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아파트프로젝트 : 어디사세요?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그런 여름에 가장 머릿속을 맴도는 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푸른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겠죠. 그래서 상상한 아파트에 물이 흐르는 만화, <신세기 노아의 방주> 편입니다.
신세기 노아의 방주 (상편)
https://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704549&no=22
신세기 노아의 방주 (하편)
https://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704549&no=23
노아씨의 아파트는 뒤에는 산, 앞으로는 호수를 끼는, 배산임수의 좋은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이 아파트 1층, 노아씨의 아파트에는 노아씨 말고도 미꾸라지 같은 친구가 기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어찌 된 일인지 아파트 앞 호수의 물이 조금씩 말라가고, 노아씨의 집은 습기가 차올라 눅눅해지기 시작합니다.
원인은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기존의 산에서 호수로 흐르던 물의 흐름이 막혀서입니다. 산과 맞닿은 노아씨의 집의 벽은 물을 막는 둑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벽에 물이 차면서 노아씨의 집은 습기로 눅눅해졌던 거죠. 벽을 트고, 막혔던 물이 흐르자 노아씨의 집에는 계곡이 생겼습니다. 계곡에 돌다리도 놓고, 평상도 놓고, 수박도 띄우고, 발도 담글 수 있습니다. 거실과 접한 안방 벽을 폴딩 창호로 바꾸면 계곡 별장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계곡을 끼고 지은 집은 실존합니다.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낙수장> 이 그것입니다. 구조체 없이 길게 뺀 캔틸레버 지붕 때문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느니, 계곡의 물소리 때문에 상시 거주 환경으로 좋지 않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 계곡물을 뱉어내는 집의 광경은 언제 봐도 매력적입니다.
미국에 낙수장이 있다면, 한국에는 <소쇄원> 이 있습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을 품고, 물소리를 벗 삼아 글공부도 하고, 시도 짓고, 술 한잔도 하는 그런 정자를 두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사방이 개방된 정자가 아닌, 온돌방 1칸까지 포함한 겨울철에도 활용 가능한 작지만 충실한 건물입니다.
물의 도시는 그 물의 존재만으로도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합니다. 스타워즈 나부행성의 수중도시, 영화 워터월드의 디스토피아 수상도시, 현존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둘러보고 나니 노아씨의 물의 아파트가 졸렬하게...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내년 여름에는 좀 더 스케일이 커진 물의 아파트를 그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