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Aug 08. 2021

김괜저 ② 일들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블로그

[가지인] 01 김괜저

일들이 주는 안도감, 그리고 블로그


- 최근까지 몇 가지 정도의 일을 소화하고 있나요?  

세 보진 않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우선 나눠요.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자리인 텀블벅과, 프로젝트로요. 연도별로 컴퓨터에 일을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프로젝트 안에서는 많으면 1년에 6개 정도까지도 해요. 블로그나 양양 프로젝트처럼 장기로 가져가는 일도 있고, 사진이나 글, 번역 감수처럼 짧게 끝나는 일들도 있죠.


- 앞서 블로그로 들어오는 일로 돈도 벌었다고 했는데, 얼마나 오래 해왔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했으니까 15년 정도 됐네요.  


- 진짜 진짜 오래 했네요?  

블로그를 꾸준히 쓴 게 제일 큰 자랑이에요. 고3 때 SNS가 없을 때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본진'이라고 일찍 정한 게 꾸준히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블로그만 알면 된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할 수 있었거든요. 고생한 일도 재밌는 일을 시도했던 기록도 블로그엔 남겼으니까요. 대학생 때 한창 쓸 땐 이틀에 한 번 꼴로 쓰고, 군대 초기 1년은 제목만 써 놨다가 휴가 나갔을 때 쓰고 그랬어요. 바빠서 잘 못 쓰면 왠지 블로그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블로그 업로드가 뜸하면 글을 독촉하는 분도 있고, 그 독촉으로 새 글을 쓰기도 했어요. 블로그를 오래 하면서 그 위에서 관계가 생기고, 정말 많은 일과 연결됐어요. 저한테 정말 좋은 일이 됐죠. 그렇게 많은 일과 사람이 연결되고, 책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  어떻게 블로그가 일과 사람을 연결시켜주었나요?

제 블로그를 봤다면서 웹사이트 만드는 일도 들어오고, 사진 요청이나 글 작업 의뢰가 왔어요. 그런 식으로 들어온 아르바이트를 대학교 때 꾸준히 했어요. 몇몇 독립잡지는 함께 만들기도 했고요. 글을 쓰기도 하지만 사진사를 하거나 디자인 작업까지 했거든요. 작년에 쓴 <연애와 술>도 블로그를 좋게 봐 오신 출판사 대표님의 제안으로 쓰게 된 일이에요. 내 책을 쓴다는 건 역시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이제는 어떤 일이든 결과물을 내놓은 후엔 흘러가는 대로 일이 서로 연결되는 기회를 잡아야 계속 새로운 일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는 책을 쓰느라 회사 일이랑 책 쓰는 일 두 가지만 했지만, 책이 출간된 후에 또 새로운 일과 연결되면서 프로젝트가 또 늘어났어요.


본업의 건강함을 확보하는 시간


- 이제 지금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제1직장인 텀블벅은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익숙한데요. 어떻게 보면 기존에 제2직장으로 창작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사업으로 만들려던 일과 비슷한 방향에 있는 일로 읽히기도 하네요.  

그렇죠. 텀블벅은 제가 참여했던 잡지 펀딩 프로젝트에도 사용해본 서비스였어요. 졸업 전에 한국에 나갔을 때 사무실에 방문했던 게 일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먼저 일하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이 저와도 맞는 회사일 거라면서 창업자를 연결시켜줬었거든요. 이후에 몇 번 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받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고요. 그땐 초기 스타트업이었으니까요. 제가 6번째로 합류한 사람이었어요. 서비스 내용도 제가 하고 싶은 분야와 많이 겹쳤지만, 비즈니스가 정형화되지 않은 단계에 있었기 또래 동료들과 조직을 같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기대가 됐거든요. 계속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요.


- 디자인 공부를 다시 해보려던 계획도 있었잖아요?

텀블벅에 입사할 때 미국에서 데이터 시각화 석사 과정을 지원해놓은 상태였는데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텀블벅에서 일한 지 얼마 안됐을 때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고민을 해봤는데 일단 가지 않는 걸로 결정했고요. 공부하고 싶던 데이터, 사용자경험, 프론트엔드 등의 분야를 일하면서 실질적으로 연마해볼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가 생기고 있었거든요. 원하는 일을 하고 배우면서 조직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은데, 그런 느낌이 왔고요. 걱정과 달리 운좋게 저한테 맞는 회사를 찾은 거죠.


