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 Jan 31. 2024

고전 읽기의 괴로움와 글쓰기의 즐거움

마크 트웨인


버스 안에서 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작가님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고전 읽기에 번번이 실패한다고 고백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라는 걸 마크 트웨인의 문장을 인용하는데, 그 고백과 마음에 절실히 공감했다. 나도 매번 고전 읽기 도전해야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슬그머니 주먹을 풀곤 했으니까. 김신회 작가님은 글을 쓰기 위해 고전이나 꼭 좋은 글을 읽기보다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무언가를 읽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 독서를 계속할 수 있다. 독서는 즐거움 이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이어 말했다. 그 부분을 읽는 데 '와! 글쓰기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퍼뜩 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혹시나 그냥 흘러가버릴까 봐 버스 안에서 급하게 가방 안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 메모에 쓸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외출하면서 혹시나 내가 글을 쓰게 되고 싶어 질지도 모르니 노트와 펜을 챙긴 게 내 머릿속에 남아서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인 거다. 아무튼, 급하게 노트와 펜을 펼치고 이미 흐려지는 생각들을 급하게 다시 복기하여 받아 적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책을 더럽게(?) 읽는지 처음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내가 책을 구매했던 상태 그대로 보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품으니 책 읽는 태도가 달라진다. 책을 읽으며 어떤 구절을 마주했을 때 내 생각이 두둥실 떠오르면 그곳에 몹시 낙서를 하고 싶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정도면 이미 나 글쓰기에 중독된 거 아닐까?

 

독서는 즐거움이라는 말은 내가 도서관에 자주 가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나는 도서관에 목적 없이 간다. 이 말은 즉슨 빌리고 싶은 책을 정해서 도서관에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날 그날 서가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을 뽑아 느낌이 오면 대출해서 읽는다. 물론 예전에는 누군가가 혹은 유명인이 추천해 준 책, 꼭 읽어야 한다는 책, 고전 목록을 잔뜩 목록화해서 하나씩 빌리기도 했었다. 근데 그렇게 빌려간 책은 가방에서 우리 집 책장으로, 이동만 했을 뿐 책장이 가볍게 훌훌 넘어가진 않게 되는 걸 발견했다. 그 이후로는 책을 고르는 데 스스로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내 눈에 우연하게 띄어서 내 흥미를 자극하여 읽게 된 책은 즐겁게, 끝까지 읽게 되더라. 글쓰기도 독서와 비슷하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글쓰기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을 건네오지만 결국은 내 마음대로 내 느낌 가는 대로 믿고 써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한 김신회 작가님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 내려가면 되는 거지! 글쓰기는 즐거움이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이 기준이 된 독서에서 내가 중심이 된 독서로 이동했을 때 훨씬 책을 자주 읽고 즐겁게 읽었던 것처럼. 글쓰기도 나를 중심에 두고 쓰고 싶은 대로 툭툭.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고 떠다니는 생각을 콱 잡는 거다. 그렇게 쓰다 보면 유쾌한 감정이 소복이 쌓이지 않을까? 다음엔 뭘 쓸까. 어서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생각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모래사장에서 파도가 그림을 지워가도, 편편하게 다시 고와진 모래 위에 꺄르르 웃으며 다시 낙서를 하는 그 마음을 떠올리며!



버스 안에서 뿌듯함이 차올랐던 순간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겠다는 갈망에서 결정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