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능, 지선, 나현, 현아
1. 시즌2까지 1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편지를 썼는데요. ‘함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해 주세요.
다능 : 좋았던 점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서로의 허심탄회한 일상 이야기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분기별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하는 시간들도 좋았고요.
힘들었던 점은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가장 힘들었었는데 마지막 글이 되었을 때야 조금 가벼워졌던 것 같아요. 또 마음이 편한 늦은 밤이 돼서야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러면 새벽에 잠들곤 하니 다음 하루가 조금 힘들었던 점입니다.
지선 :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잘한 일, 가장 보람된 일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함께 글을 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큰 힘이 되었으니까요.
특히 좋았던 점은, 제 글을 반드시 읽어주는 고정 독자 세 분이 생겼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내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한 일인데, 세 분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는 건 제게 큰 영광이자 선물 같았습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마감일을 지키는 일이었죠. 제 차례가 다가올 때마다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를 매단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래도 넷 중에 제가 상대적으로 일정이 여유 있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다는 내색을 하기가 민망했답니다.
나현 : 혼자 썼더라면 아마 1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함께라서 더 오래, 더 멀리’ 왔다고 생각합니다. 함께였기에 긴 시간 동안 이탈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사적인 글쓰기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할 수 있게 되었고, 글쓰기가 주는 위로의 힘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마감을 정해서 쓰는 글이었기에 마감을 넘기게 되면 어김없이 글쓰기가 굉장한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편지 내용을 미리 어느 정도 구상한 후 편지 쓰기를 시작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전 구상은 하지 못한 채 일단 쓰기부터 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는데요.
사전 구상이 되지 않은 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채로 글을 쓰다 보면 의외의 형태로 나쁘지 않게 마무리되기도 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출구를 찾지 못해 급하게 끝맺기도 하였습니다. 매번 미리 글을 완성하고 싶었지만, 늘 마감에 쫓겨 쓰게 된 점이 아쉽고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현아 : 저도 나현 님과 생각이 같은데요. 아마 혼자 글을 썼다면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절대 꾸준히 글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함께’ 해서 서로 북돋우면서 글을 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부지런함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함께 글을 쓰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딱히 없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PM 역할을 하다 보니 각자 기한에 맞게 양질의 글을 잘 써낼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역할 또한 더 잘하기 위해 좀 더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이 안 써질 때, 혹은 글을 쓰긴 쓰는데 스스로도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채로 글을 쓰고 있을 때가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2. 처음 글을 쓸 때와 지금 글을 마치는 시점 사이의 각자 어떤 변화(생각, 신상 혹은 환경, 상황 등등 그 무엇이든)가 생겼나요?
다능 : 기존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게 됐는데요. 그동안은 새로운 시도와 일을 한다는 게 늘 겁이 났었는데 그런 부분에 과감해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어 나가는 중인데 글로 정리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감사한 일들을 적는 것, 일기 쓰고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지선 :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요가원을 오픈하게 되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올해가 요가를 만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인데, 그 긴 시간 동안 요가원을 직접 열게 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상황과 마음의 변화가 저를 그 길로 이끌었지만, 그중에서도 함께 글을 쓰고 마감을 지키며, 서로의 글을 진지하게 나누는 이 시간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실함을 배우고, 세 분의 태도와 열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배움이자 동력이 되었습니다.
나현 : 1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편지를 쓰면서 편지가 상당히 내밀한 소통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안에 쌓여있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편지를 통해 밀도 높게 소통하면서 만나서 하지 못할 이야기도 오히려 편지에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SNS 못지않게 편지 또한 훌륭한 소통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유한 내용을 응축된 단어로 표현하면서 자신을 자신답게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치의 소통을 1년으로 단축했다는 느낌입니다. 친해지고 싶다면 편지를 쓰세요!
현아 : 우선 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저희 아버지가 계셨지만 제 마지막 편지를 마무리하고 난 시점에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난 후에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생활상에 달라진 점입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투병생활을 하실 때는 저나 가족들이 작은 감기라도 아버지께 옮길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마스크를 엄청 철저하게 쓰고 생활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편하게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네요.
그리고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었던, 혹은 공감하지 못했었던 많은 부분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아주 큰 차이점이고, 스스로는 좀 더 성숙해지거나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양하게 배운 것들도 많고요. 그 시간들 속에 느끼고 배운 것들을 어떻게 잘 나눌지 고민 중입니다.
