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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13. 2021

뉴웨이즈 ① 맨땅에서 '젊치인' 세력을 키우는 일

[가지인] 02 뉴웨이즈_박혜민, 곽민해

왼쪽부터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와 곽민해 커뮤니티 매니저 ⓒ이로운넷


두 번째 가지인은 뉴웨이즈 팀으로 일하는 박혜민 대표와 곽민해 커뮤니티 매니저다.


뉴웨이즈는 ‘젊치인 에이전시’다. 젊치인은 40대 미만 청년 정치인을 의미하는 말인데, 현재 그 비율은 유권자 비율(34%) 절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형편(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6%, 21대 총선 4.3%)이다. 이 열악한 형편을 바꾸고 젊치인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지난 2월 등장한 시민단체가 뉴웨이즈다. 첫 목표로 삼은 정치 무대는 기초의회이다. 기초의회는 직업 정치인의 시작점이자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


뉴웨이즈를 기획한 사람이 대표 박혜민 씨다. 혜민 씨는 고등학교 때 청소년 인권운동을 경험했고, 이후에는 소셜 벤처·스타트업 관련 이력을 쌓았다. 그 위에서 뉴웨이즈라는 새로운 경력이자 사회운동을 만든다. 커뮤니티 매니저 곽민해 씨는 뉴웨이즈라는 모델이 구체적으로 고안된 작년 말부터 함께 조직을 가꾸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해온 혜민 씨는 한참 성장 중이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던 중에 혜민 씨 제안을 받고 퇴사 후 합류했다. 두 사람은 어느 여성 네트워크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가 지속적으로 일에 관한 생각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사이였고, 그 씨앗이 지난해 끝무렵부터 동료 관계로 발아한 경우다.


뉴웨이즈라는 단체가 처음 생긴다는 소식을 올 초 SNS로 접했을 때, 두 가지 궁금함이 들었다. 뉴웨이즈는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걸까, 그 방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각각 어떤 맥락에서 함께 새로운 일을 만들기로 한 걸까. 이런 궁금함과 기대감을 안고 ‘캐스팅 매니저’에 가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웨이즈를 만드는 두 사람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캐스팅 매니저는 젊치인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뉴웨이즈 홈페이지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멤버십이다.


아래 정리한 대화는 뉴웨이즈의 7개월 전 청사진이자,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일 이야기이다. 뉴웨이즈가 설계하는 앞으로의 일과 그 일의 사회적 가능성, 아울러 두 사람의 일 경력 이야기를 함께 담겼다. 뉴웨이즈는 현재까지 국민의 힘, 정의당, 녹색당 등 7개 정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내년 6월 1일 예정된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첫 시험대로 삼아 당선자의 20%를 젊치인으로 채우겠다고 공표했다. 인터뷰 당시 600명 정도였던 캐스팅 매니저 수는 현재 4500명을 훌쩍 넘겼다.


유권자와 정당 사이에 새로운 파이프라인 만들기


뉴웨이즈 소개 이미지 https://newways.kr/about/


- 뉴웨이즈는 ‘젊치인 에이전시’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혜민 : 만 40세 미만의 동네 젊치인을 키우는 일을 합니다. 기초의회를 타깃으로 삼거든요. 젊치인 후보자 수를 발굴하고 모아서 젊치인 후보군 자체를 넓히려 하고요. 유권자와 정당 간에 새로운 시스템으로서 초당파적 파이프라인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기초의회를 공략하는 이유는요?


혜민 : 첫 목표예요. 우선은 동네 문제를 다루는 사람을 뽑는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정치의 공간이기 때문이고요. 그만큼 바꿀 수 있는 의사 결정권자 수가 많은 선거 무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당선자가 2,927명이었어요. 그리고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할 때 내야 하는 기탁금이 비교적 적다는 것도 젊치인에겐 중요한 요소예요. 뉴웨이즈는 정치적 의사결정권자들의 얼굴을 최대한 많이 바꾸기 위한 운동이니까요.


- 막연히 젊치인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뉴웨이즈 가입하고 정보를 받으면서 그 문제가 더 와닿더라고요.


혜민 :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당선자 중에 젊치인은 6%였어요. 후보자 비율이 7% 정도였고요. 유권자 중 40대 미만 비율이 34% 정도인데 말이에요. 정말 적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당 안에서 젊치인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나와요. 그런데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제가 찾아봤더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비어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직접 젊치인 인재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이 일을 만들었어요. 같은 조건에서 좋은 후보자가 증가한다면 당선 비율도 따라서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는 거죠.


- 젊치인 부족으로 손해를 보는 나이대 유권자들이 직접 해결에 나선다는 점이 멋져. 그것도 업계 밖에서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는 정치 공간을 향해서 일종의 새로운 틈 내는 움직임으로 읽히더라고요 저는.


민해 : 맞아요. 결국은 의사결정권자들의 얼굴을 최대한 많이 바꾸기 위한 운동이고요. 그러려면 단지 업계 바깥의 움직임을 모으는 어떤 ‘대안적인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리’를 놓아야 해요. 뉴웨이즈 회원으로 연결되는 캐스팅 매니저들 중에는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나 신뢰가 희미하고, 그만큼 정당 가입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치인을 생각할 때 당이라는 ‘브랜드'보다는 정치인 ‘개인’이 어떤 태도와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정치 구도에 잘 포섭되지 않는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도 후보자 위치에서든 지지자 위치에서든 의사 결정권자를 만드는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의사 결정권자가 되기로 결심할 수 있어야 하고요. 뉴웨이즈가 그 일을 하려는 거예요. 당장 젊치인 후보자로 나선 분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대한 자기 방향성과 비슷한 정당과 연결시켜드리려고 노력하고요.