- 이후에 일하는 시간은 어땠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의 방향성을 회사 안에서도 잡아가기 위해서 굉장히 압축적으로많은 일 에너지를 쏟아붓는 시간이었어요. 스타트업의 서비스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면서 생존하는 일이 우선으로 두면서요. 힘든 일도 많고, 다이다믹한 시간을 통과하면서 가장 많이 배웠죠.


- 스타트업 초기 멤버부터 일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다이나믹했나요?  

스타트업은 조직 전체가 성장통을 겪기도 하고, 원하는 방향에서 틀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굉장히 유동적이거든요. 대기업 조직과 달리 구성원이 자기 역량에 따라서 조직에 크게 관여할 수 있고, 그만큼 회사가 잘 안 돌아가면 같이 힘들 수 있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언제나 정신 없고, 회사가 잘 되거나 힘들거나 그 충격과 기쁨을 고스란히 느꼈어요. 힘들 땐 다른 일로 해소해볼까 싶어서 다른 때처럼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었는데, 두 가지 일이 다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통과하면서 내 본업을 먼저 잘 돌아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다시 제 개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지만, 본업의 건강함 위에서 또 다른 일들을 벌인다는 생각을 분명히 해요.


- 어떤 일을 맡아 왔는지 궁금해지네요.  

합류할 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갔고, 플랫폼 생태계, 고객개발, 디자인 등, 그 영역에 관련된 일은 이것저것 다 했어요. 그땐 디자이너도 없었거든요. 회사가 크면서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고 팀이 생기면서는 서비스 정책, 콘텐츠와 외부 관계 등을 포괄하는 커뮤니티 팀 운영을 맡아서 오래 했어요. 지금 브랜드 에디토리얼 리드를 맡기 전까지요. 지금 맡은 포지션은 회사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는 역할이에요. 여기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다루고 싶은 분야였고, 개인적으로는 책 낸 이후에 콘텐츠 만드는 일로 계속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렇게 됐어요.

- 말한대로 변화가 많고, 다양한 일의 경험을 했네요. 최근까지 맡아온 커뮤니티 운영 쪽에서는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을 했나요?  

쉽게 말하면 '불 끄러 다니는' 일이 주 업무였어요. 서비스 운영 기준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생길만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펀딩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여기에 잘 대응하는 일이죠. 법적 이슈나 PR 이슈도 있고요. 메뉴얼이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도 계속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힘들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서비스 운영, 커뮤니티 운영 측면에 있어서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논란이 생기는 지점을 실전으로 대응하면서 그 방법을 전보다 더 잘 만들 수 있게 되고요.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체급’도 높아졌고요. 심각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면서도 마음은 전보다 힘들지 않을 수 있어요. 자엽스럽게 브랜드 맥락을 습득하면서 지금 일에 연결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됐고요.


- 갈등도 많았겠네요.  

안팎으로 많았죠. 힘든 일이 길어지면 몇 달을 가기도 하고요. 대표는 물론이고 구성원들과 논의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서로 좋은 영향도 주고받지만 자존심 상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 회사에서 내가 구체적으로 맡고 싶은 분야가 구체적으로 여물었어요. 회사로 일하는 건 프로젝트로 일할 때와는 또 다른 관계와 성취를 주는 거 같아요. 동감하는 동료를 만들어가는 것도 즐겁고요. 그래서 제 일에서 두 가지 갈래를 모두 소중히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  회사로 함께하는 일이든, 개인 프로젝트든, 괜저 씨는 주로 없던 내용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원하던대로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면서요. 두 갈래의 일을 계속 가져가려면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시간을 잘 구성하는 건 계속 노력해야 하는 일이에요. '무엇을' '왜'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게 몸으로 ‘일을 많이 했다’고 느끼는 감각과 불일치할 때도 많아요. 출퇴근 시간 외에 늘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고요.


- 프로젝트로 계속 일을 넓혀가고 있는 개인이면서, 그런 다양한 프로젝트 생태계를 들여다보는 조직에 있는 사람으로 매일 일하면서 어떤 걸 느끼는지도 궁금해요.

모든 면에서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요. 프로젝트로 모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름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진행할 건지에 따라서 결과물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 보면요. ‘A라는 건 이렇게 생기고 저렇게 만들어져야 해’와 같이 고정관념으로 만들어지는 게 없는 거 같아요. 답이 아니라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진 다양한 프로젝트로 나오고, 거기에 반응하는 이들이 있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 매일 새로 올라오는 프로젝트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 김괜저 ③ 계속하고 싶은 나의 일

매거진의 이전글 김괜저 ① ‘제1직장’과 ‘제2직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