어쩌면 제가 인생에서 겪은 일 중 가장 막막하고 힘들었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는데, 세 분과 함께 편지를 써 나가면서 위로나 힘을 많이 받았고, 감정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잘 이겨내고 헤쳐나갈 수 있게끔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의미에서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3.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질문에 대한 답 외에도 각자 자신만의 이야깃거리가 있었는데, 주로 어디에서 글에 대한 영감을 받으셨나요?
다능 : 요가원, 명상,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현아 님과 이야기 나누면서도 영감을 받기도 하고, 수련하러 가는 곳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명상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이나 명료해지는 것들, 책을 읽으며 내 경험에 빗대어 와닿았던 부분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지선 : 처음에는 주로 과거의 인상적인 일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찰에서 요가하며 수행하던 시절이 자주 생각났습니다. 제 인생에서 ‘조금은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라고 느낀 순간들이 몇 번 있는데, 사실 많지 않아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합니다.
그중에서도 사찰 생활은 제게 가장 처음으로 다가온 성장의 시간이었고, 그 경험이 이후 삶을 바라보는 제 시선에 오래도록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가까운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글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꼭 이런 걸 써야지’하고 미리 정해두기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이 저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트북 화면과 교감하듯 쓰다 보면 글이 제 안에서 조금씩 길을 찾아 나오는 느낌입니다.
나현 : 아무래도 요가에 대한 글이다 보니 초반에는 요가원에서 수련하다가 글의 소재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수련 중에 스쳐가는 생각들을 가급적 놓치지 않고 붙잡아서 글로 표현할 때의 쾌감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소재 고갈의 시점이 다가왔고, 그때부터는 일상 전반으로 넓혀 소재를 얻어 글을 썼습니다. 결국 내 모습이 많이 묻어 나오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고, 내 안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소홀했던 독서도 열심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접하면서 내 글의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으나, 단시간에 이루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책 읽기와 글 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느낌입니다.
현아 : 요가를 하면서 느꼈었던 것들, 느끼는 것들을 정리해서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는데요. 요가 외에도 주로 저의 과거나 현재의 개인적인 경험들, 직간접적인 경험들로부터 이야깃거리를 얻었습니다. 때로는 글을 쓰면서 제가 좋아하던 영화들의 이야기가 많이 떠오르기도 해서 그 이야기들도 몇 번 담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책이나 여행 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거나 공감할 거리들을 얻으시고 글에 담아주시기도 했는데, 저는 1년 정도는 거의 따로 개인적으로 차분히 책을 읽을 시간이나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질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차분히 혼자 책을 읽어보는 시간도 틈틈이 가져보려고 합니다.
4. 시즌 1,2 모두 통틀어 가장 마음에 남는 편지가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다능 : ‘희망을 갖다’라는 글이요. 저의 전환점에 있었던 글인 것 같아요.
‘이렇게 수업을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내 수업에서 머가 부족하고 필요하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고, 또 한편으론 ‘내가 가진 장점이 뭐지? 그 장점이 요가수업 안에서도 표현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썼던 글이어서 가장 마음에 남기도 하고 그 생각들을 기록해 둘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선 : 질문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편지가 있습니다. 바로 시즌 1에서 다능 선생님이 보내주신 ‘나에게 명상이란’ 편지입니다. 그 편지는 다능 선생님이 과거의 경험을 진솔하게 써주셨던 글이었는데, 읽는 내내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요가를 만나게 된 과정과 그 속에서 선생님이 겪으신 마음의 변화들이 깊이 공감되었고, 지금의 선생님 모습 속에 그동안 어떻게 예쁜 마음을 지켜오셨을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습니다.
저에게도 그 편지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 저 역시 제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꺼내 보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나누는 이 과정 자체에 큰 애정이 생겼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있었기에 글쓰기가 더 깊고 따뜻한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나현 : 지선 선생님의 <힘을 다해 위로> 편에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마음이 원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려면 지구가 몇 번의 공전을 더 해야 할까, 그 아득함에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올해를 떠나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당시 무안공항 참사를 접하면서 휴가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요. 지선 선생님의 표현에 저도 동감 버튼을 누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선 선생님의 편지를 통해 요가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격투기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차례 듣게 되었는데요. 격투기 시합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링 이에서 내려올 때 오르기 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답변은 격투기 시합도 승패만을 위한 시합을 넘어 수련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잘 알지 못하는데, 이렇듯 편지를 통해 알아가게 돼서 기뻤습니다.
현아 : 음.. 모든 편지들이 정말 다 좋고, 각자만의 정서와 특징들이 묻어나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그중에 특히 지선 선생님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글이 참 다채로우면서 풍요롭고 지선 선생님만의 고유의 담백한 정서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무래도 서로 꽤 다를 수 있는 분야를 오가면서 많은 다양한 경험들을 하신 지선 선생님의 내공이 담겨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지선 선생님의 “힘을 다해 위로” 편에, 지선 선생님이 바라봐준 저의 모습에 대한 묘사 부분이 있었는데요.