-  각 당에 적당한 젊치인 후보자를 연결해주는 팀이 손을 내밀면 정당도 반길만한 일이겠죠? 일이 잘된다면 지금보다 만 39세 이하의 다양한 청년들이 정치를 업으로 고려할 여지가 넓어지겠네요.

 

혜민 : 그러길 바라고 있죠. 저희는 이 문제 해결하고 싶은 수요가 유권자들에게도 분명히 있다고 봐요. 그 수요를 더 많이 찾고 잘 보여주는 게 관건이고요. 뉴웨이즈가 처음부터 끝까지 캐스팅 매니저와 관계를 깊고 단단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구글밋으로 진행한 뉴웨이즈 타운홀 미팅 with 캐스팅 매니저

- 캐스팅 매니저와 뉴웨이즈 관계 설정이 흥미로웠는데요.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고, 직접 후보자를 추천할 수도 있고요. 어떤 의도로 캐스팅 매니저를 기획했나요?


혜민 : 캐스팅 매니저는 뉴웨이즈의 한 축이에요. 뉴웨이즈에 가입하는 유권자들이 각각 갖고 있는 독창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젊치인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의 목표를 시민으로서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고요.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캐스팅 매니저처럼 적극적인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단지 젊치인을 많이 당선시키는 지지기반 이상의 의미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 어떤 의미인가요?


혜민 : 권력을 획득하는 속성을 ‘후보자 개인기’에서 ‘유권자의 힘’으로 대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은 이 전환이 뉴웨이즈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생각해보세요. 우리 사회에서는 이름 난 청년 정치인들을 보면 '00 키즈'로 불렸던 경우가 많아요. 어떤 젊은 인재가 유력한 정치인 라인에 발탁되어 선출직 기회를 얻는 게 성공적인 예가 되고요. 정치를 하려는 청년들을 실제로 후보자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젊치인이 되려면 개인 역량과 소위 운에 의존해서 '라인' 같은 걸 잘 타야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 중에는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하고 ‘청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만 소모되다 마는 경우도 많았고요.


민해 :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경우로 좁혀서 생각해볼게요. 우선은 정당에 소속될수록 당선율이 높아요. 그 정당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공천 권한은 대게 지역구 국회의원인 지역(당협)위원장에게 있어요. 위원장 입장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재당선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인물, 즉 동원력과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이 지역 정치인으로 당선되고 자기 사람이 되는 게 유리해요. 당연히 지역 토박이, 그중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이 우선순위로 꼽히죠. 이주가 잦은 청년, 지역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은 자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고, 애초에 젊치인은 유력한 후보가 되기 힘든 구조예요. 설사 중앙당 차원에서 청년을 50% 이상 공천한다는 계획을 세워도, 지역위원장이 청년을 고르지 않으면 어쩔 수 없거든요. 투표용지에 오를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유권자 의사는 빠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렇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서 ‘10년 전에 나온 후보가 또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요. 그러다 보면 선거에 대한 기대 자체가 떨어지게 되죠. 돈을 포함한 자원 분배 문제를 포함해서 지금의 정치와 선거 구조에서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 그런 메커니즘이라면 젊치인이 나오기 힘든 게 당연하네요.


혜민 : 그렇죠. 거기에 더해서 유권자 의사와 별로 상관없는 인물이 후보자가 되고 선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할 때 유권자 눈치를 보면서 일하지 않을 거고요. 이런 맥락에서 권력을 얻는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뉴웨이즈는 여기서 길러지는 젊치인 뒤를 캐스팅 매니저라는 유권자 공동의 존재가 받치고 있는 구조예요. 그 기반을 공고히 가져가는 게 뉴웨이즈의 방식이에요. 애초 투표용지에 오르는 과정에서부터 유권자의 힘이 반영된다면, 젊치인으로 당선 후에 일을 할 때도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분명하니까요. 캐스팅 매니저들은 뉴웨이즈 안에서 합의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권자이고, 후보자 때부터 젊치인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원천이자 감시자예요.


민해 : 캐스팅 매니저의 80% 이상이 2030 세대 유권자인데요. 수가 많아질수록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젊치인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 열리려면 결국은 유권자 지지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뉴웨이즈는 캐스팅 매니저라는 지지 기반을 더욱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죠. 이런 새로운 시스템 덕분에 정당은 전문성이나 다양성을 가진 인재들을 효율적으로 발굴할 수 있죠.


- 앞서 유권자와 정당 간에 파이프라인을 만들겠다고 한 말의 맥락이 더 와닿네요. 뉴웨이즈의 기초의회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다른 많은 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혜민 : 그럼 가장 좋겠죠?


민해 : 뉴웨이즈가 원하는 변화가 가시화되면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는 분들도 생길 수 있고요.


>> 뉴웨이즈  ② 차별과 혐오를 하지 않는 젊치인이 많아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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