼쪽 유방에서 섬유선종이 발견된 후, 나는 매년 추적 검사를 받아왔지만, 그 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까운 병원으로 예약을 잡은 것이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유방 초음파와 함께 갑상선 초음파도 같이 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네, 그러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그 무심한 대답 하나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될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유방 초음파 검사는 금세 끝났다. 수유 중이라 영상이 흐려서, 수유를 중단한 뒤 다시 찍기로 했다.
반면, 갑상선 초음파는 오래 걸렸다. 한참 동안 의사는 같은 부위를 계속 캡처했고,
‘따닥, 따닥, 따닥’
특유의 소리가 반복될수록 불안감이 차올랐다. 그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의사가 다음 부위로 넘어가지 않고 한 지점에서만 기기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 말은 하지 않지만 이미 뭔가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는 것을.
검사가 끝난 뒤 진료실에 앉자, 의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해보신 적 있으세요?”
“네, 2020년 4월에 했었어요. 그땐 단순한 혹이 있다고 했어요.”
“지금은 갑상선 전체적으로 염증이 있어서 지저분하게 보이고요, 왼쪽 이 부분에 석회화된 부위가 보입니다.
2020년에 괜찮았다면 최근에 새롭게 변화가 생긴 거로 보이네요. 세침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물었다.
“그럼… 암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의사는 망설이듯 대답했다.
“지금으로선 단정할 수 없지만,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임파선도 같이 확인했는데, 그쪽은 깨끗해요.”
진짜 말 그대로, ‘멍…’ 했다.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왔지만, 그 한 장이 내게 남긴 무게는 너무 컸다.
종이에는 ‘세침흡인세포검사’라는 항목이 체크되어 있었고, 그 단어 하나가 내 삶 전체를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사는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고, 나는 갑작스럽게 직면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황당한 마음뿐이었다. ‘새로운 변화’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뭐가 어떻게 변했다는 거지?’
간호사실로 가니, 내가 평소에 먹고 있는 오메가3 때문에 지혈이 어려워 당일 검사는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오메가3 복용을 잠시 중단한 뒤, 5일 후로 검사 예약을 잡았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엔 물음표가 백만 개는 떠다녔다.
‘나… 혹시 진짜 암인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검색을 해보았다.
‘갑상선 석회화는 90% 이상이 암이다’라는 문장을 마주쳤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의사의 그 말,
‘새로운 변화’ 가 내 머리를 정통으로 후려친 듯 얼얼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암이라고? 정말로?’
아니겠지.
설마.
제발… 아니길.
나에게는 세침검사라는 단어가 남겨졌다.
다음 글에서는, 그 ‘검사’를 기다리며 겪었던 마음들을 꺼내보려 한다.
※ 매주 금요일, 이 기록을 이어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