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 May 11. 2024

'되다'보다 '하다'에 집중하기

이숙명, 혼자서 완전하게


요즘 핫한 키워드는 '퍼스널 브랜딩'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바야흐로 브랜드의 춘추전국시대 같다. 소셜서비스는 시간 낭비라는 꼿꼿한 선비 마인드를 갖고 있던 나는 대세에 못 이기는 척 지인들 몰래몰래 sns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누군가 읽을지도 모르는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는 큰 용기이고 도전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위기가 발생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호기롭게 sns를 시작했으나 활기 넘치던 처음과 달리 자신이 없어졌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시선과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독자로,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팔로워로 활동을 할 때에는 마냥 이 사람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라 좋고, 전달해 주는 정보가 유용해서 고마웠다. 그런데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그들의 활동과 업적을 다시 보니 무수히 쌓여있는 게시글과 성과물, 수많은 좋아요와 열광적인 댓글들, 천 혹은 만 단위의 팔로워 수를 보니 바람 빠진 풍선마냥 위축이 되었다.


'내가 이제 와서 해봤자 뭐라도 되겠나..'

'할 거면 진작 했어야지. 난 너무 늦은 것 같다.'


부정적인 목소리가 내 안에서 계속 맴돌았다. 착잡한 마음에 글쓰기 콘텐츠는 관두고 내가 원래 잘하고 즐겨하던 독서나 하자, 자포자기하고 책을 꺼내 읽었다. 글 속에서 마치 내 상황을 다 안다는 듯, 이 문장을 만났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하다'와 '되다'를 혼동하는 데서 온다."


작가는 독립영화 감독에게 보통은 영화를 하고 싶으면 시험 쳐서 영화과 진학부터 하던데 무슨 배짱으로 덜컥 월세 보증금을 빼서 영화부터 찍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감독이 "그 사람들은 영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거겠죠. 하고 싶으면 어떤 식으로든 하면 됩니다. 그런데 되고 싶어 하니까 문제인 거예요. 성공한 누군가를 동경하면서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책의 빈 부분을 바라보는 데 내 눈앞에 작가와 독립감독이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나를 홱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책 너머에 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너도 그렇지 않냐는 듯 말이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굉장한 압박이 느껴졌다. 


부끄러웠다.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인데,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순간 사로잡혀서 주춤했다. 무언가 결과물로 이뤄내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놓쳤다. 다시 초점을 맞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집중하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이게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이자 중심이니까. 나를 위축시키는 건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잘 되려는' 욕심이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나의 글을 써나가자. '되다'보다는 '하다'에 집중하며.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매일 글 쓰는 사람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퍼스널 브랜딩에서 중요한 게 스토리라고 들었다. 매력적인 스토리에는 역경과 그 역경을 극복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그런 이유로 솔직하게 내가 마주했던 부끄러운 욕심과 깨달음의 과정을 글로 남겨본다. 즉, 이 글을 적었다는 건 누군가가 나의 글을 좋아해 줬으면 하는 욕심을 아직은 다 버리지 못했다는 거다. 하핫.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생겨도 변함없는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