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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y 24. 2022

귤꽃의 에로틱한 시간

5월 제주 귤꽃향기

"귤꽃의 에로틱한 시간"



                                                김 리 아



귤꽃향 마시고 싶다며


나른한 오후에 귤밭 온 당신


귤꽃향 흐리다며 투덜투덜


이봐요


내가 당신 위해 향 모으고 뿌리는 게 아니거든요



귤꽃향 마시려면 나의 허니비가 출근할 때 오세요


나의 허니비는 햇살이 데워지기 시작하는 아침 10시에 출근하거든요


날개를 퍼덕이며 붕붕 웽웽


시동도 요란하게



햇살이 데워지는


아침 열 시


그가 올 시간이예요



그를 위해 품어왔던


나의 귤꽃향



호나


두이




다솟



다섯 장의 꽃잎


하나 하나 벌리며



그를 부르는 향기


그가 오는 소리


붕붕 웽웽



그를 위해 모아둔  


나의 향이 진해지는 아침



햇살이 데워지는 아침 10시


그와 나의 진한 딥키스는 그 때 시작됩니다


꺽꺽 푸드득 못볼 거 봤다며 꿩이 날아가고


하얀 나비는 우리 사이 맴돌며 살랑살랑 놀려대고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고



모아두었던 나의 향기


가장 진해지고 풍부해지는 아침 10시


귤꽃향 마시려면 아침 10시에 오세요


꿀벌애인이 출근하는 아침 10시



가느다란 달


둥근 보름달 되었을 때


콜라겐 가득 탱글했던 꽃잎은


검버섯 생기며 시들고 있네요



이젠 나의 향도 바람결에 온데 간데 없고  


햇살이 데워지기 시작하는 아침 10시


그는 오지 않네요


다른 향을 찾아 갔겠죠


   


괜찮아요. 보름이면 족해요


그와 나의 달코롬한 보름의 사랑


충분해요. 좋았어요. 고마워요.



노란 보름달


귤꽃 위 노란 암술에 내려 앉아


단단한 작은 유두 되어 꽃 밑에 봉긋,


우리 사랑의 열매, 아기귤로 태어납니다.



그래요.


이제


엄마가 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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