“요가 수업 시간 동안 현아 님의 뒷모습에서도 어떤 무거운 짐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힘이 느껴지는 안정되고 견고한 아사나를 보면서 마음속의 걱정을 한 줌 정도는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아 님의 스무 살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꿈이 아주 많을 것 같은 앳된 얼굴과 의욕적인 걸음걸이가 저절로 그려져 웃음이 났습니다. 타인의 과거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가 지어진다는 것은 보통의 애틋함은 아니겠지요.”라는 부분을 읽고는,
‘아.. 지선 선생님과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몇 번 만나지도 못했는데, 함께 편지를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깊이의 애정이 나올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건 저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지선 선생님이 평소에 주위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대하고 계신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선 선생님의 “엄마와 아귀찜” 편에서,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는 약 1년을 주기로 새롭게 교체된다고 하는데요. 몸의 부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년쯤 시간이 흐르면, 전체 세포 중 약 2~3%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세포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는 설명내용이
“엄마가 밥을 해주시던 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달라졌을 텐데, 엄마와 갈등 없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라는 염려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지선 선생님만의 독특한 감성이 담겨있다고 느꼈었고,
그 우려가 다시 “보름간 먹었던 엄마 밥이 단순히 에너지원에 그치지 않고, 저의 몸을 구성하는 좋은 재료가 되어 신체에서도 가장 늦게 교체되는 곳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으로 이어지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곱디 곱다고 느껴졌습니다.
5. 시즌 1,2 모두 통틀어 가장 아쉬움이 남는 글은? 마무리하면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다.’싶은 회차가 있었나요? 그렇다면 지금 다시 표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다능 : ‘호불호’라는 글이요. 그럴 수도 있는 건데, 호불호를 표현하지 않는 나를 너무 스스로 안 좋게 써 내려간 것 같아 다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다시 표현한다면, 제가 호불호를 굳이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배려’ 때문이라는 것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신중하게 표현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와 맞닿지 않는 환경에 나를 꾸깃꾸깃 넣지 않아도 된다는 점, 나를 몰아세우지 말고 나의 예쁘고 다정한 모습을 많이 봐주길 바란다는 글을 써내려 가고 싶어요.
지선 : 아무래도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느낀 것들을 글로 풀어낼 때 한계를 자주 느끼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시즌 1의 12화, ‘특별하지 않다’라는 글에서 그런 점이 특히 드러난 것 같아요.
저는 힘든 상황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는 특별하지 않다”라고 되뇌며 마음을 다스리곤 하는데, 이 말에 담긴 뉘앙스를 글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제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다시 표현해 본다면, 법륜 스님의 말씀을 빌려 더 분명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다, 인생은 특별해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의 하루하루 삶에 만족하지 못해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후회하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은 저 길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과 같습니다.
길가의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줄 알면, 인생에서 괴로운 문제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립니다.]
제가 썼던 글은 조금 차갑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현 : 다시 읽어보면 모든 글에서 아쉬움과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한 편의 글을 쓰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면서 발전하는 것을 추구하였기에 이 모든 아쉬움과 부족함에 대해 흐린 눈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글을 쓰게 된다면 예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쓸 것이라는 낙관으로 질문에 대한 답 을 마무리 합니다!
현아 :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딱 하나의 글이 바로 떠오릅니다.
“너 자신을 알라.” 편인데요. “잘 가늠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다능 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글을 써 나가는데, “가늠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전혀 가늠할 수 없더라고요 ㅎㅎ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것에 대해서 묘사를 하려니 참 어려웠습니다.
그 글을 쓸 당시에, “타인의 표현되지 않는 마음”이 참 저에게는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아버지 병간호를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는데, 평소에 “괜찮다.”라는 표현을 많이 하셨던 아버지는 그동안 안 괜찮은 상황에서도 얼마나 많은 “괜찮다.”를 하셨던 것일까.. 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마음이 많이 사무쳤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난치의 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시는 “전혀 안 괜찮은 상황” 속에서도 계속 “나는 괜찮다.”라고 표현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괜찮다”는 표현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괜찮다고 하시는 것일까.”에 대해서 혼자 헤아려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알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때 당시에는 이런 저의 생각들을 글에 온전히 담지를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해 더 노력해 보려는 마음이 과거보다는 더 많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데, 생긴 것이 맞길 기대해 보며 <에필로그 1> 편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사진 : 이지선作, 소통의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