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04 지구도 아빠도 소셜활동이 처음이라
말로만 듣던 백화점 문화센터를 지구와 다니게 되었다.
지난 10월경에 집 주변 백화점의 문화센터에 가 보았더니 겨울학기가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진행되기 때문에 10월 말에 수강신청을 하면 들을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문화센터에 대한 감이 별로 없어서 적어도 몇 살은 먹어야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5개월부터 수강 가능한 수업도 있어서 놀랐는데, 한 편으로는 그런 수업들이 있는 덕분에 지구에게 새로운 자극과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바로 신청했다.
수업은 다양했지만 참여하기 가장 적합한 시간이 월요일 오후여서 그 시간에 맞는 강의를 골랐는데 '당나귀 똥'이라는 수업이었다. 이야기에 맞는 각종 분장을 해 보고 촉감놀이를 하는 수업이라는 설명을 보았는데 그 어린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 지는 직접 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편안히 11월을 보내고, 수업일이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이를테면 '만약 다들 엄마이고 나만 아빠면 어색하지 않을까?', '그곳의 엄마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까?', '지구가 잘 적응할까? 계속 울면 어떡하지?' 등등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첫 수업 당일, 맘마를 든든히 먹이고 지구를 뒷좌석 카시트에 태우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마침 잘 시간이었던 덕분에 고맙게도 카시트에서 자 줬고, 트래블시스템을 통해 수업 전까지 숙면을 이어줄 수 있었다. 마치 첫 수업이라는 걸 아는 양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의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느낌은 '텐션이 엄청 높다!' 였다. 선생님이 크로스로 맨 스피커에는 끊임없이 빠른 템포의 동요가 나오고 있었고, 선생님은 마이크를 통해 큰 소리로 아주 반갑게 친구들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엄마아빠들에겐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등 1인다역을 소화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런 텐션은 수업 내내 이어졌다.
수강인원은 10명 정도 되었고, 혹시 전부 엄마들인가 싶어 둘러보았는데 마침 아빠 한 분이 계셔서 내적 친밀감을 확 느꼈다. (알고보니 마침 휴가셔서 참여하신 것이고 다음 주부터는 못 오신다 하셔서 살짝 아쉬웠다.)
첫 수업 주제는 ‘생쥐는 치즈를 좋아해’였다. 촉감놀이라고 하는데 잘 몰라서 혹시 치즈를 먹는 건가, 그러면 치즈를 미리 먹여보고 알러지 테스트를 해 보고 가야 하는 건 아닌가 했지만 알고 보니 생쥐 옷을 입고 치즈색깔의 볼풀에서 노는 놀이였다:)
또 한 가지 걱정되었던 점은 지구가 아직 앉지 못한다는 것인데, 수업 대상이 5-9개월이었던 만큼 앉을 수 있는 아이들도 많았던 것이다. 실제 수업에서 보니 10명 중 7명 정도는 잘 앉아있고 지구를 포함한 세 명 정도는 아직 앉지 못해 엄마 다리 위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옷을 입고 공들을 만지고 하는 활동들은 굳이 앉지 않아도 엎드리거나 누워서 하는 것이었기에 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문화센터 수업의 꽃은 아마 사진+영상 찍기가 아닐까 한다. 수업이 시작되자 엄마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핸드폰을 쥐고 온갖 각도의 아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평소에 사진이나 영상을 그렇게 자주 찍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질세라 열심히 지구를 찍어주었다. 워낙 생쥐 복장이 귀엽기도 했거니와 나중에 지구가 이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은 사진으로만 알 수 있을 테니!
그렇게 40분이 훌쩍 지나고 수업을 마쳤다. 백화점을 더 둘러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려면 곧 맘마시간인 지구를 위해 유아휴게실에 들려 맘마를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야 했다. 첫 수업에서 워낙 진을 뺀 터라, 그길로 바로 지구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도 카시트에서 픽 잠들어버린 지구가 얼마나 귀엽던지.
역시 처음이 어렵다고, 문화센터 수업은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꿰었으니 앞으로는 부지런히 시간 맞춰 출석만 하면 되겠다. 지구가 아빠와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인데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