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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버튼 누르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눈물 한 움큼, 쪽찌 하나,

by 레나 Lena

뇌종양 시한부 한 달을 선고받은 반려견, 그리고 공황장애와 만성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나. 우리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평생 글과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다. 예전에 우연히 읽었던 브런치의 글들 때문이었을까? 이상하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문장들, 화면 너머에서 전해지던 사람 사는 냄새, 포근한 온기. 신선한 충격이었다. 글을 읽는데 거부감이 없다니, 그러나 곧 잊혀졌으며, 내 머릿속에 '브런치'의 이미지는 '포근'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졌을 때 브런치를 찾았다. 작가 승인 소식을 받자마자 첫 글을 고심하며 써 내려갔다. 물론 제대로 정리해 본 적도 없는 수많은 생각들이 엉키고 엉켜 무엇부터 꺼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첫 글을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이어나갔다. 하지만,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손가락이 굳었다. 왜였는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한 줄, 두 줄 써 내려갈수록 점점 모니터가 점점 뿌옇게 변했고, 어느 순간 오열하는 나를 발견했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버겁다. 아, 그렇구나. 말로든, 글로든, 꺼내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창을 닫는다.


약 1년 흐른 후, 문득 떠올라, 저장된 글을 다시 열었다. "왜 발행을 안 했었지?" 과거를 잊은 채 문장을 다듬어본다. 어라? 또다시 화면이 뿌옇게 변했다. 그제야 깨닫는다. "아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었지." 이번엔 눈물을 훔치며 한 발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발행' 버튼을 눌렀다. 그 이후에도 한참을 엉엉 울었다. 한참 지나고 나니, 엉키고 설켜있는 무언가로 가득 차있던 내 마음 속 한켠에 아주 작지만 고이 접힌 작은 쪽지 하나가 놓여졌다. 딱 그만큼 치유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고유의 의미를 지닌 쪽지를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 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품어본다. 브런치는 내게 그 쪽지들을 펼쳐 보관할 수 있는 테이블 같다. 과하게 꾸미지 않고 진심이여야 그대로 놓일 수 있는 자리. 나는 이 테이블 위에 매주 작은 쪽지 하나씩을 올려두려 한다. 누군가가 우연히 지나가다 읽고, 마음 한 칸이 조용히 비워지길. 내가 느꼈던 '포근함'을 보답할 수 있기를.


언젠가 이 쪽지들이 모이면 한 권의 얇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목표는 더 단순하다.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계속 쓰는 것. 내 안의 여러 실타래를 풀어가며, 동시에 누군가의 삶 속에 작은 빛 한 점을 남기는 것. 이것이 내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이다.


포근한 자리에서 시작된 작은 글들이 서로의 정원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살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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