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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삼십대 Jan 03. 2020

이번 주말엔 드디어 '내 이야기'를 하고 올게요!

케케묵은 나의 속마음에게 휴식을 주는 '독서모임'


나, 이야기가 좀 하고 싶어. 매일 하는 그런 이야기 말고 말이야.




몇 달 전, 우연히 한 기사를 읽었다.

영국에는 '외로움'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어 이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관까지 임명했다는 줄거리.

이 기사를 읽고 난 후, 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왜 우린 하루 종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직장인인 나는 회사에 나가는 것만 해도 순식간에 몇 백여 명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지나가는 행인, 그리고 대화를 일상적으로 나누는 친구들과 가족을 포함하게 되면  나와 스치듯 관계를 맺는 사람만 해도 1천 명 정도는 금방 된다. 이런 나조차도 가끔씩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할 적당한 기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마음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일상적인 생활이 너무나 루틴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해서 내가 지금 마음속에 두고 있는 이야기들은 나도 느끼지 못한 채 그대로 잊히고 있진 않을까?


누가 일상생활에서 나에게

'정말 잘 있는지.'

'요즘 어떨 때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지.'

'아무 제약이 없이 뭐든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뭐부터 하고 싶은 지'

'최근 들었던 말 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말은?' 등을 묻는가.

사실 아무도 없다. 이런 질문을 묻는다 해도 지나가는 안부인사 일 뿐 실제로 진지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나다움'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이다.

내가 잘 있는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 지, 난 도대체 뭘 하고 싶은 지,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이 설레는지에 대해 스스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야말로,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아닐까?


이렇게 사람은 나를 잘 알고 가장 나다워질 때 빛이 난다.

다른 사람의 옷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로 꽉 채워진 꼭 맞는 옷을 입은 존재일 때 우린 빛이 난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린 우리답게 만들어지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는다. 

나조차도 스스로에게 던지다가 이내 쑥스럽고 귀찮아져서 종종 그만 두곤 한다.

 







그래서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만남을 열어 보았다.



이름하여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 독서모임'이다.

난  이 모임을 통해 최소한 우리가 만나는 3시간 동안 가장 나다운 답변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에게 열어두고 싶었다. 말은 내가 하고 상대는 듣게 되는데, 사실 상대보다 내가 말하면서 스스로 듣고 깨닫는 게 많은 모임. 

아주 오랜만에 나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달하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단 말이야?'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이 올 것이라 믿기에.



[책 선정] 여덟 단어 _ 박웅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자, 나의 인생을 반으로 나눈다면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난 어디에 내 촉수를 열렬히 열고 살아가는지 탐색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가 되었다. 연례 의식처럼 항상 연말과 연초에 읽고는 하는데, 이 책을 다른 분들과 함께 읽으며 또 내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일시] 2019년 12월 22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 북티크 서교점

북티크는 내가 최초로 독서모임을 시작한 공간이다. 이때 고전소설 읽기를 했는데, 그때 읽은 책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고전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알려준 곳이라 애틋하다. 


[참여지] 총 7명 

인스타그램을 통해 총 7명이 모였다. 일요일에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소중한 분들.

한 분 한 분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우리가 함께 보낸 4시간 동안 난 또 6분의 마치 자서전의 일부와 같은 인생을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으며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또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고민하던 답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 중 나의 이야기]

*다른 분들이 하신 이야기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에, 제 이야기만 적습니다.


1) 우린 서로 상대방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적어 내렸다.

내가 선택한 한 문장은 '너 생각이 났어'. 뭘 보던, 먹던, 꿈을 꾸던 어떤 것을 통해 나를 떠올렸던 건 너무나 대단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 우리 팀에서 함께 기획한 네이버 웹툰을 보고 친구가 '이 웹툰을 보고 너 생각이 났어.' 라며 나에게 링크를 주었다. 소름이었다. 내가 기획에 참여한 창작물에 나의 숨결이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나를 떠올렸다는 것만 해도 참 설 공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외에 다른 이야기는 '안 뚱뚱해요.' '널 믿는다.' 등이 있었다. 





