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올레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오시마 여객터미널이 무나카타-오시마 코스의 출발점입니다. 일행들이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더 젊거나 나이 드신 분들도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이 50~60대 분들입니다. 걷는 여행에 좋은 나이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또래와 함께하니 편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규슈 올레 표시인 파란색과 다홍색 리본 표시를 따라 걷습니다. 미타케 산을 오르고 바다를 바라보며 들길을 걷습니다. 마을에서는 꽃이 핀 벚나무들이 많았는데 산길에서 만난 벚나무는 아직 가지만 있습니다.
그늘과 양지쪽은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어두운 숲 속 그늘을 힘들게 올라와 땀이 좀 날 듯합니다. 평편한 바위에 앉아 물 몇 모금 마십니다. 내려가는 길은 햇살 부드러운 양지의 오솔길입니다. 오르막 그늘을 헉헉거리며 왔다가 내리막에서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걷노라니 아름다운 섬의 풍경도 좋지만 올레길을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떠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길을 걸으며 땀 살짝 흘리고 물 조금 마시는 것, 그늘과 양지를 들락거리는 것 이런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이 길을 걷는 매력인가 봅니다.
두 시간 정도를 걸어서 당도한 곳은 오시마 섬에서 최고의 경치가 펼쳐진다는 풍차전망대입니다. 우리나라 부산 쪽으로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커다란 풍차가 있습니다. 풍차 주위에는 소들이 풀을 뜯는 목초지가 있고 그 사이로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전망대에 사방을 둘러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쉽니다. 이곳의 풍광도 좋지만 이 봄날에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하늘과 맑은 공기만큼은 무척 부럽습니다.
고3 큰 아이는 학교 기숙사에 있는데 감기에 걸렸습니다. 코도 막혀 숨쉬기 불편한데 미세먼지 때문에 기침마저도 시원하게 못한다고 합니다. 중3 둘째는 아침에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미세먼지가 유독 심한 경우라지만 모두가 겪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걸림 없는 편한 호흡을 하고 있자니 딸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오시마의 좋은 풍광과 더불어 아빠의 염려도 같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