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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목 Mar 25. 2019

오시마 섬으로 가는 길

규슈올레  무나카타-오시마 코스

 


  일본 규슈에는 비행기로 가고 다시 무나카타항에서는 배를 타고 오시마라는 섬으로 갑니다. 배를 탄다거나 섬에 간다는 것이 어쩌다가 한 번씩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이번에 걷는 올레 코스는 다른 곳보다 더 기대가 되는군요. 규슈 올레 여러 길 중에서 섬에 만들어진 유일한 코스라고 하니 가는 내내 셀렙니다. 길을 걸으면서 섬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한가득 채워 갑니다.



    가볍게 흔들거리는 배에 오릅니다. 항구에서 멀어지자 배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 카메라를 꺼냅니다. 갑판 위로 올라가 사진기를 메지 않은 쪽 허리를 난간에 기대고 섭니다. 얼굴로 바로 쏟아지는 햇빛과 바닷물에서 흩어지는 무지갯빛 산란광에 두 눈썹 사이가 저절로 좁혀지네요. 미간을 찌푸리는 것은 배의 후미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디젤엔진 매연 냄새 때문이기도 합니다. 햇빛과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반대편 쪽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등으로 햇살을 받고 가슴으로는 바람을 맞으며 겨울 사그러들고 봄 일어나는 오시마 섬으로 향해 갑니다.


   

   모자를 벗습니다. 바다 쪽으로 크게 뚫린 창틀을 통해 불어오는 짠내 섞인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립니다. 승객들이 난간에 의지해 창틀 한 칸 한 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파랗게 흥얼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섬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 사람들 뒤에서 배의 여유로운 흔들림에 박자 맞추어 몇 줄 편지를 쓰는 아빠. 올레길 출발지로 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지금입니다.



   큰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배 안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 긴장했었던 이야기를 씁니다. 규슈에 오기 며칠 전에 고3 학부모 설명회에 갔었는데 조금 긴장되었습니다. 1학년 초에 아이 엄마랑 같이 설명회에 갔었고 2학년 때에는 빠졌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일은 제쳐두고 참석했었습니다. 큰 아이에게 아빠가 긴장한 것은 오랜만에 참석해서라기 보다는 3학년이라는 압박감이 강당을 꽉 누르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씁니다. 봄날 오시마 섬으로 향해 가는 배 안에서 느긋하게 편지를 쓰고는 있지만 입시를 생각하면 고3 학부모의 긴장을 떨쳐버릴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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