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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이너 Mar 24. 2024

기분 나쁘다고 다 악플은 아닙니다.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악플의 기준

좌충우돌 로펌개업기






악플로 고소를 해주세요 


명예훼손 분야를 주로 하다보니 하루에도 몇개씩 악플을 당했다고 하면서 고소를 해달라는 상담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중에서 정말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고소가 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무엇이 악플일까? 어디까지가 악플일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단순히 부정적인 댓글을 악플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뭐 부정적인 댓글 자체가 악플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처벌될 정도의 악플' 말이다. 


예컨대, 

'별로다'

'불친철하다'

'비추천' 

'나대지 마라'

'있는 척 좀 안했으면'

'이쁜 한다'

기타 단순 조롱성 댓글 등등 


당연히 이런 말을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 기분이 나쁘겠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처벌될 정도의) 악플이 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는 '주관적 평가 내지 의견'이라고 보는데 이는 쉽게 말하면 '걔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걔는 내가 별로라고 볼 수도,

내가 아무리 친철하게 해도 불친철하게 볼 수도,

추천을 안 할 수도,

나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척 한다고 생각할 수도..

내가 이쁜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그건 그냥 걔의 생각이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사실 크게 신경쓸 필요도 없다. <미움받을 용기>에 소개된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그냥 그건 내 과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우랴. 우리가 당사자가 된다면.. 사실 그렇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내 일이라면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고 어느 의뢰인분의 말처럼 한번 악플을 당하니 나에 대한 모든 게 악플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로서 내 일은 명확하다. 

고소 문의 상담을 하는 경우 법적으로 처벌될 수위가 아니라면 정확히 이를 말해주되 최대한 의뢰인의 말을 들어주고 심정적으로 공감해주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그럼에도 너무 현실적인 답변이라는 리뷰를 받기도 하지만)

악플 집단고소 사건을 수임한 경우에는 적정한 기준으로 냉정하게 여러번 고소대상을 선별하여 정말 처벌받아야 할 정도의 악플에 대해서만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진행하면 영장 집행 등 문제가 생겨 의뢰인에게도 좋지 않고 고소를 당하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라 좋지 않다. 






악플러들을 변호한다고? 


한편 우리는 피해자들을 더 많이 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악플의 수위가 아니라면 고소를 당한 사람들을 변호하기도 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고소당한 사람들을 변호한다고 하면 간혹 '왜 악플러들을 변호하는거야?'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악플이라고 생각해서 고소한 것들이 다 악플은 아니고 법적으로 처벌될 정도의 수위가 아닐 수도 있다(물론 악플이 아니라고 해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도의적인 사과가 필요할 수는 있다). 즉, 악플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명예훼손, 모욕이라는 범죄는 글을 쓰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와 이를 당하는 당사자의 '인격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범죄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고 다 악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비판일 수도 있고 위에서 말한 주관적 평가일 수도 있다. 반대로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허위사실이나 욕설, 비속어 등 경멸적 표현이 있다면 처벌되어야 마땅하고 이런 악플을 고소한다고 검열이나 기획고소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엔가 '적정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피해자분들을 대리해 고소를 하기도 하지만 고소를 당한 사람들도 변호하는 것은 바로 그 선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에 남긴 답변



p.s. 

안녕하세요. 김마이너입니다. 

본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잘 못올리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각잡고 쓰려다가 아예 못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가볍고 짧게 쓰되 그때그때 일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그냥 휘발시키지 않고 정직하게 남겨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나 일말의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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