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남다른 작가의 책
나의 '최애'는 누구일까. TV도, 영화도 챙겨보는 성격은 아니다. 봤던 영화를 여러 번, 그것도 아주 가끔 보는 탓에 새로운 것, 새로운 배우, 새로운 아이돌은 잘 알지 못한다. 언젠가 누군가가 마블에 빠져있어서 마블을 챙겨보기도 했었다. 그 사람은 내가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물었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돈가스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돈가스를 좋아하고 있다. 이런 성격 탓에 '최애'라는 단어가 와닿지 않아 이 책을 나중으로 미뤘다.
강렬한 표지의 첫인상에 한 번, 작가의 나이에 한 번,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의 내면에 한 번 놀랬다. 첫 페이지를 넘길 때 이미 젊은 작가가 왜 아쿠타가와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강렬함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비슷한 류의 소설이 출간되는 요즘 시기에 나는 이런 작품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와서 나의 최애를 찾아본다. 작가의 인터뷰의 말처럼 '최애', 나의 척추와 같은 존재는 누구일까. 단순한 팬심을 넘어서 그 사람의 존재가 나보다 커진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까.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돈을 벌어서 최애의 콘서트와 시디를 산다. 굿즈는 물론 모든 영상과 라디오를 챙겨보고 글을 쓰고 그를 기록한다. 어느 순간 그가 어느 타이밍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조차 안다. 영상의 화질이 좋아지고 발전할수록 눈빛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은 말라가지만 최애의 것들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학교 생활이 불가능하고 최애의 목소리가 아니면 잠들 수 없다. 예전 같았으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누군가한테 온 힘을 다해 몰두하는 것을 나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삶의 이유를 그곳에서 찾았다면 그것은 행복한 삶은 아닐까. 어떤 것도 쉽게 몰두하지 못하는 나에게 '최애'를 가진 주인공이 부럽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것 하나 힘을 쏟기 두려워진다. 애정, 분노 이 모든 감정이 의미 없어지는 것 같다. 나도 최애가 생긴다면, 순수한 열정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나에겐 꽤나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삶을 망가뜨리면서 사랑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모순적이지만 모두가 자신을 객관적이고 사회적으로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최애는 최애의 자리에 두자. 나중에 이 시기를 기억할 때 좋은 추억이 될 것들만 잔뜩 만들길 바란다. 최애를 사랑하는 한 고등학생 소녀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 안에 사랑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그 주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모습이 선명하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쓰듯이 말이다. 21세의 작가는 소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더라. 사람은 복잡하다. 단순하게 캐릭터를 잡는 작가에 작품에 몰두할 수가 없다. 늘 상처 받아있는 주인공이나 늘 분노하는 주인공은 공감하지 못하게 만든다. 담담하게 최애를 사랑하는 주인공 속에서 복잡한 현대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 최애가 있거나 혹은 없어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순수함을 가장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심어서라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줄 것이다.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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