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 Oct 30. 2024

나만큼 나를 생각하는 사람?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요즘 야금야금 읽고 있는 김종원 작가의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다룬 책 제목이다. 짧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고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아주 강력하다. 아무래도 매일 이 책을 조금씩 읽으며 언어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히 내가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에 의식을 기울이게 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반추하게 되더라.


기억하고 싶은 순간 첫 번째.

정규 근무 시간 30분 전. 나처럼 항상 일찍 출근하는 친구의 반에 들러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의 고단함의 정도를 안색에서 확인하며, 어서 아래층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받아오자며 텀블러를 챙겨 움직이던 때 나눈 짤막한 대화.


"오늘 날씨가 좀 싸늘하지 않아? “

“그러게, 바람이 차다. 이런 날엔 따뜻한 라떼가 어울리는데. “

“라떼 마시고 싶어?? 카페 나갔다 오자. 내가 사줄게. “


첫 번째 키워드는 공감 능력.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고, 이해하고, 나아가 배려할 수 있느냐의 문제. 상대의 욕구를 읽고 이를 수용하여 반응해 주는 건 나의 부족한 영역이라 그런지 친구의 저 말이 참 멋지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공감은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말과 행동이 수반되어야 빛이 난다. 또, 언어의 섬세함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일상의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반사적으로 무심코 사용하는 말을 삼키고, 새로운 표현을 찾아 건네보는 거다. 대충 흘려듣는 것도 주의해야겠지. 잘 들어야 제대로 반응할 수 있으니까.



기억하고 싶은 순간 두 번째.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듣되, 나를 중심에 두는 모습.


“그 생각에 저도 정말 공감하고 동의해요. 그런데 그걸 선택하면 제 스스로 너무 자책하게 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고민을 나누면 그 사람의 경험 혹은 타인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조언을 듣게 된다. 그 순간 내가 중심에 있는지 계속 스스로 의식해야 한다. 내가 마음이 편하면 모든 게 편안하고, 내가 불편하면 모든 게 불편하다. 이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나의 마음 건강을 가장 중심에 두는 거다.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의 조언을 부드럽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저 문장을 들었을 때, 아 이 사람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단단히 지키고 있구나, 느껴져서 감탄했다.



나의 언어와 다른 사람의 언어를 곱씹어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의 세계를 넓힌다는 건 결국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에게 향해있는 화살표를 나의 내면으로 가져올 때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변화로 이어진다.



너무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데 혹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데 쓰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잊지 말자. 나만큼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싫어하던 사람이 낯설게 느껴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