2)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같이 산다.'라는 부분이었다. '개와 같다'라는 표현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의미한다. 밥을 먹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밥을 먹는다. 마치 이 쌀밥을 내가 세상에 처음 맛본 것처럼 맛있게 먹는다. 이렇게 먹다 보니 자주 먹는 된장찌개 조차 아주 새롭게 느껴졌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참 현재 세대에는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 회의 요청, 자료 요청, 메일 등으로 인해 일터에서도 온전히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또 침대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간직하고 싶고, 이 문구를 또 공유하고 싶기도 해서 핸드폰을 켜면 그 상태로 의미 없이 10분은 핸드폰을 만지게 된다.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그래서 난 더더욱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순간을 자주 만들기' 위해 트레킹을 떠난다.

우리가 최근에 떠났던 뚜르 드 몽블랑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1. 일어난다.

2. 아침을 먹고 화장실을 간다.

3. 5-8시간 걷는다.

4. 씻는다.

5. 먹는다.

6. 잔다.


이 단순한 6가지 여정 속에서 난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해 요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지치고 힘들고 아름답고 눈물에 겨워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걷는 동안 이 순간이 가장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내 눈에 비치는 저 품 경들은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오직 내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고 내가 보고 있는 것들에만 신경을 곤두 세운다.


밥을 먹을 때도 하루 종일 걸어 바닥난 체력을 드디어 보충한다는 생각에 쌀 알 하나하나도 감사하게 씹어 먹는다. 물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심지어 씻을 때도 하루 종일 내 몸과 배낭을 버티느라 고생한 다리 하나하나도 정성 들여 씻어준다. 


이래서 난 트레킹이 너무나 좋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그 맛.





3) 올해 가장 뿌듯한 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서로 나누며 내가 조금은 닮고 싶은 분을 만나다.

오늘의 만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한 가지 이기도 한데, 바로

1. 스스로 계획을 한다.

2. 그 계획이 1순위로 중요하다. (갑작스럽게 친구 약속이 생겨도 계획된 것을 하고 만난다)

3. 그 계획을 결국 1년 동안 잘 실현했다. 

작심삼일도 길다. 작심 일일을 했던 나를 돌아보고 정확히 1월 3일부터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30분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에게 있어 가장 뿌듯한 일을 역시나 '덕업 일치'이자 버킷리스트를 이룬 일이었다.

올해 남편과 함께 버킷리스트에 있던 뚜르 드 몽블랑과 칠레/아르헨티나 트레킹 여행을 다녀왔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걷기 여행길 사업을 담당하면서 참 많이도 배우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많이 과분하게 행복했다. 

행복함으로 가득 찬 2019년, 이 기운을 모아 2020년도 참 잘 보내고 싶다.




4) 책을 서로 선물해주기.

우린 서로 집에 있던 책을 한 권씩 가져오기로 했다.

내가 준비한 책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라는 책이었고, 이 외에도 피천득의 인연,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등 정말 재미있는 책이 많았다.

우린 돌아가면서 서로 가지고 온 책을 약간 소개하고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지 그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준비한 책을

"여행을 곧 앞두신 분이 편하게 이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책을 그 여행지에 두고 오셨으면 해요."라고 설명했다. 과연 핀란드 어딘가에 그 책이 놓여 있을지 궁금하다. 






5) 우리의 소중한 추억 남기기 

우린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눈 후 마쳤다.

나를 포함해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이 '참 따뜻했다.'라고 느끼시길 바랐다. 

요즘 날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소 얼어붙어 있는 편이기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온기로 서로의 마음을 녹여내리는 시간이 되었길 :)












독서모임은 결국 나를 위한 모임이다.

책을 읽기 위한 모임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내 이야기를 온전히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일 하는 그런 이야기 말고,

나다움을 발현하고 찾고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길.

그러다 혹시라도 서로가 나다움을 심하게 잃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다움을 일깨우며 손 잡아주는 관계로 남길.


이것이 제가 독서모임을 하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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