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타고 세계일주]
“알림. 아마존 투어를 희망하는 인원은 지금 즉시 체육복 착용코 현문 앞에 집합할 것. 이상 당직사관.”
콜롬비아의 이튿날 아침이었다. 전단 총원이 영내대기를 하게 된 게 마음이 쓰이셨는지 전단장님께서는 대원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늘 하루 전투휴무를 지시하셨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알겠지만 군대의 많은 과업들은 ‘전투’를 추임새로 넣는다. 전투체육활동, 전투수영, 전투휴무. 군인들은 쉴 때도 그냥 쉬어서는 안 된다. 휴무 역시 전투적으로 해내야만 하는 과업이다. 전단장님의 지시 아래 우리들은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침대로 향했다. 오늘 하루 격렬하게 쉬겠노라 다짐한 기세였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락 말락 하던 그때, 군함 전체에 울려 퍼진 알림 방송은 우리들을 웅성이게 만들었다. 평소였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뛰쳐나갔겠지만 꿀맛 같은 휴일을 즐기고 있던 터라 다들 곡소리를 냈다. “으… 아 그냥 잘래” 나도 한참을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무겁디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문으로 향했다.
근데 아마존 투어라니. 아마존은 브라질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우리들의 표정을 알아채셨는지 훈육장교님께서는 이곳 콜롬비아에도 아마존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특히 우리가 정박해 있는 이곳은 콜롬비아 태평양함대가 주둔해 있는 곳으로써 아마존과 이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콜롬비아 태평양함대는 아마존을 지키는 군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정글을 지키는 해군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그제야 콜롬비아 군함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회색빛의 군함이 아닌 검은색과 카키색이 섞인 얼룩무늬 같은 군함. 정글에서 엄폐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아마존 투어는 콜롬비아 태평양함대가 만들어준 프로그램이었다. 자국을 방문했지만 영내대기를 하고 있던 우리들을 위해 소형 보트를 타고 아마존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소형 보트를 타고 아마존으로 향했다. 10m? 20m? 남짓한 너비의 하천은 마치 홍수가 났을 때처럼 황토색이었다. 아마 물이 깊지 않아 그런 것 같았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우리들도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정글 안쪽을 향했다.
콜롬비아 해군들은 정글로 들어가면서 중간중간 우리들을 이곳저곳 세워주었다. 뻘처럼 생긴 곳, 수풀이 우거진 곳 등 모든 곳이 처음 경험해 보는 경관이었다. 군사지역이기에 스팟 스팟마다 이름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아마존’이라는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 아마존 말고 여기를 어떻게 더 표현한단 말인가. (사실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쉴 새 없이 감탄하며 투어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에 우리 배가 보였다.
- 와 벌써 끝났어?
- 더 놀면 안 되나? 아쉬운데
아쉬움에 우리끼리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운전하던 콜롬비아 해군이 우리들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는지 웃으면서 꽉 잡으라는 시늉을 하더니 보트 속력을 높였다. 이내 보트가 통통 튀기 시작했고 통통 튀는 보트 때문에 생긴 파도가 넘쳐 우리들을 적셨다.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가 아니라 진짜 아마존 익스프레스였다. 우리 배에 가까워지면서 속력을 멈추자 보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번 아쉬웠다가는 큰일 날 피날레,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짜릿함이었다. 투어를 마친 우리들은 그제까지도 침대에 누워있던 동기들을 깨우며 여운을 즐겼다.
- 야, 누워있을 때가 아니었다니까?
- 아 꺼져~ 나 더 잘 꺼야. 건들지 마
누군가에게는 꿈나라로, 누군가에게는 아마존으로 기억될 콜롬비아에서의 마지막날. 2박3일의 짧은 기항을 마치고 우리는 페루로 떠난다.