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을 싫어하는 나의 네 발 친구에게
매일 밤 졸음이 달라붙기 시작할 때면 반년 전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실리콘 칫솔을 검지에 끼고 바나나 향이 나는 치약을 꼼꼼히 묻힌다.
그러는 동안 내 네 발 친구는 발 밑에 얌전히 앉아 매일 먹는 그게 먹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내 손 끝을 가만히 지켜본다. 손가락을 쑥 내밀면 바나나라고는 전혀 닮지 않은 바나나 맛 액체를 샅샅이 핥아 먹고는 콧등을 찡긋찡긋하며 마지못해 조그마한 쌀알을 드러낸다.
왜 이런 짓을 매일 밤마다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도 쌀알을 마지못해 내보인다. 이 조그만 쌀알들을 정성들여 닦으면서 나는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일초만 더를 외친다. 오늘도 반도 채 못 닦고 아쉽게 입 안에서 검지를 뽑으며 보드라운 이마깨를 쓰다듬는다.
"옳지, 잘했어."
다리를 길게 뻗으며 누운 내 네 발 친구의 보드라운 배에 코를 박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아프지 말고 오래 같이 살자는 진부한 말을 소리내 말했다.
개와 산다는 게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슬픈 일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