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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준 Jun 12. 2020

어서 와 결혼은 처음이지??-제2화-

제2화 첫 만남

연락을 계속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천천히 알아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야구를 좋아하고 아이를 좋아하며 고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이야기하고 나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는 그런 여자였다. 우리는 카톡을 주고받으며, 하루하루 그렇게 무난한 대화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런데 어떤 대화가 비슷해지면 그때는 서로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우리도 서서히 연락만을 하며, 만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며, 맺고 있는 관계들에서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연락처를 리셋하며,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만을 남겨 놓았다. 나는 소개받은 사람이 마음에 걸렸다. 연락처를 지워야 하나? 아니면 남겨둬야 하나?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사람인가?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까? 이런 생각에 잠긴 끝에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열어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우리 만나요" 그녀의 대답은 "좋아요"였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연의 끝에서 한걸음 뒤로가 아닌 한걸음 앞으로 서로에게 내디뎠다.


신촌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의 약속의 성지인 신촌 유플렉스 앞 빨간 잠망경 앞에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둘 다 마포에 살기에 신촌이나 홍대가 가장 만나기 좋은 장소였다. 카톡의 프로필로만 접했던 얼굴을 이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같이 찾아왔다. 반대로 그녀도 나의 카톡 프로필에서 보이는 사진만 본 지라 나는 사진과 똑같은 옷을 입고, 최대한 사진과 같은 얼굴을 하고 나가려고 했다. 행여 사진보다 못나 보일까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이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혹은 얼굴을 보고도 "그 사람이 아닐 거야" 라며 스쳐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생길까 봐 최대한 비슷하게 하고 나갔다.



약속 장소에 나가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날은 10월 3일 개천절이었다. 아직 낮은 싸늘해지기 전이었고, 밤은 찬바람이 부는 그런 날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 시선에 머무는 한 사람이 다가왔다. 나는 보자마자 "앗 저 사람만 아니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연세대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신촌 홍대에서 자주 보이는 이상한 종교의 포교 활동인 것 같았다. 나는 단숨에 뿌리치고 그녀를 기다렸다.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시금 내 눈에 한 사람이 머물렀다. 무언가 사진과 비슷해 보이는 외모와 이미지였다. 무언가 빛나 보일 거라는 나의 소개팅 로망과는 달리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진보다 아름다웠다. 다가오는 순간 그녀인 것을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잘 찾아오셨네요" 나의 첫마디였다. 그녀는 어색해하며 인사를 하고 우리는 침묵의 007 빵 게임을 하 듯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그녀도 나도 치킨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치킨을 먹기로 했고, 그곳으로 향했다.



 신촌 잠망경에서 치킨집들이 많은 골목으로 들어서기까지는 딱 2블록 정도 이동하면 된다. 시간으로는 약 3분이 안 걸리는 거리다. 우리는 그 거리를 걸어가며, 침묵과 어색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 길은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원정대 프로도 일행이 반지를 파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치킨집에 도착했다. 신촌에서 꽤 유명한 치킨집이라 대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켰다. 좋아하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이야기해서일까? 그녀의 입담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영양학과 관련된 전공으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의 세계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분야였다. 나는 주로 인문학과 심리학, 예술의 분야를 접했고 주변 사람들도 다 나와 비슷한 학문분야의 사람들이기에 영양이라는 학문이 나에게는 굉장히 새로웠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반, 궁금증 반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다. 내가 하나를 질문하면 100개의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손바닥만 한 핸드폰 액정 안에 감정을 다 담을 수 없는 글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감정은 풍부했고, 말을 꽤 잘했다. 그리고 공기에 흐르는 어색함을 지우려 말을 하는 모습들이 나에게는 배려로 느껴졌다. 나는 내 얘기보다는 그녀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줬다. 이 부분은 나중에 서로 소개팅 날을 추억하며 진실을 말해서 알게 되었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핑크빛 설렘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뭐지 말할 타이밍을 왜 주지 않은 거지?"라는 진실이었고, 그녀의 입장에서는 "왜 자꾸 내 얘기만 하는 거지?"라는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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