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나의 시간들을 기록해가자는 다짐은 어느덧 6개월이 지나 22개의 글이 되었고 곧 구독자 수도 100명을 바라본다. 엄청난 공유수와 구독자수를 가진 작가님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숫자와 결실들이다. 모든 경험들과 시간을 남길 수는 없지만, 시간의 흔적들을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새겨놓고 싶다. 시간이 지나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도 기록을 읽으며 되새기고 다시 배울게 있을테니까.
회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1~2주쯤 시간이 지나면, 어떤 글을 올려야 될지에 대한 부담이 몰려온다. 카페에 앉아 이번에는 어떤 글을 올릴까 생각하며, 요즘 나의 일상을 관통하는 몇가지 주제를 리스트업 했다. 그 중에서 어떤걸 글로 남기는게 좋을까, 서비스 분석글의 조회수가 높으니 오랜만에 써볼까 등의 생각들을 하던 중 요즘 느끼고 생각한 것들, 변화들을 짤막하게 회고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사소한 생각들과 변화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1. 책을 읽었다. 언카피어블, 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한달 전쯤 대표님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추천 받았다. '언카피어블', 스퀘어라는 소형 결제기 회사의 공동 창업자 짐맥켈비가 쓴 글이었다. 받은 후 2주 정도를 책상 위에만 두던 중, 이제는 읽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출퇴근을 하면 읽기 시작했다.
당장 모든 내용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언카피어블에서 저자는 '기업가 정신'을 안전한 성벽의 밖으로 나가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혁신은 혁신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생존의 방법이 없을 때 택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방법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은 현신들이 지속적으로 쌓일 때,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점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분명히 더 많은 잠재 고객들이 있음에도 시장은 어느 순간 멈춘다. 멈춰버린 시장 밖(성벽 밖)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혁신 기업은 만들어지고, 분명 기존 시장(성벽 안)의 기업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음에도, 혁신 기업은 기존 기업들의 위협과 방해를 받는다. 이로 부터 버티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집념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많은 도전과 영감을 얻었다. 내가 창업했던 들었던 '위험한 사업'이라는 말들과 이를 수긍했던 나의 마음. LG/삼성과 계약을 성사했음에도 어리다는, 미래는 불안정하다는 생각으로 집중하지 못했던 과거들.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는 도전과 집념, 끈기라는 배움을 얻었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혁신 기업들이 그랬듯 나또한 매일 똑같은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한편 언카피어블을 읽고 나자, 더 많은 책들과 텍스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짧은 아티클로만 접했던 Hook을 시작으로 리더십, 인문학 등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영상과 짧은 글에만 익숙해졌던 탓에 긴 호흡의 글을 읽는게 쉽지 않았는데, 목표지점까지 참고 뛰는 런닝을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는거 같다. 앞으로도 독서 습관을 꾸준히 지키고, 리뷰를 브런치에 올리고자 한다.
2. 서브 스쿼드를 완수했다.
4월 말부터 진행하던 홈 진입 뎁스의 개선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회고를 진행했다. 회사에서 진행한 첫 회고이기에 어색해 할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기대 이상으로 팀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무도 적지 않을것 같았던 KPT에 팀원 각각 의견을 달고, 회고에서 논의할 수 있었다. 기존에 가설로 잡았던 개선 결과와 상반된 결과가 나와 마케터님과 대표님, 우리도 많이 당황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과 추가 개선에 대한 이야기들도 자유롭게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변동되는 등 많이 이슈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경험을 한 나름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2-1. 그럼에도 회고가 동료에게 주는 부담은 어쩔 수 없다.
공감과 존중을 바탕으로, 문제를 직면하는 것은 동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슈를 기억하는 것은 각자의 당사자에게 부담이 된다. 그것이 건강한 부담이더라도 이를 적절히 지지해줄 필요도 있다. 오고 가며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굳은 표정의 동료들을 볼 때,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또 생각하게 된다.
3. 개발자 8명과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
우리 회사의 제품팀은 개발자 8명과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발자 채용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좋은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디자이너/기획자의 경우 정확한 목적과 프로세스를 구축 후 채용하고자 채용 속도를 늦춘 상황이다.
어쨋든 이런 상황에서 기획자인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이슈는 다양하고 많다. 물론 나 혼자 모든 이슈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님/개발자님들이 자율적으로 이슈를 처리하고 팔로우업하는 정도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기에 업무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나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슈들도 많다. 때로는 해당 이슈의 고민과 결정권을 다른 팀원에게 이양할지, 한편으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권을 이양할지 등에 대해 생각해야 할때도 있다.
그렇기에 이슈의 우선순위, 임팩트, 전문영역(누가 처리할 것인지?), 리소스 등을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3-1. 커뮤니케이션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슈를 제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에 대략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획에 대한 질문/변동, 버그의 발견 등 이슈의 내용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슈의 핵심은 비슷한데, 이는 해당 이슈가 사용자/사업에 미치는 임팩트와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리소스의 크기이다.
그렇기에 처음 이슈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발화자는 이슈 뿐만 아니라, 해당 이슈가 가져오는 문제의 크기와 해결하기 위해 예상되는 리소스를 함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환불 과정상의 정산 오류가 있다는 내용만 보고된다면, 이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결제 오류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오류가 실제로는 전체 고객의 0.1%에만 영향을 미치며 실제 발생할 확률은 0.01% 이고, 피해금액이 1000~2000원 수준이라면 해당 이슈의 우선순위는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듦으로, 팀원들의 리소스 낭비를 방지해준다.
4. 내 제품도 잘 사용하지 않는 나쁜 기획자라는걸 깨달았다.
요즘에는 대표님,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엠디 등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있다. 다양한 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저마다 우리 제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획자/PM/PO인 내가 amondz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뿐이란 것도 깨달으며, 내가 바보라는 생각도 든다... (ㅠㅠ)....
3/4Q의 제품 방향성을 이야기하면 대표님으로부터 나의 약점이 amondz의 진성 고객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mondz는 주얼리 버티컬 커머스이기에, 지금까지 내가 진성 고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최근 나의 역할이 바뀌면서 amondz를 더 깊게 이해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면서, 대표님의 말은 크게 다가왔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던 중, 디자이너님과 일정을 논의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던 중에 또 비슷한 말을 들었다. '영석님, 우리 서비스 잘 모르시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말에, 나는 말만 잘하고 허울만 좋았지 정말로 제품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1. 이제는 매일 유저로서 제품을 사용하고, 주얼리를 직접 구매하려 한다.
제품을 기획하며 amondz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였지만, 진짜 유저로서 사용하지는 않았었다. 주얼리를 살 수 있는 쿠폰들도 가족들이 사용하거나, 내가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선물을 위한 때말고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무적으로 더 자주 열심히 amondz를 사용하려 한다. 내가 여자가 아니어서.... 엄청나게 정말 고객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는 못하지만, 이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점점 더 공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제품을 제일 잘 아는 PM/PO가 되는게 2021년 목표다!!!(적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PM/PO로 일하며
많은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결정하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지, amondz를 '주얼리 하면 생각나는 플랫폼'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일지, 나는 어떤 PM/PO로 성장할지 등등.
동시에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때로는 동료에게 직접 물어본다. 나에게 동료가 물어볼 때도 있다.
'어떤 PM, 기획자가 되고 싶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생각나는 것은, 팀원과 함께 성장하고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