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택시 타면 어떨까?”
“택시는요? 길이 막힐 텐데요?”
스스럼없이 꺼낸 말 순간 멈칫했다.
‘택시를 타자는 분이 아닌데?’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지프듯 하거나 아픈 데가 없으면
운 좋은 날.
-선생님은 나보다 더 연로한데.
선생님 뵌 지도 몇 달
나도 몸이 다른데
선생님은 더…
어느 기관에서
1년에 두 번 만나게
만들어 준 모임.
말씀에 따라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 내려 선생님은 나를 부축하며
인삼 사탕을 하나 주신다.
집사람이 대부님 갖다 주래.
저혈당이 와 선생님 앞에서 쓰러진 전과가 있다.
그것도 사람이 많은 전철역에서
그러니 사모님이 모를 리 없지.
“앗, 선생님 손이 차네요.”
부축했던 선생님 손을 풀며 손을 꼭 쥐었다.
역시 손이 차다.
선생님은 건강하신 것 같아도 지병이 있어
오히려 건강이 나보다 더 나쁘다.
그래도 내색을 않는 선생님.
인사동에서 회의가 끝나면
검은 등산 가방 메고 인사동 사무실로 간다.
선생님 뒷모습이 우중충하다.
-6층 저 가방을 메고 사무실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다니
층계 하나하나가 무엇 때문이라는 걸
나는 몰라도 잘 알 거다.
택시를 탄 그날
한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눈길이 자꾸 간다.
자세도 구부정하고.
몸을 지탱해 앉을 기운도 없고
얼굴도 창백한 것 같다.
전철에 자리가 나면.
“대부 앉아.”
나를 자리 쪽으로 떠밀다시피 해 앉게 한다.
내가 환자라고.
늘
전철에 오르자
할방, 할망 자리에 자리가 났다.
예전처럼 나를 밀어 앉게 했다.
오늘만은
버티고 서서 선생님을 앉게 했다.
선생님 마음은 아닌데,
몸이 내 말을 들은 것이다.
“사탕 먹어.”
“이젠 괜찮아요.”
괜찮아도 사모님 성의에
또 고마움에 입에 넣는다.
달고 다니던 메모장도
눌러 쓰던 볼펜도
손에서 멀어졌다.
나는 구로
선생님은 부천
길은 저희끼리
좋다고 모이기도 하지만
잘 삐져 갈라지기도 한다.
선생님은 더 가고
나는 내리고
선생님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한다.
우리 마음을 아는지
그날따라 앞차 신호 관계로 한동안 서 있다.
전철 문가에 기대어 서서
손을 흔들며 어이 가란다.
좀 더 이승에서 보고 있으라고
전철이 응원한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문 안에
또
문밖에
둘이 하나가 되어
그렇게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