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light
Mar 09. 2024
초등생 막내가 서재를 어슬렁 거리다
"책장에서 내가 읽을 책이 있을까" 하고 묻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이런저런 책을 만지다
허생전을 꺼내 들었습니다.
"예전에 아빠가 육아휴직했을 때,
엄마가 아빠더러 '허생'이라고 했거든.
한번 읽어볼래?"
아내가 출근하고 제가 육아를 전담하던 시절
짬이라고는 아이가 잠든 시간뿐이던 시절
더더욱 기를 쓰고 새벽시간에 잠깐 깨어
책을 읽던 저를
출근하던 아내가 "허생 같아"라고 했죠.
허생은
10년을 작정하고 책을 읽으려다
7년 차에 변 씨를 찾아 만 냥을 빌리죠.
매점매석으로 십만 냥으로 불리고는
작은 섬을 하나 찾아내고는
도적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을 이끌고
정착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죠.
-
저는 이미 허생의 나이를 훌쩍 넘겼으나
책 읽기는 벌써 멈추었고
변 씨 대신 은행에서 영끌해 대출했으나
매점매석은커녕 살 집 하나 사서
월급으로 빚잔치를 하고 있지요.
허생을 따르려면 아직 먼 길이지만
느려도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겨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