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Aug 08. 2021

김괜저 ③ 계속하고 싶은 나의 일

김괜저로 계속하고 싶은 일


- 괜저 씨는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나요? 회사에서의 자리는 분명하겠지만, 그 밖에서도 다양한 일을 벌이는만큼 자아도 다양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굳이 정리는 하자면 ‘글 쓰고 사진도 찍고 인테리어도 하고 이런 식으로 재밌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정도가 저와 가장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사진 찍는 일을 하지만 사진사라고 하기 어렵고, 글을 쓰지만 작가라도 할 수 없다는 고민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얼마나 많이 그 일을 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불리기에 불편하지 않는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 얼마나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계속 헷갈리는데요, 아무튼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나 위치로 불리는 것 자체가 갈수록 특수한 경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직업에 관한 이름이 여전히 개인을 부르는 호칭이 되는 문화도 있고요. 그래서 여전히 제가 사진사로 불리거나 작가라고 불리는 게 편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누가 저를 사진사나 작가로 부르거나 섭외한다고 해서 “사진사는 아니다”라고 하거나 “작가는 아직 아니다”라고 더 이상 일일이 선을 긋지는 않아요. 작가나 사진가라는 발이 이제는 막 엄청 대단한 무게나 의미를 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듣다 보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문화면 참 좋겠네요.  

그렇네요. 제가 김괜저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것도 그거와 관련이 있어요. 활동명이 따로 있으면 그걸로 부르거나 설명하기가 쉬운 거 같더라고요.


- 일을 둘러싼 환경도 계속 변하고 일의 형태도 경력을 쌓는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자기소개라던지 호칭이라던지, 이런 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점점 더 주변에서 계속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맞아요. 마침 회사 서비스 맥락에서도 그런 맥락의 고민을 점차 마주하는 추세에 있고요.

  


- 어떤 고민인가요?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만드는 사람들을 지금까지 계속 일률적으로 ‘창작자’로 부르고, 우리 서비스를 '창작자를 위한' 서비스로 표현해왔는데요. 핵심은 창작자라는 이름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어요. 그동안 크라우드 펀딩으로 나오는 프로젝트는 계속 늘어 왔고, 우리 서비스도 그만큼 성장해 왔는데요. 이렇게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각자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을 거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을 계속 창작자로 이름하면 스스로 거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불편함 없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 서비스적으로도 이용자를 한정해버리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요. 그런데 우리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사람의 정체성보다는, 정체성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프로젝트라는 행동,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론 사회적으로 계속 '작가님' '창작자님'과 같이 뭔가 그 행동과 그 사람이 바로 상관있는 방식으로 ‘◯◯님’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 문화도 존재하는 게 분명해서, 이런 괴리를 비즈니스적으로는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 고객과 서비스도 서로 이름을 부르면 해결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럴 수 있겠네요.  


- 앞으로 또 계획하는 일이 있나요?  

저는 제 일의 맥락과 자리에서 계속 프로젝트라는 말에 집중을 하게 되는데요. 지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프로젝트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프로젝트 시도가 꾸준히 성장하는 걸 보면 이 자체가 시대적 흐름인 게 분명하지만, 일하는 인구에서 주류는 아니거든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영감과 용기가 필요할 거 같아요. 지금 프로젝트로 일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프로젝트 피플’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참고할 수 있도록요. 저는 새로운 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충분히 용감한 사람들도 시간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거든요. 앞 일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 기대가 되네요. 저도 참고하고 싶고요. 

정말이요?(웃음) 비슷한 일의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만 서로를 보여줄 수 있어도 좋을 거 같아요. 서로를 참고 삼아 알아서 힘을 얻으면서 계속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연결고리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김괜저 ① ‘제1직장’과 ‘제2직장’

김괜저 ② 일들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김괜저 ② 일들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블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