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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조한 글쓰기 Jul 23. 2021

당신의 일은 어디까지입니까?

중국집에서 느낀 업무 설정의 중요성

혹시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서 어디까지가 나의 일이라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일의 범위 설정이 주는 엄청난 나비효과에 대해 공유하려 합니다. 이 생각은 우연찮게 중국집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지인과 백화점 내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한 고객의 불만이 들려왔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주문한 탕수육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요리가 너무 늦다고 몇 차례 물어본 것 같았습니다.


탕수육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요리도 아니고, 사람도 만석이 아니었는데 의아했습니다. 아무튼 장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제 눈과 귀를 끄는 것은 그 서빙하는 친구의 모습이었습니다.


제대로 주문을 넣었는데...
주방에서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시 주방에 이야기해볼게요.


이 서빙하는 친구는 일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엔 '손님에게 주문을 받아, 주문을 입력하는 것'까지가 업무로 판단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러니 그 뒤에 일에 대해서는 '난 내 일을 잘했고, 주방에서 실수했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이지요.


당연히 이 말을 들은 손님은 아까 말했을 때, 왜 확인 안했냐고 따지셨습니다. 그 서빙하는 친구는 억울했을 것입니다. 본인 실수가 아니라, 주문지를 제대로 안 본 주방 실수였으니까요.


그러나 일의 범위를 조금 다르게 설정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이 서버가 '손님에게 주문을 받아, 음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업무를 설정했다면 많은 일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런 일의 범위 설정에 따른 차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대처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음식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서버는 아마도 탕수육이 너무 늦게 나온다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미리 이상하게 여기고 주방에 확인하는 것이지요.


만약 바빠서 고객의 불만을 처음 들었을 ,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달해야 하는 음식'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 중국집에서 본 친구는 주문서(POS)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제대로 주문 들어갔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입니다. 고객의 질문이 "저희 탕수육 주문 들어갔나요?"였기 때문이죠. 이렇게 업무의 목표가 '정확한 입력'이었기 때문에, 서버는 본인의 일을 완벽히 수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2차 고객 불만이 터진 시점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입니다. 그제야 주방의 실수를 알아채고 이야기해도 돌이키긴 어렵습니다. 만약 그 서버가 본인의 업무 범위를 조금 더 넓게 설정했다면, 그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혼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친구였다면, 1차 불만을 듣고 주방에 말해 양을 좀 더 부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고객님께 전달하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일부러 양을 더 드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어땠을까요? 문제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수도 있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의 차이는 여기에 있는  같습니다. 일을 하면 무조건 실수도 나오고, 실패도 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업무범위 설정에서 나오는 후속대책과 태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의 달성 범위를 줄이면 줄일수록, 책임질 일도 줄어들고 일도 편하게 느껴집니다. 정확히 음식을 고객님께 제공하는 것보다 POS 주문을 정확히 입력하는   쉬우니까요.


그렇지만 실제 업무가 그렇게 쉬워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서빙 업무는 같으니까요. 그러나 문제 상황에서의 처리와 그에 따른 주변에서의 인정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아마  서버는 집에 가는 길에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아 주방에서 실수해서,
괜히 나만 욕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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