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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Mar 15. 2024

대가족과 함께 맞이한 연말

231230 보는 눈이 많을수록 빨라지는 성장


크리스마스와 신정이 모두 월요일이라 많은 기업들이 12월 마지막주를 휴가주간으로 정한다고 한다. 아내의 회사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도 짐을 싸서 본가로 내려와 지내고 있다.



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주일이 넘게 생활해야 하니 지구 물품은 70%는 전부 챙긴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또복이도 함께라서 사료와 간식도 챙기다 보니 짐은 더욱 늘어나서 트렁크를 꽉 채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어른2, 아기1, 강아지1 의 조합은 부피로만 따지면 어른 셋도 채 안 되지만 그래도 각자가 시트 한 자리씩은 차지해야 했기에 말 그대로 4인 가족 여행이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차는 막히지 않고 잘 도착했는데, 도착 당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짐을 전부 옮겨 지구 잠자리와 놀자리를 세팅해야 했고, 분유포트 물 끓이고 이유식을 준비하는 등 일거리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눈에 들어온 것이 여러 가족들 사에 둘러싸인 지구였다.



평소에는 보는 눈이 많아야 2~3명이었다. 나와 아내, 더 쳐준다면 또복이까지. 하지만 처갓댁에 내려오니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지구 외삼촌, 웰시코기 별이까지 4명의 눈이 더 늘어난 것이다.



지구는 처음에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자 낯가림으로 한바탕 울더니 금세 안정을 되찾고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때로는 햇살 같은 미소로 말이다.



돌이켜봐도 항상 많은 가족의 시선을 받을 때 지구는 뭔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거나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래서 이번 연말 휴가에는 지구가 인어공주 자세를 벗어나 앉기를 마스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내와 나누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지금, 지구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구 옆에 누워 까꿍놀이를 하면 이젠 신나서 다리나 팔을 잡고 몸을 들썩들썩 한다. 원래 바닥에 대고 업드려뻗쳐 자세는 잘 했으니, 그걸 응용해서 조금 더 높이있는 내 팔이나 다리를 잡고도 일어나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장모님께서는 이러다 곧 일어나겠다며 신기해하셨는데, 처음 겪는 우리야 말 할 것도 없었다. 물론 아직 앉기도 완벽히 안 되는데 일어서려고 하니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배밀이에 가까운 기기였다면 어느샌가 몸을 띄우고 손과 무릎을 저벅저벅 내딛는 완전한 기기가 완성되었다. 혼자 앉아있는 것도 가능해졌고. 이 변화들이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했던가. 요즘같는 핵개인 시대에는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3대가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복인 것 같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꽤 긴 기간동안 가족과 친척들을 많이 만나 쑥쑥 성장했으니 다음에도 그러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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