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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석 Nov 13. 2022

강정규 선생님

“이번에는 택시 타면 어떨까?”

“택시는요? 길이 막힐 텐데요?”

스스럼없이 꺼낸 말 순간 멈칫했다.     

‘택시를 타자는 분이 아닌데?’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지프듯 하거나 아픈 데가 없으면 

운 좋은 날.

-선생님은 나보다 더 연로한데.     

선생님 뵌 지도 몇 달

나도 몸이 다른데

선생님은 더…     

어느 기관에서 

1년에 두 번 만나게 

만들어 준 모임.     

말씀에 따라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 내려 선생님은 나를 부축하며

인삼 사탕을 하나 주신다.

집사람이 대부님 갖다 주래.     

저혈당이 와 선생님 앞에서 쓰러진 전과가 있다.

그것도 사람이 많은 전철역에서 

그러니 사모님이 모를 리 없지.     

“앗, 선생님 손이 차네요.”

부축했던 선생님 손을 풀며 손을 꼭 쥐었다.

역시 손이 차다.     

선생님은 건강하신 것 같아도 지병이 있어 

오히려 건강이 나보다 더 나쁘다.

그래도 내색을 않는 선생님.     

인사동에서 회의가 끝나면 

검은 등산 가방 메고 인사동 사무실로 간다. 

선생님 뒷모습이 우중충하다.     

-6층 저 가방을 메고 사무실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다니 

층계 하나하나가 무엇 때문이라는 걸 

나는 몰라도 잘 알 거다.     

택시를 탄 그날

한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눈길이 자꾸 간다.

자세도 구부정하고.

몸을 지탱해 앉을 기운도 없고

얼굴도 창백한 것 같다.     

전철에 자리가 나면.

“대부 앉아.”

나를 자리 쪽으로 떠밀다시피 해 앉게 한다.

내가 환자라고.

늘     

전철에 오르자 

할방, 할망 자리에 자리가 났다.

예전처럼 나를 밀어 앉게 했다.

오늘만은 

버티고 서서 선생님을 앉게 했다.

선생님 마음은 아닌데,

몸이 내 말을 들은 것이다.     

“사탕 먹어.”

“이젠 괜찮아요.”

괜찮아도 사모님 성의에 

또 고마움에 입에 넣는다.     

달고 다니던 메모장도

눌러 쓰던 볼펜도

손에서 멀어졌다.     

나는 구로 

선생님은 부천

길은 저희끼리 

좋다고 모이기도 하지만

잘 삐져 갈라지기도 한다.     

선생님은 더 가고

나는 내리고     

선생님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한다.

우리 마음을 아는지

그날따라 앞차 신호 관계로 한동안 서 있다.     

전철 문가에 기대어 서서 

손을 흔들며 어이 가란다.     

좀 더 이승에서 보고 있으라고 

전철이 응원한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문 안에 

문밖에     

둘이 하나가 되어 

그렇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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