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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 Oct 06. 2024

간식이 필요한 순간들

- 달콤함의 힘

      




당이 떨어졌다.


사서교육원에서의 공부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1년 반 걸리는 교육과정을 1년 안에 마치는 과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반 자체의 지원자격이 준사서 과정을 거치고 도서관에서 근무경험이 있는 분들이나 다른 분야의 석사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로 모집되어서 그런지 수업 과정이 매우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주 4일 정도 수업을 듣고, 많은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치려야 했다.


더욱이 데이터베이스 연구나, 데이터 큐레이션 연구, 메타데이터 연구 같은 수업들은 생소해서 그런지 잘 이해 되지 않아 어려웠다.       


그렇게 학기가 점점 진행되어 가며 반 학우들 대부분이 생각보다 벅찬 학교 생활에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과 교육원 과정을 병행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휴직 중이라 그나마 사정이 나아야 했지만 사실상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집안일과 아이 케어도 하는 것은 물론 다른 벌려놓은 일들 또한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독서모임에서 정한 책을 다 읽지 못하는 일이 매달 반복되면서 책상 한편에는 책들이 쌓여갔다. 책들이 점점 쌓일수록 마음도 켜켜이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미술 수업에 지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리던 풍경 그림은 진도가 더디게 나가 벌써 몇 달째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하는 봉사 활동은 도서 정리나 대출 업무 외에도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축제 개최 등과 관련하여 갑작스럽게 일이 많았다. 덕분에 스케줄을 적어놓는 다이어리는 뒤죽박죽이 되고야 말았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쩌다 보니 임원을 맡게 되어 종종 학교를 들락거리며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기도 해야 했다.


여전히 몸이 채 낫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1~2주에 한 번씩 병원에도 가야 했다.

조금만 늦어도 접수가 마감되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오픈런(?)을 하여 병원에 가도 늘 최소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대기를 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글쓰기는 몇 달째 손을 놓은 상태였다.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생각보다 더 벅차게 느껴졌다.


결국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점점 꼬리를 물고 늘어지곤 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직 못다 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 공부가 미래의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종종 넋을 잃고 멍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늘 지쳐있던 나는 그러다 어느 날부터 제법 친해진 같은 반 학우들과 함께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학교를 오고 가며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서로 기다렸다는 듯이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제가 시작한 일이라 어디 가서 힘들다고는 말을 못 하겠고..”라고 시작된 말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끝도 없이 이어졌다.


과제가 너무 많다고, 어떤 과제는 제출 기한이 너무 빠듯하다고, 수업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고, 시험이 다가오는데 그 과목은 문제가 얼마나 어려 울지 걱정이라고....     


서로의 하소연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가끔은 이런 순간이 즐거워서, 더러 “이러려고 학교를 다니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힘듦을 공유하며 우리는 때때 가방을 뒤적여 간식을 나누었다. “밥은 먹고 왔어요?”, “이거 좀 먹어봐요.” 하며 사탕, 쿠키, 과일, 두유, 샌드위치 등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기 위해 간식으로 당을 충전하기도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간식을 나누어 먹는 순간도 즐거웠지만,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집에 가는 길,

좌석 버스에서 간식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이었다.

학교를 다니며 어느새 그것은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 간식들은 대부분 초콜릿이나 쿠키 혹은 사탕 같이 달콤한 것으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였다.


비록 대단할 것도 없고, 많은 양도 아니었지만, 평소에는 자제하려고 했던 간식들을 공부 때문에 힘들다는 이유로 (?) 나름 정당하게(?) 먹는 것이라 그 시간이 더욱 행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늦은 밤, 지친 귀갓길을 위로해 준 건 언제나 그 달콤함이었다.     


나는 요즘도 수업이 끝나면 이동하며 가방 안에 넣어둔 작은 간식을 떠올린다.

곧 좌석 버스로 갈아탄 뒤 자리에 앉자마자 그 간식을 먹을 생각으로 마지막 기운을 내어본다.


이윽고 나는 달콤한 그것을 입에 넣고 맛을 천천히 음미하게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입안의 초콜릿이 스르륵 녹아내리며,

어느새 나는 창가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들 것이다.


달콤함의 힘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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