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준비

프롤로그

by moonlight

12월 20일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해외근무 중

잠시 귀국해 휴가를 보내던 그가 연락했다.

2년 만에 만난 우리는 직장생활과 퇴사준비,

자녀관계와 건강관리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

종종 함께 만났던 친구 A 소식을 들었다.

여전히 업무로 바쁘고, 승진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회사생활을 참 잘하는 녀석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주말마다 서울과 창원을 오간다는 말이 이어졌다.


"무슨 일 있어?"

"어머님이 암진단을 받았어. 3년 전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하고 괜찮아지셨는데, 얼마 전 재발하셨대.

지금은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고."


A는 승진하면 지점장으로 근무해야 하기에

부모님이 계신 창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이제 거의 다가왔는데,

어머니는 집이 아닌 병원에 계신다.


굳이 A의 상황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 또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나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나의 아버지는

십 수년 전 암 수술 후 지소적으로 치료를 받으시고

최근에는 피하려 했던 허리협착 수술을 했다.


나의 어머니는

삽 십여 년 전 신장질환을 수술 후

수 차례 입퇴원을 하셨다.


"먹고 사느라 너희들 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함께 여행을 다닌 기억이 없는 게

많이 아쉽다."는 아버지


"나 말고 다른 부모를 만났으면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고

경제적으로도 편하게 살 텐데."라는 어머니


오늘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언제나 떠올리던

아버지, 어머니와의 이별준비를 하려 한다.


그 시작으로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아버지, 어머니이기 전에

자식으로서, 배우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어온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사무침을

감히 헤아려본다.


물론 이런 나의 글쓰기로

부모님과의 이별준비가 충분하지 않겠지만,


내게 부모님은

충만하고,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이제야 느끼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