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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 Feb 19. 2024

여기는 람페두사

 - 그늘 한 점 없이 길게 늘어진 S자 도로를 따라 헐떡거리며 뛰고 있으면, 하늘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빛을 쏟아 붓고 있어 살갗 그을림이 타닥 타닥 느껴지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팔 위로 기어 올라온 검은 개미가 옅은 날숨으로는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생일날도 아닌데, 잔잔했던 일상이 눈앞 파도처럼 일렁이는 하루가 되어버리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주변에 그 무엇도 없어 나를 비추는 건 오직 투명하고 푸르른 바닷물뿐인 여기는 람페두사다.


 - 그 바닷물에 비친 나를 빤히 쳐다보다 풍덩 빠져버리고 나면, 모르고 지내던 손톱 밑 까시래기가 따끔따끔 나를 괴롭히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가진 것도 없으면서 눈을 떠보니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고 사라져있는, 그런 선잠을 잘 수 있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밤의 어둠도, 붉게 지는 태양도 모두 삼킬 수 있는, 파랑을 잃지 않는 바다가 있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파랑 바다를 보고 있자니, 꼭 그것을 내 손아귀에 담을 수 있는 것 같아, 두 손 가득 물을 퍼내고 나면 결국 그 파랑은 바다가 아닌 하늘이었음을 깨닫는 여기는 람페두사다.


 -  뛰기위해 멈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 이기기 위해 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 웃기 위해 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 여기는 람페두사다.


 - 10초간의 절망과 10초간의 통곡과 10초간의 허우적거림을 지나치면, 30초간 구원이 지속되는 이곳은 람페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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