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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14. 2023

레인부츠와 샌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얼마 전까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죠.

우산을 준비했어도 바지까지 흠뻑 젖고는

사무실에 앉아 축축한 양말을 두고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말이죠.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캐주얼화를 신는 나는

이런 비를 만날 때면

레인부츠나 샌들을 신은 사람들에게 시선이 갑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by Holeysocksart)

그리고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신발을 신어볼까, 상상하죠.


땅을 박차는 빗줄기의 한 방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레인부츠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겠다는 '선풍덩, 후건조'의 샌들


둘 중에서 나의 선택은

샌들입니다.


물론 오염된 물에서 세균이 다가와 피부를 빨갛게 물들일 수 있겠습니다만,

상처가 나더라도 열악한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샌들의 모습에서

강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사진출처:  픽사베이(by jarmoluk)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흠집 나지 않으려고, 질책 받지 않으려고

안으로 안으로 높게 벽을 쌓았던 내가

실은 점점 더 굴 속으로 빠지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옷에 얼룩이 묻고 몸에 상처가 생겨도

내리는 비를 관찰하고

흐르는 물을 살폈다면


업(業)에서의 깊이와 넓이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거든요.


사진 출처: 픽사베이(by ofuss)


뉴욕 맨해튼에는 소위 펜슬타워라 불리는 빌딩이 있다고 합니다.


연필처럼 좁고 기다란 건물인데,

12개 층은 비와 바람을 막는 창을 설치하고

다음 2개 층은 풍압을 견디기 위해 비워두고

다시 12개 층을 올리고, 2개 층을 비우는 것을

반복했다고 해요.


건축적 의미는 모르지만,

땅값 비싼 뉴욕에서 2개 층을 바람에게 양보한 것은

안정적으로 더 높아지기 위한, 성숙하기 위한 

비움의 정은 아니었을까요. 


건물 사이를 드나드는 바람과

샌들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이,


우리의 삶에도 '여백'이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면


일상의 헛헛함을 밀도 있게 채워줄지도 모르잖아요.


#일상 #직장 #직장생활 #샌들 #구멍난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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