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주어지는 것들

다능

by 오늘도 나마스떼

지금 당장 100억이 생긴다면의 질문을 일주일 동안 달고 다녔는데요.

제가 살 수 있는 집 한 채와 저의 운동센터, 대학원 학비와 평소에 따고 싶었던 자격증을 여러 개 결제해 두고 나머지는 적금해놓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근에 현아 님과 100억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현아 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한 건물 안에 변호사사무소, 심리상담소, 요가원, 필라테스센터, 카페를 차리고 나머지는 투자를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전에 이런 비슷한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와 똑같은 답을 주셔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어요. 2년 전의 이야기였는데 아직 동일한 얘기를 해주시는 걸 보니 마음에 오래 품고 있으셨던 꿈이셨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최근에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생각하게 된 것이 있는데요. '마음에 오래 품고 있는 일이 그 당시에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왔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가 그 꿈과 잠시 멀어지고 현실을 살아낼 때 다시금 꿈이 이루어지거나 찾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요. 그때나 지금이나 늘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요. 살면서 헛된 지금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적 가수의 꿈을 오래 꾸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20대 초반까지요. 첼로를 전공하기 위해 유년시절부터 첼로를 연습하던 제가 어느 날 음악학원에서 들려오는 동요소리에 저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외치며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었는데요. 다행히 첼로선생님께서 제 마음을 예쁘게 들여다 봐주셔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노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첼로는 그만두고 노래를 하면서 지냈는데 중학교 때는 실용음악학원을 기웃거렸고 고등학교 때는 엄마와 전쟁을 벌이며 가수의 꿈을 키웠고 그런 저를 못 이기신 부모님은 1년여 동안 20살의 저에게 전폭 지원해 주셨는데요.


20살, 잘 다니던 대학교를 때려치우고 음악의 성지 홍익대 근처의 고시텔에 살면서 음악을 배웠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워낙 잘 부르고 성숙한 언니오빠들을 보면서 나도 언제쯤 저런 실력을 가질 수 있겠지 하며 하루 반나절을 연습실에서 지내며 생활하던 기억도 나고요.


한창 배고프고 허기질 나이에 연습하고 고시텔에 돌아오면 돈이 없어서 고시텔에서 주는 쌀밥과 김치 라면들로 끼니를 때워가며 버텼었는데 그땐 그렇게 고군분투한 일 년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경험이 부족해서였던 건지 제 노래에서도 꼬박 20살을 평범하게 살아온 삶의 나이가 묻어 나오는 듯 실력도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때는 지금은 발하지 못하지만 노래에 남들과 다른 재능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멀지 않아 가수도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하루하루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고군분투하며 노력해도 닿지 않았던 저의 꿈들이 다른 것들로 쌓아지고 있는 기분을 많이 느끼는데요.


살면서 닿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는 지금, 그간의 경험 때문인지 닿고 싶었던 것들이 삶에 주어지는 경험이요. 그래서 신기할 정도로 삶이 주는 파도에 물살을 가르듯 이리저리 헤엄치고 다니는데요.


어쩌면 때가 되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그간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들이 누적되어 지금에야 저희 경험들을 믿고 일이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한편으론 그때 이루어지지 않고 닿지 않는 것에 애를 썼던 마음처럼 또 다른 것에 애를 쓰며 마음을 졸이고 있는 지금, 그때와는 다르게 잠시 떼어놓고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한 것 같아요.


지금이 결코 헛된 시간과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 순간이 나중엔 아 이래서 그랬었구나 하며 그제야 비로소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요. 때가 되면요.


그 순간이 또 찾아오면 지금 쌓아온 노력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게 되네요.



[사진 : 김다능 作, 존재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